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 대본 쓰기 7 : 트랜드 코리아 2020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0》(미래의창)

by 김경윤

오승재 새로 나온 책도 소개해드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지혜와 지식도 나눕니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해서 인문학놀이터 ‘참새방앗간’ 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윤 작가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경윤 네, 반갑습니다.


오승재 1. 금년 들어 처음이네요. 연말연시 잘 보내셨습니까?


김경윤 네. 밀린 원고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느라 바쁘게 지냈습니다. 새해가 될 때마다 올해는 뭘 하지 생각했는데, 올해는 뭘 하지 말아야 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서 한 달을 주기로 뭐뭐하지 않기 계획을 세웠어요. 예를 들면 한 달 간 담배피우지 않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야식하지 않기, 뭘 하지 않을지 생각하니까, 하지 않아야할 것이 참으로 많더라구요. 기자님은 올 한 해 뭐 새로운 결심이나 계획을 세우셨나요?


오승재 (간략한 답변) 작가님의 질문으로 보자면, 이번 책의 주제는 한 해 계획인가 보내요?


김경윤 이번 책의 주제는 계획에 앞서 올 한 해 우리나라의 경향을 살펴보는 《트렌드 코리아 2020》입니다. 김난도 교수를 필두로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나온 책인데요. 이 분석센터는 매해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상하는 책을 발표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이 책의 특징은 매해를 상징하는 동물에 따라 트렌드를 정리하고 있어 흥미를 끕니다. 작년도는 돼지해였잖아요, 그래서 작년도의 트렌드는 돼지의 꿈인, 피기드림(PIGGY DREAM)이라는 열 개의 영어 대문자로 정리했구요, 올해는 경자년 쥐의 해잖아요. 그래서 김난도팀은 올해를 마이티마이스(MIGHTY MICE)라는 10개의 영어대문자로 시작하는 트렌드로 정리했어요.

혹시 기자님 어렸을 때 마이티 마우스라는 만화영화를 보셨나요? 양들을 늑대로부터 지키는 초능력 쥐의 이야기로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오승재 2. 네, 저도 본 기억이 나네요. 올해의 경향을 마이티 마우스로 정리했다구요?


김경윤 정확히 말하면 마이티 마우스가 아니고 마이티 마이스입니다. 마이티 마우스면 스펠링이 11자나 되니까 10자로 줄이려고 마우스의 복수형인 마이스를 쓴 것 같기도 하구요. 쥐 한 마리로는 올해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으니 집단적인 지혜와 노력을 넘자는 의미에서 여러 마리의 쥐를 뜻하는 마이스를 쓴 것이지요.


오승재 3. 약간은 억지스러운 감도 있지만, 발상은 재미나네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지요. 마이티 마이스라는 10개의 영어대문자로 시작되는 말이 2020년의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거지요?


김경윤 그렇지요. 김난도팀이 선정한 올해의 트렌드를 소개해보겠습니다.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라스트핏 이코노미

Goodness and Fairness 페어 플레이어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기술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특화생존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세대

Convenience as a Premium 편리미엄

Elevate Yourself 업글인간

등입니다.


오승재 제목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는데요. 생소한 말도 많고요. 조금더 설명해주시지요.


김경윤 네, 저도 읽으면서 처음 접하는 단어들이 참으로 많았어요. 일종의 신조어들인데, 알고 보니 널리 쓰이는 것도 많더라구요. 그냥 10개를 싸잡아서 올해의 트렌드를 정리해보자면요. 올해는 다양한 차원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구요. 이걸 멀티 페르소나라고 해요. 1인이나 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마켓컬리, 배달의 민족 등 집앞까지 편리하게 배송하는 서비스가 늘 추세구요. (라스트핏 이코노미) 회사에서도 수직문화가 아니라 평등과 공정을 중시하는 수평적 관계가 늘어나구요. (페어 플레이어) 공유 사무실, 공유공간, 쉐어 하우스, 렌트산업 등 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구매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경제활동이 늘어날 추세랍니다. (스트리밍 라이프) 그래서 이러한 추세와 경향을 따르려면 막연하게 고객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초개인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이 점차로 개발된다고 하네요.(초개인화 기술) 아울러 소비자들도 단순히 주어진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기획단계에서부터 팬심을 발휘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선한 기업을 과감하게 밀어주는 팬슈머들이 늘어난다고 하네요.


오승재 팬슈머요? 열광적 소비자란 뜻인가요?


김경윤 네. 팬과 소비자를 뜻하면 컨슈머를 합성한 말이 팬슈머지요. 이러한 열광적 소비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연하게 소비자층을 공략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명확한 타깃팅과 선택과 집중, 고객의 니즈와 만족을 끌어날 수 있는 특화생존전략이 필요한 셈이지요. 이제 적자생존이 아니라 특화생존이라고 말하네요.


오승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군요. 적자생존을 넘어선 특화생존을 하려면.


