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2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메멘토, 2015)

by 김경윤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길었다. 글쓰기에서 문장을 바르게 쓰는 것과 글의 짜임을 배우고 주제를 담아내는 기술은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글을 쓸 것인가’ 하는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탄탄한 문장력은 그다음이다.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열심’이 어떤 가치를 낳는가 물어야 한다. 밤이고 낮이고 온 국토를 삽질하는 게 ‘발전’은 아니듯 자신을 속이는 글, 본성을 억압하는 글, 약한 것을 무시하는 글, 진실한 가치를 낳지 못하는 글은 열심히 쓸수록 위험하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용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part0 : 나는 왜 쓰는가 (23쪽)



앞서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에 대한 독서노트를 썼지만 워낙 미진하게 써서 다시 써야겠다. 몇몇 멋진 인용구를 소개하는 것으로 독서노트를 퉁치기에는 은유의 책이 무궁무진한 읽을거리, 생각 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지만, 글쓰기의 방법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차라리 저자의 글을 보면서 글쓰기의 정신과 그 정신이 담긴 저자의 곡진한 글을 읽어보도록 만드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목차는 글쓰기와 관련된 목차를 잡았으나, 각 목차에 나오는 글들은 그 주제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체험기라고 보면 딱 좋을 것이다. 현장감이 살아있는 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실제로 이 책은 글쓰기의 수업과정을 묘사하면서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들이 글의 맛을 더한다.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둘째, 이 책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주제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거기에는 군더더기 없는 저자의 간명한 문체와 주제와 어울리는 적절한 인용이 잘 어우러져 아우라 같은 것을 형성한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해 쓰는 저자의 태도가 하나의 글쓰기로 다시 겹쳐진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매력을 더한다.


셋째, 이 책을 읽다 보면 느닷없이 문장을 옮겨 적고 싶거나, 글쓰기를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글쓰기의 현장으로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에 저절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나도 어서 글을 써야지 하고 결단하게 하는.


넷째, 이 책은 독서와 글쓰기와 발표와 합평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무척 유용한 점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학인이 아니라 교사들이 읽으면 더 좋은 내용들이 무궁무진하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학인에게 좋아하는 시를 하나씩 찾아오라고 지령(?)을 내렸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에게,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에게 공히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어떻게’가 아니라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관습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잊게 되는 근본적 질문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한편 글쓴이가 끝까지 강조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현장이다. 그것이 자신의 삶의 현장이 되었든, 고통받고 소외받고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현장이 되었든 ‘추상에서 구체로’ 다가가는 글이 좋은 글임을 글쓴이는 곳곳에서 강조한다. 예로 들고 있는 것이 인터뷰와 르포이며, 이는 저자와 학인들이 공히 실천하는 내용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제목이 왜 ‘글쓰기의 최전선’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부제인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인 까닭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주의할 점>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다른 책들의 목록과 매력적인 소개가 뒤에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혹해서 다 구입하게 되면 최소한 한 달 월급(?) 정도는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욕심이 나더라도 분할하여 구입하시기 바란다. 나도 ‘장바구니’에 담다가 총액에 놀라 멈췄다. 계를 탓거나 적금을 깼거나 보너스를 받았다면 질러보는 것도 괜찮은 만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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