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44 : 장자의 글쓰기 9

제9편. 길들여진 글은 야성을 잃는다: 백락의 죄

by 김경윤

제9편. 길들여진 글은 야성을 잃는다: 백락의 죄


"말(馬)의 발굽은 서리와 눈을 밟을 수 있고, 털은 바람과 추위를 막아준다.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발을 들어 껑충껑충 뛰는 것이 말의 진정한 본성(眞性)이다. 말에게는 화려한 궁전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백락(伯樂)이라는 자가 나타나 말했다. '나는 말을 잘 다룬다.' 그는 말의 털을 깎고 빗질하고, 발굽을 지지고 낙인을 찍고, 마구간에 가두어 줄을 세웠다. 그러자 말 열 마리 중 두세 마리가 죽었다. 다시 말을 굶기고 목마르게 하고, 달리게 하고 멈추게 하며, 재갈과 굴레로 얽어매고 채찍으로 위협했다. 그러자 말의 절반 이상이 죽고 말았다."

- 《장자》, 마제(馬蹄) 중에서


백락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최고의 조련사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가 명마를 알아보는 눈을 가졌고, 말을 훌륭하게 다룬다고 칭송했습니다. 하지만 장자의 시선은 냉혹합니다. 장자에게 백락은 말의 본성을 파괴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학대자일 뿐입니다. 말은 원래 바람을 가르며 들판을 달리는 존재인데, 백락이 나타나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규격을 만들고 통제하자 말들은 병들거나 교활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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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장자, 예수, 부처, 디오게네스를 좋아하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 인문학적 소재로 30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 가파도 매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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