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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05. 2020

들어가며 2 : 금강경에 대하여

금강경에 대하여

진리는 진리가 아니다 그래서 진리다   

- 금강경에 대하여     


1. 금강경의 본래 이름     

금강경은 서기 150년 전후에 성립된 『금강경』(기독교에서는 이 시기에 『요한복음』이 저술되었습니다.)은 산스크리트어로 기록한 짧은 경전입니다, 산스크리트어의 이름은 『바즈라체디카-프라냐파라미타 수트라(Vajracchedika-Prajnaparamita-Sutra)』입니다. 의미를 풀어보면, ‘바즈라(Vajra)’는 벼락(thunder)을 뜻하고요, ‘체디카(cchedika)’는 자르다(to cut)라는 뜻입니다. ‘프라냐(Prajna)’는 지혜(wisdom)라는 뜻이고요, ‘파라미타(paramita)’는 저세상으로 건너다(to cross)라는 뜻이지요, 마지막으로 ‘수트라(Sutra)’는 경전(Bible)’을 뜻합니다. 대충 연결하면 ‘벼락으로 자르고 저 세상으로 건너는 지혜를 담은 경전’이라는 뜻이지요. 한자로는 『금강능단반야바라밀경(金剛能斷般若波羅密經)』으로 번역됩니다. 다른 한자어는 뜻을 따랐지만 ‘파라미타’만 ‘바라밀(波羅密)’로 음역되었네요. 영어로는 『Diamond Sutra』라고 합니다.          


2. 저자와 성립시대의 특징      

금강경의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초기의 경전(아함경)들이 부처의 말씀을 직접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금강경 성립시기에 경전(대승경전, 반야경)은 부처에 대한 예찬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기에 특정한 저자가 부각되기보다는 부처님의 말씀에 대한 경탄과 지혜를 따르겠다는 대중들의 마음이 부각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경전의 저자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불가의 정신은 ‘나’를 강조하기보다는 ‘나’를 벗어나는 ‘무아(無我)’의 사상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특정한 저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부처가 죽고, 인도불교의 역사를 다 조망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크게 두 개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개인적 깨달음에 방점을 두고 해탈을 목적으로 수행하는 부파불교(소승불교)와 중생 전체의 구원에 방점을 찍고 대중과 함께 하려는 대승불교입니다. 소승불교의 이상적 인물이 아라한(arhat)라면 대승불교의 이상적 인물은 보살(bodhisattva)입니다. 보살은 “모든 중생이 구원받기 전에는 자신도 해탈하지 않겠다고 서원한 부처”라 할 수 있지요.

이처럼 불교운동이 성직자 중심의 소승불교에서 평신도 중심의 대승불교로 흘러가게 되는 데에는, 소승불교가 가지고 있었던 폐쇄성과 교리의 난해성, 복잡성 등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평범한 사람들은 접근하기 힘든 이론적, 수행적 장벽에 불만을 품은 재가자들이 소승불교와는 다른 새로운 불교운동을 펼친 것이지요.

소승불교는 실천덕목으로 팔정도(八正道)를 들었지만, 대승불교는 육바라밀[六度]을 듭니다. 6바라밀이란 1) 보시(布施), 2) 지계(持戒), 3) 인욕(忍辱), 4) 정진(精進), 6) 선정(禪定), 6) 지혜(智慧) 등 여섯 덕목을 말하지요.

금강경은 이 육바라밀 중에서 맨 마지막 바라밀인 지혜바라밀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혜에 해당하는 말이 ‘프라냐’라는 것은 앞서 금강경 이름 설명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이 프라냐를 한자로 ‘반야(般若)’라고 하는 것도 아시지요. 이 반야사상을 집대성한 것이 『대반야경』인데요. 금강경은 이 대반야경 안에 일부분입니다. 정확히 말해 600권 중에 577권에 해당하는 부분이 금강경이지요. 쪽수로 말하자면 대반야경 3221쪽 중에서 6쪽에 해당하는 경전입니다.


