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 대본 쓰기 8 : 청소년농부학교

김경윤,김한수,정화진《청소년 농부학교》(창비)

by 김경윤

오승재 새로 나온 책도 소개해드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지혜와 지식도 나눕니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해서 인문학놀이터 ‘참새방앗간’ 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윤 작가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경윤 네, 반갑습니다.


오승재 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수선한데 잘 지내고 계시나요?


김경윤 그러지 않아도, 온갖 공식행사들이 취소되는 바람에 갑작스런 한가함을 맞지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도 힘들어졌다는데, 이 사태가 빨리 잡혔으면 좋겠네요. 얼마 전에 보름을 맞이해서 원당에 새로 마련한 농장에 지어진 지렁이도서관 개관식에 갔다왔는데 초청하신 분들이 많이 오지 않아 조촐하게 개관식을 했습니다.


오승재 지렁이도서관이라는 이름이 재미나네요. 농장에 도서관도 있나요?


김경윤 지역의 작가들이 함께 만든 농장이어서 다들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모아 6평짜리 도서관을 하나 만들었어요. 농장활동이 본격화되면 아이들도 많이 방문하는데, 아이들이 편히 쉴 곳이기도 하구요. 전통적으로는 설날부터 보름까지가 휴가철이구요. 보름이 지나면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이라 다들 바쁘게 살아요. 도시에 살다보니 그러한 전통은 사라졌지만, 농사를 지으려면 전통적인 절기도 잘 따져야해요.


오승재 글쓰고 강연하시기도 바쁘실 텐데, 농사도 지으시네요.


김경윤 재미로 지은 우리집 가훈이 ‘국영수 대신 의식주’라서 의식주 문제를 잘 해결해보려구요. 특히 먹고 사는 게 제일 힘들잖아요. 먹고 살려면 빌어먹든지, 벌어먹든지, 지어먹든지 해야 할텐데, 농사를 지어먹으면 부식비가 많이 줄어들고, 유기농으로 지어먹으니 건강도 챙길 수 있어요.


오승재 건강도 챙기도 부식비도 줄고, 지어먹는 게 일거양득이네요. 오늘은 무슨 책을 가지고 오셨나요?


김경윤 말나온 김에 같이 농사짓던 작가들이 그간의 농사경험을 모아 쓴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창비에서 나온 《청소년 농부학교》입니다. 나랑 같이 청소년들과 농사를 지었던 두 소설가 김한수, 정화진과 함께 쓴 책입니다.


오승재 2. 청소년들과 농사를 지었다구요? 역사가 얼마나 되나요?


김경윤 2015년부터 지역의 청소년들과 주말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으니까 햇수로 6년이 되네요. 2015년도에는 제가 청소년농부학교 교장도 맡았어요. 지금은 경기도 교육청과 고양시 교육청의 후원을 받아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승재 그러면 작가님을 포함하여 3분이 같이 지은 책이군요. 책을 쓰는데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셨나요?


김경윤 손재주 담당은 김한수 작가가, 지성 담당은 제가, 감성 담당은 정화진 작가가 따로 집필해서 함께 감수를 했습니다. 쉽게 말해 몸으로 농사짓는 것을 집필한 것은 김한수작가가 했구요. 저는 농사짓는 것과 연관된 인문학적 분야를. 정화진 작가는 놀이와 요리부분을 담당했습니다. 청소년농부학교 진행이 한 시간은 교육과 농사, 한 시간은 놀이, 한 시간은 직접 밭에서 난 작물로 요리를 해 먹었거든요.


오승재 3. 농사짓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아이들이 좋아하던가요?


김경윤 전업농으로 농사짓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주로 주말에 3시간 정도 함께 짓고, 놀고, 먹는 일은 정말로 재밌어 하더라구요. 학교 커리큘럼도 한 시간 공부, 한 시간 놀이, 한 시간 간식하면 재밌어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니라 탁 트인 야외 밭에서 비경쟁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라 새로운 경험과 교육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아이들도 의무봉사시간으로 농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아주 좋아하더구요.


오승재 아이들이 변화하던가요?


김경윤 우선 자기가 직접 지은 작물로 요리를 해먹으니까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더라구요. 그리고 직접 소출한 것을 집으로 가져가니까 부모님들도 좋아하시구요. 아이들은 소비하는 것으로만 컸잖아요. 그런데 농사를 짓는 것은 생명을 생산하는 일이니,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지요. 마트에서 사먹은 것이 아니라 직접 성장하는 모습을 본 작물들이라 자기 자식을 돌보듯이 하더라구요. 자신이 심어놓은 것은 얼마나 정성스럽게 관찰하고 돌보던지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많이 배웠지요.


오승재 아, 그렇군요. 그럼 책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요? 아이들과의 경험이 잘 녹여있나요?


김경윤 네. 농사를 지으면 매시기마다 사진도 많이 찍어놔서 책을 만드는 데 아주 도움이 되었어요. 책은 농사를 짓는 24절기에 맞춰 매 절기별로 심고 가꾸고 거두어야할 것들, 농사를 지을 때 계획하고 주의해야할 일과 작물의 특징들, 사용해야할 농기구들, 작물로 할 수 있는 요리와 밭에서 놀 수 있는 놀이들을 입체적으로 구어체로 설명해놓았어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3월 20일)부터 밭을 갈고, 감자와 완두콩을 심는데서 출발해서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11월 8일)에 김장을 담그는 것까지 시기별로 해야할 일을 기록해놓았지요.


