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63 (2026. 4. 2.)
- "신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신화가 우리를 통해 생각하는 것이다"
1. 파리 콜레주 드 프랑스, 전 세계의 유물이 가득한 연구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 연구실은 정말 놀랍네요. 마치 작은 박물관 같아요. 브라질 원시 부족의 장신구부터 아시아의 고대 지도까지… 이 수많은 유물들이 선생님의 위대한 지적 여정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원래 법학과 철학을 공부하셨는데, 어떻게 인류학, 특히 이름도 생소한 ‘구조인류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게 되셨나요? 젊은 시절 브라질 오지로 탐사를 떠나셨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합니다.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몽상적인 눈빛으로, 차분하게)
어서 오시오, 젊은 탐구자. 환영하오. 이곳은 내 기억의 창고이자, 내 생각의 숲이라 할 수 있지. 모든 것은 ‘여행’에서 시작되었소. 나는 젊은 시절, 내가 살던 서구 문명에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소. 철학은 끝없는 말장난처럼 느껴졌고, 정치는 구역질나는 권력 다툼에 불과했지. 나는 이 ‘오염된’ 문명을 떠나,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모습을 만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혔소.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브라질로 떠났소. 1930년대, 아마존강 유역의 정글 속으로 들어가 카두베오, 보로로, 남비콰라 같은 원시 부족들과 함께 생활했지. 그곳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소. 말라리아와 독충에 시달리고, 굶주림과 싸워야 했던 끔찍한 여정이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내가 찾던 ‘날것 그대로의 인간’을 만날 수 있었소.
선생님의 책, 『슬픈 열대』에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정말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보통 사람들은 그런 원시 부족을 보면 ‘우리보다 미개하고 비합리적이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선생님께서는 그들의 삶 속에서 오히려 놀라운 질서와 논리를 발견하셨다고요.
바로 그거요! 그것이 내 평생의 화두가 되었지. 서구인들은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문명화’되었다고 자랑하지만, 그건 오만에 불과하오. 내가 만난 원주민들은 글자도 없고, 과학 기술도 없었지만, 그들의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한 규칙들로 이루어져 있었소.
특히 나를 매료시킨 것은 그들의 ‘친족 구조’와 ‘신화’였소. 예를 들어, 보로로족 마을은 완벽한 원형으로 지어져 있고, 복잡한 규칙에 따라 마을을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각자 결혼할 수 있는 상대와 해서는 안 되는 상대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었소. 겉보기에는 아무렇게나 사는 것 같지만, 그들 사회의 밑바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문법’이 숨어 있었던 게지.
나는 그때 깨달았소. 인간의 문화는 겉보기에는 제각각 다르고, 어떤 것은 우월하고 어떤 것은 열등해 보이지만, 그 깊은 곳에는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정신 구조’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마치 우리가 서로 다른 언어(한국어, 프랑스어, 영어)를 사용하지만, 그 모든 언어의 바탕에는 ‘주어-동사-목적어’와 같은 보편적인 문법 구조가 깔려 있는 것처럼 말이오. 나의 임무는 바로 그 숨겨진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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