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북드라망)
오승재 새로 나온 책도 소개해드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지혜와 지식도 나눕니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해서 인문학놀이터 ‘참새방앗간’ 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윤 작가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경윤 네, 반갑습니다.
오승재 1. 이번에 가져온 책들의 주제는 뭔가요?
김경윤 오늘은 아예 책의 한 부분을 읽어드려볼게요. 주제가 뭔지 맞춰보실래요?
“하늘 아래 책을 읽고 이치를 연구하는 것만큼 아름답고 고귀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 첫째로 경전을 연구하고 옛날의 진리를 배워서 성인이 펼쳐 놓은 깊고도 미묘한 비밀을 들여다본다. 둘째로 널리 인용하고 밝게 분별하여 천년의 긴 세월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시원스레 해결한다. 셋째로 호방하고 힘찬 문장 솜씨로 지혜롭고 빼어난 글을 써내어 작가들의 동산에서 거닐고 조화의 오묘한 비밀을 캐낸다. […] 이것이야말로 우주 사회의 세 가지 통쾌한 일이다.”(66쪽)
오승재 읽고 쓰기가 주제군요. 문체가 중후하네요.
김경윤 요즘 사람의 문체는 아니지요.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대왕의 문체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의 제목이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인데요. 정조대왕의 이 글에서 나왔다고 하네요. 글쓴이는 <남산강학원&감이당>이라는 지식인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씨입니다.
오승재 2. 지식인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가 특이하네요. 어떤 공동체인가요?
김경윤 학력과 연령 상관없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독서모임도 하고, 서로 강의도 하고, 함께 글도 쓰고 책도 내는 공동체인데요. 일종에 백수학교라고도 볼 수 있어요. 밥도 같이 지어먹고, 글도 쓰고, 책도 내는 공동체입니다. 2015년부터 고전과 낭송의 콜라보를 위해 동양고전 낭송집을 냈는데, 현재 46권까지 냈어요. 대중지성의 학인들이 주로 편자로 참여했어요, 이분들은 전문적인 작가도 아닌데, 읽기와 쓰기 훈련을 거쳐서 책을 내게 된 것이지요. 현재는 책만 내는 것이 아니라, Moving Vision Quest의 약자인 디지털 매거진 MVQ와 유튜브 동영상 채널 강감찬TV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형식의 글쓰기를 실험하는 일종의 디지털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매일 한 두 편씩 글이 업데이트 됩니다. 이들은 자신의 활동을 ‘글로벌’이라고 합니다.
오승재 글로벌이요? 지구적인 규모를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김경윤 그런 건 아니고요. 일종의 아재개그식 조어법인데요. 백수시대에 맞춰 글로 벌어먹고 살자고 해서 글로벌입니다.
오승재 글로 벌어먹을 수 있어서 글로벌이군요. 실제로 글로 벌어 먹을 수 있나요?
김경윤 내부 사정이야 정확히 모르지만, 현재 생산되고 있는 책의 양이나 질로 보았을 때 글로 벌어먹을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100권 넘는 책을 냈으니까요. 유튜브도 수입이 있을 것이구요.
오승재 3. 네 그렇군요. 이제는 책 이야기를 하지요. 글쓰기 관련된 책인데요. 실제로 글쓰기에 도움이 되나요? 이 책의 특징은 뭔가요?
김경윤 사실 글쓰기 관련된 책은 엄청 많이 나왔잖습니까? 혹시 기자님도 글쓰기 관련된 책을 읽어 보셨나요? 도움이 되던가요?
오승재 (간략한 답변)
김경윤 네 그러셨군요. 기존의 책들이 글쓰기의 방법론, 실전과 관련된 노우하우(know-how)를 알려주는 책이잖아요. 저 역시 작가기는 하지만,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해서 여러 권 사보았는데요. 다소 도움이 되지만 혁신적으로 도움이 된 책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고미숙씨가 쓴 책은 다른 책과는 몇 가지가 달라요.
오승재 뭐가 다른가요?
김경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1부는 글쓰기의 존재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론편이고요. 2부는 대중지성의 향연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실전편입니다. 제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1부 이론편인데요. 이론편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참 재밌어요. 고미숙씨는 ‘글쓰기’야말로 우리 생명과 존재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해요. 그러니까 글쓰기는 취미활동이나 전문적인 직업활동이 아니라, 존재 일반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가가 근거로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가 엘리트만이 글을 쓰는 시대가 아니라 대중이 엘리트가 되는 ‘대중지성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과거 엘리트와 대중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것이지요. 디지털 네트워크,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대중은 무한한 독서가 가능해졌고, 마찬가지로 다양한 글쓰기 가능한 시대라는 거지요. 사실 글을 잘 쓰는 테크닉보다 자신의 생각과 삶을 펼치는 삶의 양식이 바로 글쓰기지요. 게다가 글쓰기는 제한이 없어요. 은퇴를 해도, 무학자들도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어요. 저자는 이 시대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어요.
오승재 4. 그러니까 저자는 글쓰기를 삶의 표현 양식으로 본 거군요.
김경윤 그렇지요. 작가의 개념으로는 ‘양생과 구도’라고 하는데요. ‘양생’을 이야기해보자면,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실천방법으로 글쓰기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소유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삶을 기운을 모을 수 있는 집중하는 활동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자고 제안하고 있어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최고의 행위가 일단은 독서고 그 다음이 글쓰기라고 말하는 거지요. 다음으로 ‘구도’를 이야기하자면, 구도는 자신의 인생을 길게 보면서, 생노병사를 이해하고, 근본질문을 던지는 활동이지요. 그런 가운데 인생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구도라는 거지요.
