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19 : 철학자와 인터뷰 4

제4장. 버트런드 러셀 : 논리의 빛으로 세상의 안개를 걷다

by 김경윤

제4장. 버트런드 러셀 : 논리의 빛으로 세상의 안개를 걷다

- "세상을 구하는 데 필요한 것은 사랑, 지식, 그리고 연민이다"


1.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괴짜 천재 귀족과의 만남


선생님, 안녕하세요!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지성이자,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하신 철학자를 이렇게 직접 뵙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영국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셨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신 천재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삶은 평탄한 귀족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습니다. 두 차례나 감옥에 가시고, 수많은 논쟁의 중심에 서셨으며, 90세가 넘어서까지 반핵 평화 운동의 선두에 서셨으니까요.


하하, 어서 오시오, 젊은 친구. ‘귀족’이라! 그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주어진 것일 뿐,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꼬리표라오. 만약 내가 그저 귀족으로만 살았다면, 내 인생은 권태로 가득 찬 지독한 감옥이었을 게요.

내가 평생을 바쳐 추구한 것은 아주 단순한 세 가지였소. 바로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 이 세 가지 열정이 마치 거센 바람처럼 나를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바다와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나를 내몰았지. 만약 이런 열정이 없었다면, 내 삶인들 무엇이었겠소?


사랑, 지식, 연민… 정말 감동적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특히 젊은 시절, 수학의 확실성에 매료되셨다고 들었습니다. ‘2 더하기 2는 반드시 4가 된다’는 흔들림 없는 진리 위에서, 철학 또한 수학처럼 단단하고 명료한 체계로 만들고 싶어 하셨다고요.


정확하오! 나는 아주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소. 내가 네 살이 되기도 전에 부모님과 누이가 모두 세상을 떠났고, 나는 아주 엄격한 청교도였던 할머니 손에서 자랐지. 나의 어린 시절은 온통 규칙과 금기, 그리고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소. 나는 너무나 외롭고 우울해서, 여러 번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소.

그런 나에게 유일한 위안과 해방구가 되어준 것이 바로 수학, 특히 유클리드 기하학이었소. ‘점은 부분이 없는 것이다’, ‘직선은 폭이 없는 길이다’ 같은 공리(Axiom) 위에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명백한 정리(Theorem)들이 증명되어 나오는 그 세계는 얼마나 아름답고 확실했는지! 그곳에는 인간 세상의 모호함이나 위선, 감정의 변덕 같은 것이 끼어들 틈이 없었소.

나는 그때 결심했지. 이 수학적인 확실성을 철학으로 가져오겠다고. 철학자들이 수천 년간 ‘진리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두고 애매모호한 말장난만 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소. 나는 철학의 모든 문제들을,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듯이, 명료한 논리의 언어로 분석하고 해부해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확실한 답을 찾고 싶었소. 이것이 바로 ‘분석철학(Analytic Philosophy)’이라 불리는 새로운 철학의 출발점이었지.


2. 언어는 세계의 그림이다, 논리적 원자론


철학을 수학처럼 명료하게 만들고 싶으셨군요! 그 위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선생님께서는 언어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제자였던 비트겐슈타인과 함께 연구하신 ‘논리적 원자론(Logical Atomism)’이 바로 그 결과물인데요. ‘세계는 사실들로 이루어져 있고, 언어는 그 사실들을 그리는 그림이다’라는 생각이 정말 신선합니다.


그렇소. 우리가 세상을 파악하는 유일한 도구는 결국 ‘언어’ 아니겠소?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이 언어의 구조를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인 ‘세계’의 구조 또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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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장자, 예수, 부처, 디오게네스를 좋아하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 인문학적 소재로 30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 가파도 매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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