3. 장구분     

본래 금강경은 장절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경전이었습니다. 이를 32개의 장으로 분절한 것은 양나라 무제의 아들 소명태자(501~531)가 한 것인데요. 양무제는 선불교의 시조 달마대사와의 일화로도 유명한 사람이지요. 양나라는 불교를 진흥시킨 나라인데, 소명태자 역시 불교에 조예가 깊어 금강경을 연구하고, 이해하기 편하도록 32분(分)으로 나누고 그에 맞는 제목을 덧붙였습니다.      

소개하면:     

1.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 법회의 말미암음

2. 선현기청분(善現起請分) 선현이 일어나 법을 청함

3.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 대승의 바른 종지

4. 묘행무주분(妙行無住分) 아름다운 행동은 집착이 없다

5.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진리대로 참 모습을 보라

6. 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 바른 믿음은 드물다

7. 무득무설분(無得無說分) 얻을 것도 말할 것도 없다

8. 의법출생분(依法出生分) 법에 의해 다시 태어나라

9. 일상무상분(一相無相分) 어느 한 상도 상이 아니다

10.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 깨끗한 땅을 장엄케 하라

11. 무위복승분(無爲福勝分) 함이 없는 복이여, 위대하여라

12. 존중정교분(尊重正敎分) 존중해야할 바른 가르침

13. 여법수지분(如法受持分) 법에 따라 받아지녀라

14. 리상적멸분(離相寂滅分) 상을 떠나 영원으로

15. 지경공덕분(持經功德分) 경을 외우는 공덕

16. 능정업장분(能淨業障分) 더러운 업을 항상 깨끗

17. 구경무아분(究竟無我分) 지혜의 궁국은 ‘나’가 없음

18. 일체동관분(一體同觀分) 모든 것을 한 몸으로 보아라

19. 볍계통화분(法界通化分) 모든 법계를 다 교화하라

20. 리색리산분(離色離相分) 색과 상을 떠나라

21. 비설소설분(非說所說分) 말하는 자도 말하는 것도 없다

22. 무법가득분(無法可得分) 얻을 법이 없다

23. 정심행선분(淨心行善分) 깨끗한 마음으로 선을 행하라

24. 복지무비분(福智無比分) 복덕과 지혜는 비교될 수 없다

25. 화무소화분(化無所化分) 교화는 교화되는 바가 없다

26. 법신비상분(法身非相分) 법신은 모습이 없다

27. 무단무멸분(無斷無滅分) 끊음도 멸함도 없다

28. 불수불탐분(不受不貪分) 받을 생각도, 탐하지도 마라

29. 위의적정분(威儀寂靜分) 위엄있는 그 모습 고요하여라

30. 일합리상분(一合理相分) 모이나 흩어지나 한 모습

31. 지견불생분(知見不生分) 앎을 갖지 말라

32.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 색신은 모습이 없다     


4. 금강경의 지위     

금강경은 반야심경과 더불어 오늘날에도 대중에게 가장 널리 전파된 경전입니다. 재미난 것은 금강경은 대승불교의 최고경전인 반야경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경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공(空, śūnya)’이라는 용어가 나타나 있지 않아요. 하지만 용어가 없다고 해서 대승불교의 경전이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공(空)이라는 추상적 용어는 없는 대신, 그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 ‘허망’(虛妄), ‘꿈’(夢), ‘허깨비’(幻), ‘물거품’(泡), ‘그림자’(影), ‘이슬’(露), ‘번개’(電) 등과 같은 비실체적 존재의 이미지를 통해 공사상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로 미루어 보건데, 금강경은 대승불교가 아직 자신의 핵심이론을 정립하기 이전의, 그러니까 대승불교 초기경전에 해당하는 것이라 추측할 수 있지요.

재미난 것은 이 금강경은 대승불교에서도 중요한 경전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토착불교인 선불교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전, 이를 ‘소의경전(所依經典)’이라고 하지요. ‘의지할만한 경전’이라는 뜻이에요. 이유인 즉, 선불교의 대가인 육조(六祖) 혜능(慧能)이 출가할 때, 금강경의 한 대목을 듣고 출가한데서 비록하지요. 그 대목은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해석하면,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대목이었는데요. 혜능은 여기에 필이 꽂혀 출가를 했지요. 후에 혜능은 이 금강경에 대한 주석을 달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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