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12 :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독서

by 김경윤

인생이라는 것은 그렇게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그로부터 3년 뒤에 나는 보스턴의 한 중고가게에서 같은 레코드를 2달러 99센트에 파는 걸 발견했다. 레코드판의 질은 반짝반짝하는 신품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이것을 손에 넣었을 때는 정말로 기뻤다. 손이 떨릴 정도의 흥분은 아닐지라도 나도 모르게 싱글벙글 웃음이 새어나왔다. 꾹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결국 구두쇠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작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135~6쪽)

- <통신판매 이것저것, 즐거운 고양이의 '먹기 자기 놀기' 시계> 중에서


1.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는 재미가 있다. 나는 그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와 관련된 책이나 그의 에세이는 즐겨 있는 편이다. (에세이가 소설보다 쉬워서 그러나?)

이번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하루키의 에세이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2024, 문학사상)은 표지껍질이 벗겨진 채여서 흰바탕이었는데, 책을 검색해 보니 만화체의 컷들이 있다. 안지이 미즈마루가 그린 그림이다. 책 중간중간에 어린이처럼 크레파스화로 '순수한 아트풍'으로 그린 그림과 하루키의 아내의 사진이 곳곳에 있어, 읽는 재미를 배가 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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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장자, 예수, 부처, 디오게네스를 좋아하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 인문학적 소재로 30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 가파도 매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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