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와 《불평등의 세대》
오승재 새로 나온 책도 소개해드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지혜와 지식도 나눕니다.
<오기자의 오, 서재!>.
오늘 이 시간을 위해서 인문학놀이터 ‘참새방앗간’ 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윤 작가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경윤 네, 반갑습니다.
오승재 1. 이번에 가져온 책들의 주제는 뭔가요?
김경윤 최근에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영화화해서 화제인데요. 오늘의 주제는 세대입니다. 제 세대를 보통 386세대라고 하는데요. 60년대에 태어난 80년대의 대학교를 나왔던 세대지요. 처음의 용어가 386이지만, 이제 어느덧 나이가 먹어 50대가 되었으니, 586세대라고 할 수 있네요. 요즘은 보통 86세대라고 부르더군요. 기자님은 어느 세대인가요?
오승재 2. (간단한 대답) 그렇다면 세대와 관련된 책을 가져오셨겠네요. 무슨 책인가요?
김경윤 임홍택이 쓴 《90년생이 온다》(웨일북)와 이철승이 쓴 《불평등의 세대》(문학과지성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앞의 책의 띠지에는 “문제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한 책”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다양한 인터뷰로 내용을 충실하게 했고요. 뒤에 책은 많은 통계자료로 신뢰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의 책이 20대 후반세대의 특징을 밝힌다면, 뒤의 책은 386세대를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오승재 3. 사회현상을 다룰 때는 계급이나 계층을 이야기하는데요. 세대를 다룬다는 것이 관심이 생기네요. 그럼 먼저, 임홍택이 쓴 《90년생이 온다》부터 소개해주시죠.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김경윤 저자는 90년대생의 특징 중 특이한 점 하나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의 급격한 증가로 예를 듭니다. 2011년 약 18만 5000명에서 2016년 약 25만 7000명으로 38.9퍼센트 증가했는데요. 그해 최종합격률이 1,8%에 지나지 않아요. 공시생 100명 중 2명만 뽑히는 거죠. 그러면 나머지 98명은 어떻게 하죠?
오승재 그러게요. 재수하나요?
김경윤 딩동댕. 다음해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답니다. 문제는 왜 이들은 확률도 높지 않은 공무원 시험에 전념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지요. 저자는 공무원 시험은 적어도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오승재 씁쓸한 현실이네요.
김경윤 그렇지요. 물론 이 책은 이 현상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아요. 저자는 1부에서 90년대생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간단, 재미, 정직(공정)이라는 단어로 압축하지요. 공정성의 문제는 세 번째 특징입니다. 정직은 자신에 대한 정직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정직을 포함하는 것이고, 사회적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 못한 사례가 넘쳐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공무원시험에 몰두하는 것은 경제적 안정성의 문제도 있지만 불공정 사회에 그나마 공정성을 띤 시험은 유일하게 공무원시험이었던 것입니다.
오승재 4. 그러면 첫 번째와 두 번째 특징인 간단과 재미에 대해서도 말해주시지요.
김경윤 90년대 생의 첫 번째 특징은 ‘간단’인데요. 줄임말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됩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보편화되면서 이모티콘이나 짤방(짤림방지), 스압(스크롤 압력) 방지 등이 간단의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앱 네이티브의 시대가 오면서 그것을 가장 자유롭게 사용하는 세대가 바로 90년대 생이지요. 비선형적 사고랄지, 초간편소설의 등장들이 이들의 특징이지요. 두 번째 특징은 재미인데요. 기승전병이라고 병맛 문화가 출현하기 되지요. 장황한 설명보다는 상황을 재밌게 하는 촌철살인의 드립력이 이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과거세대가 ‘열심히, 성실하게’라는 슬로건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90년대 생은 ‘재밌게’인 셈이지요. 워크와 라이프의 벨런스를 추구하는 워라벨로 90년대 생의 특징이지요.
오승재 그러한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요?
김경윤 직장에서 새로운 직원을 고용할 때, 상품개발에 있어서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할 때 90년대 생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기업도, 시장도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지요. 예를 들면 새로운 세대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행만을 고집한다면 매력없는 꼰대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90년대 생은 전통적인 충성심보다는 자아의 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위계질서로 강력하게 압박을 가하려한다면 90년대생은 튕겨지 나갈 겁니다. 소비시장 역시 90년대생은 기업의 갑질을 용납하지 않아요. 정직한 제품,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상품을 구매하지요.
오승재 6. 그러니까 90년대 생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에 적응하는 기업과 시장만이 장래가 있다는 거군요. 젊다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고 볼 수있네요. 책 한 대목 읽어주실래요?
김경윤 짤막한 구절 두 개를 읽어드릴게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창조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 있고 열린 자세로 그들과 적극적으로 만날 때에만, 젊은 세대에 대한 모든 편향된 평가와 논의들이 사라질 것이다. 이와 함께 젊은 세대의 문제는 더 이상 그들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사회적 현실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세대론은 그렇게 세대 간의 포용력 있는 공감대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66쪽)
90년대생들의 의식은 기본적인 자아실현의 충족을 위해 힘쓰는 ‘유희 정신’에 기울어져 있다. 이념적 세계보다 연극적 세계가 더 중요하다. 물론 이들도 앞선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적자생존의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전 세대들과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 유희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점은 이들의 세계를 다르게 만든다. 이들은 스스로를 어떤 세대보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갈 것이다.(109쪽)
오승재 7. 김경윤 작가님 모시고 [오기자의 오, 서재!] 함께 하고 계십니다. 《90년생이 온다》의 두 구절을 들어보았습니다. 다음에 소개해주실 책은요?
