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에드문트 후설 : 생각의 안경을 벗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라
- "판단중지! 그리고 사태 자체로!"
1.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모든 것을 의심하는 철학자의 서재
선생님, 안녕하세요. 20세기 철학의 새로운 문을 연 ‘현상학의 창시자’를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선생님의 제자들 중에는 하이데거나 아렌트처럼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철학자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철학은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어렵게 느껴집니다. ‘판단중지’, ‘괄호치기’, ‘본질 직관’ 같은 용어들은 일상에서 전혀 쓰지 않는 말들이니까요. 선생님, ‘현상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저희 같은 보통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허허, 어서 오시오. 어려운 게 당연하오. 내 철학은 편안한 소파에 앉아 즐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낡고 부실한 집을 완전히 허물고 그 기초부터 다시 쌓아 올리는 고된 건축 작업과도 같으니 말이오. 그러니 안전모를 단단히 쓰고 따라올 준비를 해야 할 것이오.
자, ‘현상학(Phenomenology)’이란 무엇인가? 그 이름 안에 이미 힌트가 있소. ‘현상(phenomenon)’이란 ‘나타나는 것’,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왔지. 현상학이란 바로 우리의 의식에 나타나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아무런 편견 없이 탐구하려는 학문이오.
‘있는 그대로 본다’… 그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우리는 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그 믿음! “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는 그 순진한 믿음이야말로 내가 가장 먼저 부수고 싶었던 벽이라네.
한번 생각해보시오. 그대 앞에 지금 ‘사과’가 하나 놓여 있다고 합시다. 그대는 그 사과를 볼 때, 정말 순수하게 ‘사과’ 그 자체만을 보고 있소? 아닐 것이오. 그대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들이 자동적으로 떠오를 게요. ‘아, 뉴턴의 사과구나’, ‘백설 공주의 독이 든 사과일지도 몰라’, ‘이건 A 마트에서 산 유기농 사과니까 비쌀 거야’, ‘사과는 건강에 좋지’… 이런 온갖 과학적 지식, 신화적 상상, 개인적인 경험, 실용적인 판단들이 뒤섞여, 그대는 ‘사과’라는 순수한 현상 위에 두꺼운 생각의 안경을 여러 겹 겹쳐 쓴 채로 그것을 보고 있는 셈이오.
우리는 결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지 않소.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연적 태도’, 즉 온갖 선입견과 이론, 믿음의 안경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판단하고 있을 뿐이오. 현상학의 첫걸음은, 바로 이 “내가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순진한 믿음을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네.
2. 판단중지와 괄호치기, 생각의 안경을 벗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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