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43 : 철학자와 인터뷰 9

제9장. 시몬 드 보부아르 : 그녀, 스스로 신화가 되다

by 김경윤

제9장. 시몬 드 보부아르 : 그녀, 스스로 신화가 되다

-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1. 파리의 한 아파트, 지성과 열정의 공존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삶과 사유가 깃든 이 공간에 직접 들어오게 되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선생님께서는 20세기 최고의 여성 지성으로 꼽히시며, 선생님의 책 『제2의 성』은 전 세계 페미니즘 운동의 ‘성서(Bible)’와도 같은 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사르트르의 연인’이라는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터번을 두른 지적인 모습, 담배를 손에 든 채 단호하면서도 우아한 목소리로)

하하, 좋은 질문이군요. 내 인생에서 사르트르와의 만남이 가장 중요했던 사건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필연적 사랑’이었고,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서로를 성장시킨 최고의 동반자였죠.

하지만 세상은 참 이상해요. 남자 철학자에게는 ‘누구의 연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으면서, 왜 여자 철학자에게는 늘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 그녀를 규정하려 들까요? 그것 자체가 바로 우리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증거 아닐까요? 여성은 언제나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연인, 즉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두 번째 성(The Second Sex)’, ‘타자(The Other)’로 여겨져 왔으니까요.

나는 ‘사르트르의 시몬’이 아니라, ‘시몬 드 보부아르’ 그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평생을 싸워왔어요. 내 책 『제2의 성』은 바로 그 싸움의 기록이자,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제1의 성’, 즉 완전한 하나의 인간 주체로 바로 서기를 바라는 나의 간절한 외침이라고 할 수 있죠.


2. 순종적인 소녀, 신을 버리다


‘제2의 성’이라는 말이 정말 가슴 아프게 들립니다. 선생님의 어린 시절은 어떠셨나요? 선생님의 자서전을 보면, 아주 독실한 가톨릭 소녀에서 모든 권위를 의심하는 지식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나는 파리의 부르주아 가문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무신론자였지만, 어머니는 아주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죠. 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아주 순종적이고 신앙심 깊은 소녀로 자랐어요. 수녀가 되는 게 꿈이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내 머릿소리-는 언제나 질문으로 가득 차 있었죠. 나는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몰래 읽으며 지적인 세계에 눈을 떴고, 세상이 성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어요. 특히 내가 열네 살 되던 해, 나는 더 이상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그것은 내게 엄청난 충격이자 해방이었죠. 나를 지켜보던 절대적인 시선, 즉 ‘신의 시선’이 사라지자, 나는 처음으로 완전한 고독과 자유를 느끼게 되었어요. 이제 내 삶을 심판하고 의미를 부여해 줄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죠. 내 삶의 주인은 오직 나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예요. 이것이 바로 나의 ‘실존주의’가 시작된 순간이었어요. 나는 내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세상을 탐험하기로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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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장자, 예수, 부처, 디오게네스를 좋아하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 인문학적 소재로 30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 가파도 매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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