오승재 그러면 이 책 한 권을 지침삼아서 농사를 지어도 되겠네요. 요즘 아이들은 절기를 잘 모를 텐데요?


김경윤 절기를 모르는 게 어디 아이들뿐이겠습니까? 농사에서 점점 멀어진 도시인들도 절기를 모르고 살지요. 예전에는 절기를 아는 사람을 ‘철들었다’고 이야기하는데, 현대인들은 철들기는 힘들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것을 탓할 필요는 없구요. 도시에 살면서도 조그마한 땅만 있으면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심지어는 땅이 없더라도 상자텃밭이라도 만들어 얼마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욕심부리지 말고 조그맣게라도 농사를 지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운영하는 청소년도서관은 도심 한 가운데 있지만, 앞마당에 상자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다보니 주변분들이 신기해하면서 구경하러 오시곤 해요. 이 책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종의 농사교과서라고 보면 되겠네요.


오승재 그러면 도시인을 위한 농사교과서라고 해도 될까요?


김경윤 그럼요. 우리나라 같이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는 곳에서 도시인들도 적게나마 농사를 지으면, 식량 자급률도 높이고, 농사의 소중함도 알 수 있고, 농촌지역과 연계도 할 수 있어서 미래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는 전업농이 아니라서 자신이 먹을 것만 지으면 되니까, 화약비료 안 쓰고, 농약도 치지 않고, 비닐도 덮지 않는 3무농법으로 지으니, 땅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농사를 지을 마음만 있으면, 인터넷이나 단체들에게서 도움과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어요.


오승재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실험해볼만 하네요.


김경윤 그렇지요. 실제로 학교 운동장 주변이나 옥상을 이용하여 텃밭농사를 짓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요. 농사는 사향산업이 아니라 사람과 땅과 생명을 함께 살리는 미래산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학교선생님들도 농부학교에 많이들 오셔서 운영방법이나 농사방법을 배워가고 있지요. 저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주 작게라도 자신이 먹을 것을 직접 키워보는 체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소비의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한 생산활동을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오승재 4. 농사가 먹는 문제만이 아니라 가치관을 바꾸고, 생활방식을 바꾸고, 생명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문제로까지 연결되어 있네요. 저도 금년도에 작게나마 농사를 지어볼까 생각하는 만드시네요.


김경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EBS 앞 마당에 꽃도 심고, 방울토마토도 심고, 고추도 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교육방송국에 견학 오는 것 자체가 생태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면 정말로 금상첨화지요. 사장님한테 편지라도 보낼까요?


오승재 5. (웃음) 그건 알아서 용기를 내보시구요. 책의 한 대목을 소개해주시지요.


김경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들풀의 생존법을 이야기한 대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풀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그 끈질긴 생명력? 아니면 다른 것도 배울 것이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경쟁과 성공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는 늘 경쟁 속에서 살아왔어. 학교에서는 성적 경쟁, 사회에 나가면 성과 경쟁, 누가 더 많이 버나 소득 경쟁, 누가 더 멋지고 잘 생겼나 외모 경쟁……. 경쟁은 항상 상대방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지. 그리고 상대방을 이기고 더 놓은 자리에 올라가고,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을 성공이라고 말해 왔어. 마치 메타세쿼이아처럼 높게만 높게만 자라려고 했지. 그래서 다른 것들 위에 군림하는 삶을 살도록 말이야.

하지만 들풀들은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멋지게 생존하고 있어. 더 높은 곳에 오르려하기보다는 더 낮게 더 깊게 자라려고 노력하지. 위로만 솟으려 하지 않고, 옆으로 옆으로 뻗어 나가. 아래로 아래로 파고들지. 그래서 땅을 살리고, 땅속의 생명들을 살리고, 땅 위에서 사는 생명들도 돌보는 역할을 해. 이러한 삶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공존과 공생, 연대와 나눔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들풀처럼 옆으로 가지를 뻗고, 낮은 자세로 살아가는 생존 전략은 보기에는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건강하고 튼튼한 방법이야. 실속 없이 덩치만 키우는 전략보다는 작지만 내실을 갖는 들풀이 더욱 오래 살아남는 법이지. 태풍이 불면 커다란 나무들은 가지가 부러지고 결국 뿌리째 뽑히기도 하지만, 낮게 자라는 들풀들은 아무리 거대한 광풍이 몰아쳐도 부러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


오승재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소년농부학교를 직접 운영했던 3명의 작가들이 함께 만든 책 《청소년 농부 학교》를 참새방앗간 지기 김경윤 작가님의 추천으로 만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경윤 네, 감사합니다.


<방송 듣기>

https://home.ebs.co.kr:443/okija/replay/16/view?courseId=10201098&stepId=20003080&prodId=131557&lectId=20236504&lectNm=&bsktPchsYn=&prodDetlId=&oderProdClsCd=&prodFig=&vod=&oderProdDetlClsCd=&page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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