오승재 그러니까 독서와 글쓰기는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을 잘 살기 위한 양식으로 보는 거네요. 그러면 돈벌이는 어떻게 합니까?
김경윤 고미숙씨는 자신의 지식인공동체의 사례를 들어, 공동체 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다시 말해 공부와 삶이 결합하면 밥이 생긴다고 확신합니다. 같이 공부하고 글쓰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생활방식이 생긴다는 거지요. 물론 이러한 삶이 사회적으로 화려하게 성공하는 것과는 차이가 나겠지만, 자신의 삶에 유용하고 타인에게 이로운 밥벌이가 된다는 거지요. 현재도 좋고, 나중에도 좋고, 나에게도 좋고, 타인도 이롭게 하는 것 중에 독서와 글쓰기만한 것은 없다는 거지요.
오승재 5. 저자의 표현인 글쓰기의 존재론에 대한 이야기군요. 같이 공부하고 같이 쓰고, 같이 나누자, 대중지성을 활성화하자는 거지요. 그런데 구체적인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경윤 저자는 읽기와 쓰기를 나눠서 생각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뭔가를 생산하기는 쉽지 않지요. 그래서 일반적인 틀에서는 저자 따로 독자 따로의 구조가 지속되는 거지요. 그밖에는 자본이 만들어놓은 온갖 화려한 상품과 서비스에 노출되어 쇼핑과 구매중독을 탐닉하는 이중적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거지요. 독서를 아무리해도 삶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쓰는 주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해요. 그래서 읽기와 쓰기를 나누지 말고, 쓰기 위해서 읽어보라고 제안합니다. 자신이 ‘쓰는 존재’라는 생각하면서 독서를 해보라는 거지요. 읽었으면 쓰고. 쓰기 위해서 읽어보라고 말합니다.
글쓰기의 주제는 전공과 상관 없어요. 스스로 언어를 창조하는 쓰기능력은 자신의 삶과 독서를 연결하여, 써보자는 겁니다. 저자는 이를 ‘글쓰기를 수련하기’라고 말합니다. 수련은 함께 합니다. 대중지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함께 쓰고, 발표하고, 평가하고, 글쓰기능력을 키워나가는 훈련을 합니다. 2부에서는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의와, 읽을 책, 실제 글쓰기를 보여줌으로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어요.
오승재 함께 읽고, 글쓰기를 하는 거네요. 그 역시 공동체의 활동의 일환이군요.
김경윤 네, 그렇게 읽고 쓰는 훈련을 한 사람들이 강의도 하고,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고미숙씨의 주장은 저자 개인의 노우하우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대중지성들의 집합적 실천에 대한 보고서인 셈입니다.
오승재 대중지성의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요?
김경윤 글의 분량에 따라 칼럼쓰기, 리뷰(서평)쓰기, 여행기쓰기, 에세이 쓰기 등의 프로그램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구요. 저도 이를 응용해서 실험해보고 싶은 구체적인 아이디어과 자료가 있어요.
오승재 5. 지식인공동체의 정신이 잘 녹아 있는 고미숙씨의 책을 보고 있는데요. 한 대목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김경윤 1부에 4장 ‘쓴다는 것, 그 통쾌함에 대하여’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읽어보겠습니다.
“읽으면 써야 한다. 들으면 전해야 한다. 공부도, 학습도, 지성도 최종심급은 글쓰기다. 다른 무엇일 수 없다. 그런데 왜 이런 분할선을 방치하는가? 자본의 은밀한 전략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자본은 거의 모든 장벽을 다 철폐했다. 자본의 이동에는 국경도 인종도 지역도 없다. 대신 훨씬 더 근원적이고 심오한 분할선이 있다. 상품을 만드는 자와 소비하는 자. 영화를 만드는 자와 관람하는 자. 스포츠맨과 관객, 음식을 만드는 자와 맛보는 자 등등. 이런 인식에 사로잡혀서인가. 인문학 공간에서도 지식을 전파하는 이와 지식을 구경하는 이 사이의 장벽이 견고해진 것이다. 듣는 자와 전하는 자, 쓰는 자와 읽는 자, 말하는 자와 듣는 자 - 학연, 지연, 계층보다 더 선명한 구획! 그야말로 새로운 계급의 탄생을 목격한 것이다.”
“아, 그때 알았다. 글쓰기는 나처럼 제도권에서 추방당한 이들의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수행해야 할 근원적 실천이라는 것을. 인식을 바꾸고 사유를 전환하는 활동을 매일, 매 순간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써야 한다. 쓰기를 향해 방향을 돌리면 그때 비로소 구경꾼이 아닌 생산자가 된다. 들으면 전하고, 말하면 듣고, 읽으면 쓴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 온전히 구비되어야 할 활동들이다. 신체는 그 모든 것을 원한다! 어느 하나에만 머무르면 기혈이 막혀 버린다. 막히면 아프다. 몸도 마음도. 통즉불통(‘통’하면 아프지 않다/아프면 ‘통’하지 않는다)
오승재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중지성의 시대에 새로운 독서법과 글쓰기를 소개한 고미숙씨의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를 참새방앗간 지기 김경윤 작가님의 추천으로 만나봤습니다. 즐거웠습니다!
김경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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