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24 : 철학자와 인터뷰 5

제5장.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by 김경윤

제5장.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언어의 한계에 부딪힌 고독한 천재

-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1. 오스트리아의 한적한 산장, 모든 것을 버린 철학자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런 깊은 산속에서 선생님을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유럽 최고의 철강 재벌 아들의 막내로 태어나, 엄청난 부와 명예를 모두 상속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이렇게 외딴곳에서 소박하게 살고 계십니다. 사람들은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는 괴짜 천재라고 부릅니다. 대체 왜 모든 것을 버리셨나요?


… 그것들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오. 돈, 명예, 사교계의 평판… 그런 것들은 내 삶의 진짜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소. 내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바로 ‘명료함(clarity)’을 얻는 것이었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철학적 문제들, 나를 괴롭히는 윤리적 고민들, 그 모든 혼란을 뚫고 수정처럼 투명한 명료함에 도달하는 것. 그것만이 내가 추구했던 유일한 것이었소.

부를 상속받는 것은, 마치 진흙탕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드는 것과 같았소. 나는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며 살고 싶지 않았소. 나는 깨끗하고 단단한 땅 위에 서고 싶었지. 그래서 나는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버렸소. 돈뿐만이 아니오. 나는 내 철학적 재능마저도 버리려 했었지. 철학의 모든 문제를 다 풀었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시골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수도원의 정원사로 일하기도 했소. 나는 ‘철학 교수’가 아니라, ‘단순하고 올바른 인간’이 되고 싶었을 뿐이오.


‘단순하고 올바른 인간’이 되고 싶으셨군요. 하지만 선생님의 삶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세 명의 형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선생님 자신도 평생 우울증과 싸우셨으며, 1차 세계대전 때는 장교로 자원입대하여 최전선에서 싸우셨습니다. 이런 끔찍한 경험들이 선생님의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전쟁… 그곳은 죽음이 일상이 되는 곳이오. 참호 속에서 포탄이 빗발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매 순간 죽음의 가능성과 마주해야 했소. 바로 옆에서 동료가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지. 그런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평소에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지오.

‘세계의 의미는 무엇인가?’,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이런 철학적 질문들이 더 이상 책 속의 글자가 아니라, 내 목숨을 건 절박한 질문이 되었던 것이오. 나는 톨스토이의 『복음서 요약』을 배낭에 넣고 다니며 수없이 읽었소. 나는 논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윤리적인 문제와 씨름해야만 했지.

나의 첫 번째 책, 『논리-철학 논고』는 바로 그 참호 속에서, 죽음의 한가운데서 태어났소. 나는 그 책을 통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명확하게 그음으로써, 오히려 그 너머에 있는 ‘말할 수 없는 것’들, 즉 삶의 의미나 윤리, 신과 같은 중요한 것들의 공간을 지켜내려 했던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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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장자, 예수, 부처, 디오게네스를 좋아하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 인문학적 소재로 30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 가파도 매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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