김경윤 그래서 고객만족이 아니라 초고객만족을 목표로, 불특정 다수보다 확실하게 관심있는 특정고객에게 올인하는 전략을 펼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유명한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의 타깃팅 철학에 따르면 “자신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는 32세 전문직 여성. 33세나 31세는 안 됨.” 이라는 선전문구를 쓴답니다.


오승재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사례가 있나요?


김경윤 많더라구요. 베지밀로 유명한 음료회사는 ‘5060 시니어 두유’를 개발해서 엄청난 판매를 했구요. 안마의자로 유명한 회사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수험생용 안마의자’를 개발하여 성공하기도 했어요. 상권을 특화시켜서 성공한 사례로는 다문화가정의 편의를 위해 일요일에도 은행을 여는 하나은행 광주 광산지점이나, 여대생들의 특화된 편리를 염두에 두고 파우더룸과 탈의실을 마련한 CU덕성여대점, 바다가 보이는 극장으로 특화한 매가박스 삼천포점도 있어요.


오승재 들어보니 사례가 많군요. 나머지 3가지도 설명해주시지요.


김경윤 8번째 트렌드는 오팔세대인데요. 58개띠로 대표되는 5060세대가 노년층이 아니라 새로운 중년층으로 활기찬 인생을 살아간다고 하네요. 무지개빛 영롱한 오팔 보석을 뜻하기도 하고, old people with active lives를 줄여서 오팔이라고도 한답니다. 이 새대가 우리나라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28%의 인구와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세대이기도 해서 아주 강력한 경제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군요. 얼마전 <내일은 미스트롯>이라는 복고풍 방송이 인기를 얻게된 것도 이 세대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이들은 모바일 인터넷 사용도 적극적이어서 50대가 97.6% 60대가 81.2%나 모바일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9번째 트렌드는 편리미엄인데요. 편리를 추구하는 것도 프리미엄급으로 한다는 거지요. 이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세대는 똑똑하지만 돈보다는 시간을 이용한 자신의 성장과 경험을 더 중시하는 30~40대 젊은 부모나 주부층, 1인 가구층 등인데요. 이들을 대신해서 심부름이나 육아, 교육, 가정생활을 대행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추세라네요. ‘모든 심부름을 20분이내에 2,000원부터’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김집사’가 대표적인 사례에요. 마지막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경향은 점차로 늘어나 업글인간이 많아진다고 하네요. 업그레이드는 3가지 영역에서 추구되는데요. 몸, 취미, 지식이라고 하네요. 이들은 성공보다는 성장에 더 관심이 있고, 소확행을 즐기면서 자신을 성장하는데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네요. 최근 뜨고 있는 런스타그램이나, 가치있는 여행, 깊이있는 취미활동, 뿐만 아니라 밀리의 서재나 전자책 유통사인 리디북스의 도약 등이 다 이러한 업글인간의 정력적 활동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오승재 4. 다 듣고보니, 경제와 소비는 세분화되면서 특화되고,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2020년에는 어설프게 살아서는 안 되겠는데요.


김경윤 아니, 저보다도 정리를 더 깔끔하게 하시네요. 저는 인문학 작가라서 그런지 10가지 경향 중에서 멀티 페르소나, 오팔세대, 업글인간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하나의 인격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로 무장한 확장자아의 시대, 58개띠로 불리는 5060세대가 신노년층을 형성하며 오팔보석처첨 액티브하게 삶을 살아가는 시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진 오늘의 나를 꿈꾸는 업글인간이 핫한 몸과 딥한 취미와 힙한 지식으로 무장한 시대라고 진단한 것이 긍정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더라구요. 이를 달리 해석하면 정체성을 상실한 채, 아직도 끊임없는 욕망에 시달리며, 이제는 남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시대라고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더라구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끊임없이 착취하는 과로사회로 가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됩니다.


오승재 5. 2020년이 밝지마는 않군요.


김경윤 쥐의 색깔인 회색이 흑백논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영역이라 볼 수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회색지대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2020년에 세대경제나 국내경제가 그리 밝지만은 않고요. 북미문제나 남북문제 등도 산적해 있고, 게다가 올해에는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지는 해이기도 하니, 쥐처럼 영리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야할 것 같기도 합니다. 2020이라는 이름을 어떤 기업은 gogo로 읽던데요. 조심조심 서두르지 않고 살아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승재 6. 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책에 나오는 한 대목을 소개해주시지요.


김경윤 그럴까요. 우울하게 끝나면 안 될 것 같아서 명랑한 대목 한 구절 읽어드리겠습니다. 서문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올 한 해를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읽겠습니다.

“몸이 부지런하면 마음에 근심이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냥 부지런해서는 안 된다. 트렌드 변화에 맞춰 스스로를 부지런히 바꿔나가야 한다. 쥐는 상황적응이 빠르고 부지런하기로 이름난 동물이다. 책의 표제어 ‘마이티 마이스’처럼,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 모두가 2020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히어로’들이 되기를 기원한다.(15쪽)


오승재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의 지형도를 그려준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참새방앗간 지기 김경윤 작가님의 추천으로 만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경윤 네, 감사합니다. 활기찬 한 해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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