일간 김경윤 4 : 철학자와 인터뷰1

제1장. 프리드리히 니체 : 신은 죽고, 인간이 남았다

by 김경윤

1. 알프스의 고독한 산장, 슈퍼스타 철학자를 만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스위스 실스마리아의 이 눈부신 풍경 속에서 선생님을 직접 뵙게 되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돌아가신 지 한참 지났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슈퍼스타 철학자’이십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별명은 참 무서운 게 많아요. ‘망치를 든 철학자’, ‘위험한 사상가’ 같은 것들이요. 도대체 어떤 철학을 하셨기에 그런 별명이 붙은 건가요?


(덥수룩한 콧수염 아래로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독수리처럼 날카롭다)

허허… 슈퍼스타라! 그거 마음에 드는군! 내가 살아있을 땐 내 책을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내 돈으로 책을 찍어 친구들에게 겨우 나눠주곤 했는데 말이야. 세상 참 재밌지?

‘망치’라… 무서워할 것 없소, 젊은 친구. 나는 사람을 해치려는 게 아니오. 나는 의사처럼 진찰을 하려는 것뿐이지. 의사가 작은 망치로 무릎을 톡톡 두드려보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잖소? 나도 그런 의사요. 나는 지난 수천 년간 사람들이 ‘진리’라고, ‘도덕’이라고 신성하게 여겨왔던 것들을 내 철학이라는 망치로 톡톡 두드려보는 거지. “과연 저 안에 진짜 무언가가 들어있을까, 아니면 텅 비어서 둔탁한 소리만 나는 걸까?” 하고 말이오.

그런데 두드려보니 어땠겠소? 대부분 속이 텅텅 비어 있었단 말이오! 속이 텅 빈 우상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었던 게지. 그래서 나는 그 우상들을 깨부수기로 결심했소. 아픈 사람을 치료하려면 썩은 부위를 도려내야 하는 법이니까. 내 철학은 그래서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위험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오.


속이 텅 빈 우상들을 깨부수는 철학이라니!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원래 ‘꼬마 목사’라고 불릴 만큼 신앙심 깊은 소년이셨다고 들었어요. 아버님도, 할아버님도 모두 목사님이셨고요. 어떻게 독실한 신앙인의 아들이, 신을 부수는 철학자가 되었는지 그 과정이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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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어린 시절이라… 그래, 나는 여자들만 가득한 집안에서 자랐소. 내가 네 살 때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후로는 어머니와 여동생, 할머니, 그리고 두 명의 고모, 하녀까지…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자랐지. 그들은 모두 경건한 신앙인이었고, 나에게 성경 구절을 외우게 하고 찬송가를 부르게 했소. 나는 정말 ‘착한 아이’였지.

하지만 내 머릿속은 언제나 질문으로 가득 차 있었소. ‘왜 착한 사람은 고통받고, 악한 사람은 잘사는 걸까?’, ‘성경에 나오는 기적들을 정말 그대로 믿어야 할까?’ 나는 학교에서도 늘 최고 우등생이었지만,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정답’에 만족할 수가 없었소.

특히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은, 내가 열두 살 때 겪은 일이었소. 우리 마을에 큰불이 나서 하룻밤 사이에 집 수십 채가 잿더미가 되었지. 사람들은 모두 교회에 모여 기도하며 “이것은 신의 뜻이다”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소. ‘왜 신은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잃도록 내버려 두시는 걸까?’ 그때부터였던 것 같소. 내 마음속에서 신과 그의 세계에 대한 거대한 의심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

그러다 대학에 가서 고대 그리스 문헌학을 공부하게 되었지. 나는 성경 대신, 소크라테스 이전의 위대한 그리스 철학자들의 글을 읽으며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소. 그들은 신의 계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성과 힘으로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려 했던 용감한 사람들이었지. 나는 그때 깨달았소. 내가 평생을 바쳐 탐구해야 할 것은 저 하늘의 신이 아니라, 바로 여기, 이 땅을 살아가는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을! 나는 신학 대신, 인간학을 하기로 결심한 셈이오.


2. 바그너, 나의 우상! 나의 적!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인간을 탐구하기로 하셨군요. 선생님께서는 스물다섯이라는 최연소 나이에 스위스 바젤 대학의 교수가 되셨는데, 그때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죠. 바로 당대 최고의 음악가였던 리하르트 바그너와의 만남입니다. 선생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향이라… 그는 내 삶의 태양이었고, 동시에 내가 벗어나야 할 거대한 그늘이었소.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나는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충격을 받았소. 그의 음악은 내가 책 속에서만 읽었던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신을 완벽하게 부활시킨 것처럼 보였거든! 인간의 모든 고통과 열정을 담아내는 거칠고 압도적인 힘(디오니소스)과, 그것을 아름다운 형식으로 담아내는 질서정연한 힘(아폴론)이 그의 음악 속에서 함께 폭발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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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장자, 예수, 부처, 디오게네스를 좋아하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 인문학적 소재로 30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 가파도 매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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