김경윤 이승철의 《불평등의 세대》입니다.
오승재 8. 저자가 주목하는 세대가 386세대라고 했지요. 저자는 386세대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김경윤 소위 민주화 투쟁을 주도한 세대라는 386세대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보기 위해서는 아예 책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6쪽에 나오는 구절인데요.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 투쟁을 주도한 세력은 1980년 광주와 1987년 민주화, 1997년 정권 교체 그리고 2016년의 ‘촛불혁명’을 통해, 발전국가가 주도했던 위로부터의 산업화 전략과 권위주의적 통제 시스템을 공식적인 민주주의의 영역에서 일정 정도 몰아낸 듯이 보인다. 한국전쟁 및 산업화 세대와 386세대가 여러 번의 충돌을 거듭하며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인 결과, 어느새 한국전쟁 및 산업화 세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386세대가 한국 사회 권력 구조의 정점에 올라 있다. 하지만 386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쩌면 더욱 심화된 ‘불평등 구조’를 가진 사회가 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는 심화되었고, 비정규직은 신분화되어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주기적 상승으로 상층 자산계급과 중하층 자산계급의 격차는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청년 실업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닌, 계층 고착화의 기제로 바뀌고 있다. 민주화와 세계화는 한국 사회에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자유, 더 공정하고 평등한 분배 구조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도대체 왜 우리는 더 격화된 입시 경쟁과 취업 경쟁, 더 심화되고 고착화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가?” (16쪽)
오승재 10. 평가가 이중적이네요.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를 공고하게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평등의 구조를 심화시키고 고착화시켰다고 말하네요. 근거는 있나요?
김경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세대 간의 문화적 갈등에 주목하는 이전의 세대론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다양한 경제적 데이터를 통해 물질화함으로써 실증적 차원에서 세대의 불평등을 입증하고 있어요. 이른바 데이터에 기반한 세대론이자, 세대 간의 위계구조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에세이가 아니라 학술논문처럼 치밀하게 입증하고 있어요. 386세대가 장악한 정치, 경제, 사회 속의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을 분석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공고히 자신의 기득권을 확보하고, 장기간 유지했는지 증명하고 있지요.
오승재 11. 그렇다면 현재 한국사회의 불평등의 완성자로 386세대를 지목하고 있는 거네요. 386세대가 읽으면 억울하지 않을까요?
김경윤 그런 점에서 논쟁을 유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저는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는 책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에서 논쟁을 유발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이 아니라 수많은 질문을 양성하는 책이야말로 양서이지요.
오승재 작가님도 386세대가 아닌가요? 읽으시면서 기분이 나쁘셨나요?
김경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제가 직접적으로 불평등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을 방관한 것 같아서 얼굴이 많이 붉어졌습니다. 제 자식 세대들이 살기 좋은 평등한 세상을 만들지 못한 것이 마치 제 책임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오승재 12. 한 구절 더 읽어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는 불평등을 당하는 세대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네요.
김경윤 그러시지요. 청년세대에 대해서 쓴 240쪽을 읽어보겠습니다. “이 세대는 공정성에 훨씬 민감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위계를 통해 상층 노동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기득권층이 품앗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특혜를 주어 취직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자, 이 세대는 취업 문이 실제 수치보다 더 ‘좁아졌다’라고 느낀다. 다시 말해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쟁의 실상에 대해 이전 세대들보다 더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더구나 계급(계층) 간 사회이동성이 낮아지며 상층계급이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여론을 통해 거듭 공유되면서, 현 청년 세대는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비를 일찍부터 ‘내면화’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미 아파트가 여러 채 있는 조부모를 뒀거나 자기 명의의 집과 건물이 있는 친구들을 보며 자란 세대인 것이다. 상층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은 좁아지고 진입하고자 하는 경쟁자들은 많아졌는데, 불공정한 게임의 수혜자들은 점점 더 많이 눈에 띄는 형국이다. 게다가 상층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월급쟁이 수입으로는 서울에서 집 한 채 장만하기가 요원해지면서, 집단적으로 흙수저 신세를 한탄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게임의 참가자들의 수는 늘고 경쟁은 격화되었지만, 게임의 결과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어쩌면 영원히 ‘공정한 게임’을 희구하는 세대다. (240~41쪽)
오승재 이 책 역시 앞에 책과 마찬가지로 공정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군요. 우리 시대의 화두가 공정성임이 드러나네요.
김경윤 네, 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얼마전 연설을 했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공정’입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마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확인할 수 있지요.
오승재 저도 이번 주간에는 공정성에 대해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대와 관련된 두 권의 책을 참새방앗간 지기 김경윤 작가님의 추천으로 만나봤습니다. 즐거웠습니다!
김경윤 네, 감사합니다.
<방송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