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부는 없어도 괜찮은 것의 목록이다
문명사회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부의 척도로 삼습니다. 더 큰 집, 더 많은 가구, 최신 유행의 물건을 갖춘 사람이 부자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소로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눈에 진정한 부자는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 적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없어도 좋은 것들이 많아질수록, 그는 그만큼 더 부유해진다.’
겉보기에 소유물들은 우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앗아갑니다. 더 많은 소유가 더 많은 노동과 빚, 더 많은 걱정을 불러옵니다.
그의 오두막은 그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실험장이었습니다. 그가 두었던 가구는 침대, 탁자, 의자, 세 개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문진으로 쓰던 돌멩이조차 먼지를 털어내야 하는 수고가 싫다며 창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이런 태도는 단순히 가난을 감수하겠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삶의 본질과 무관한 것들로부터 과감히 자유로워지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소유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비로소 시간의 자유와 정신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소로에게 그 자유는 독서와 사색, 자연 관찰로 이어졌습니다. 끝없는 소비와 경쟁 속에서 진정으로 나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묶여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때,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관계를 깊게 하고,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삶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없어도 괜찮은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그만큼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 진정한 풍요의 길이라는 겁니다.
- <제2장.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1.
드디어 <고전툰3 : 환경편>이 출간되었다. 출간 소식을 들으니 지난해 내란의 어둠을 버티며, 새벽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컴퓨터에 앉아 <고전툰> 시리즈를 집필했던 시기가 떠올랐다. 어둠에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자기 몸을 태워 빛으로 어둠을 밝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래로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고, 거리에서 떨고 있는 시위대를 위해 따뜻한 커피를 전달하는 친절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가파도 갇힌 공간에서 내란이 끝나고 어떤 세상을 맞아들일 것인가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2.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 하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책을 읽고, 원고를 만지고, 글을 축적했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뭐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다. 사실 글을 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3권 환경편을 쓸 때에는, 당장의 시사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 태도와 결단을 필요로 하는 장기간의 걸친 세계관을 다루는 글이라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는 무엇을 잘 했는가보다 우리는 무엇을 잘 못했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3.
AI시대는 불가역적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런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다. 하지만 환경위기도 불가역적인 것처럼 보인다. 에너지 과잉 생산과 소비가 불가피하다면, 자연파괴도 불가피하다. 절제와 절약의 삶을 권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들린다. 과연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이 시대의 화두로 다룰 수 있을까?
기후 위기를 만나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환경문제의 심각성 인식은 혹여나 환경문제를 아는 것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적 기만은 아닐까?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쓰레기 한 봉지를 덜 버리는 것이, 지구를 위해 훨씬 윤리적 실천은 하는 것은 아닐까?
4.
어쨌든 세상에 <고전툰3: 환경편>이 나왔고, 나는 이 책이 잘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지구를 위해, 인간을 위해, 자연을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아고라: 마지막 주제입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소유를 줄이는 ‘미니멀리즘’과 환경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자발적 불편’ 운동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세 분께서 평생에 걸쳐 실천하신 삶의 방식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개인의 작은 실천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
소로: 만약 미니멀리즘이 남에게 더 멋지고 세련되어 보이기 위한 또 다른 유행이 된다면, 그것은 이미 본질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자발적 불편 운동이 ‘나는 이렇게 착한 사람이다’라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 역시 위선일 뿐입니다. 진정한 실천은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명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선택이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이유는 세상을 감동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 과정에서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진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결과일 뿐입니다. 저의 유일한 목적은 언제나 하나였습니다. 바로 나 자신을 진실하게 실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 <제2장.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 '북토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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