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진 작가, 《슬픈 노벨상》(파란자전거)
오승재 새로 나온 책도 소개해드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지혜와 지식도 나눕니다.
<오기자의 오, 서재!>.
오늘 이 시간을 위해서 인문학놀이터 ‘참새방앗간’ 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윤 작가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경윤 네, 반갑습니다.
오승재 1. 이번에 가져온 책들의 주제는 뭔가요?
김경윤 오늘의 주제는 노벨상입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될 때마다 온갖 언론에서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그 대상자가 혹시나 선정될까 기대도 하지만 항상 실패했죠. 다행이 우리나라에도 노벨 평화상 수장자가 1명 배출되기는 했지만요. 2014년 김대중 전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요. 노벨상 수상은 1901년부터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펑화상 다섯 분야에서 수상자를 발표하고 시상했는데요. 1969년부터는 경제학상도 추가되었어요. 스웨덴 과학자이자 대부호였던 노벨의 유산 중 63%를 스톡홀름 학술원에 기증하여, 마련된 기금의 수익으로 시상하고 있어요. 그런데 단 하나의 분야는 스웨덴 스톡홀름이 아니라 노르웨이의 오슬로 시청에서 시상하고 있는데 어떤 분야인지 맟춰보시지요.
오승재 노벨 평화상 아닌가요?
김경윤 맞습니다. 노벨 평화상은 스웨덴의 기구가 아닌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에서 수여하도록 했어요.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대략 3가지 설이 있어요. 첫째가 노벨이 유언장 작성한 1895년에 노르웨이가 스웨텐과 합병된 상태였다는 설, 둘째는 노르웨이가 국제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기여해서 정했다는 설, 셋째는 노벨이 당시 평화운동가였던 노르웨이 작가 들을 존경해서 그렇게 정했다는 설이 있어요.
오승재 2. 그런데 오늘 가지고 나오신 책은 정화진 작가가 쓴 《슬픈 노벨상》이네요. 왜 하필 제목이 ‘슬픈 노벨상’이지요?
김경윤 노벨상이 과학을 발전시켜 인류를 구하고 평화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수상하는 것인데요. 그 수상자들의 과학적 발명이나 발견이 한편으로는 인류의 삶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커다란 재앙을 일으키기도 했다는 점에서 노벨상의 밝음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제목을 붙인 것 같습니다.
오승재 저자는 어떤 사례를 예로 들고 있나요?
김경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도 노벨 자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업사회에 맞춰서 획기적인 폭발물인 다이너마이트나 군용화약인 발리스타이트를 발명했고, 폭약을 안정적으로 터뜨릴 수 있는 뇌관을 발명한 노벨은 그러한 기술 개발로 인해 막대한 재산을 모으기도 했지만, 전쟁터에 쓰일 무기들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엄청난 참상을 불러오기도 했지요.
뿐만 아니라,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스위스 출신의 파울 헤르만 뮐러는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한 구원의 신이라는 DDT를 개발하여 전염병을 퇴치했지만, DDT의 부작용으로 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하기도 했지요.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이 1962년에 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은 바로 이러한 DDT의 참상을 고발한 작품으로 그 위험성을 전세계에 알렸어요.
오승재 그 DDT라는 게 어렸을 때 여름철 모기나 이를 잡겠다고 온동네를 돌아다닌 약차에서 뿌린 흰 색 연기를 말하는 건가요?
김경윤 ‘외로운 늑대’라 불렸던 뮐러가 연구실에서 화합한 350번째 화합물인 DDT는 제가 어렸을 때, 이를 잡겠다고 아예 머리에 뿌려주거나, 모기 등 해충을 잡기 위한 예방책으로 차에서 연기형태로 뿌렸던 살충제지요. 그때 동네의 아이들이 그 차가 오면 뒤를 따라 온 동네를 뛰어다녔는데요. 위험성을 몰랐기에 동네 어른들은 그저 웃으며 아이들을 지켜보고만 있었지요. 사실은 그 살충제가 온 세계에 펴져서 남극이나 북극에서 살고 있던 팽귄이나 곰의 몸속에서도 발견되었고요, 산모의 모유 속에서도 발견되었어요. 유방암을 일으키기도 했고요, 이제는 일부 아프리카 나라를 제외하고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 살충제입니다.
오승재 3. 《슬픈 노벨상》을 쓴 저자의 이력도 특이한데요. 저자가 뽑은 다른 사례도 있나요?
김경윤 저자인 정화진은 80년대에 소설을 써서 등단했던 유명소설가인데요. 2011년에 고양시로 이사 와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농부학교를 진행하면서, 생명을 살리는 농사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다가 이런 책까지 내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실제로 농사를 짓고 살아보면서 생겨난 궁금증을 파고들어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 기록한 결과라 할 수 있지요.
저자가 든 다른 사례는 알렉산더 플레밍이 개발한 항생제이자, ‘날개 없는 천사’로 알려진 페니실린의 예가 있어요. 실제로 플레밍과 이후 이를 더 대중화시킨 플로리와 체인 박사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지요.
오승재 페니실린이라면 전쟁 중에 세균으로 감염된 병사나 사람들을 구원한 약품 아닌가요?
김경윤 네 그렇지요. 사실 페니실린 덕분에 수많은 군인과 일반 시민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문제는 페니실린이 대량 공급되자, 몸 안에 있는 세균이 내성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지요. 항생제의 남용에 따라 세균도 그만큼 내성을 가진 세균으로 전화하고, 더 강한 항생제, 더 강한 세균, 더더욱 강한 항생제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지요. 설사에는 클로로마이신, 피부에는 네오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등 뒤에 ~마이신이 붙은 수많은 항생제가 개발되지요. 제가 어렸을 때 ‘까닥 마이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항생제는 아무 병이나 먹으면 낫는 만능치료제처럼 남용되었어요. 지금도 사실 병원에서는 항생제를 엄청 많이 처방하지요. 문제는 이러한 항생제가 남용될수록 약효가 먹히지 않는 수퍼박테리아가 탄생한다는 점이에요.
오승재 몸을 살리려고 만든 항생제가 몸을 망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군요.
김경윤 문제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지요. 대량으로 축산하는 소나 돼지, 닭은 세균 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항시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이러한 항생제는 사라지지 않고 몸 속에 축적되어, 그것을 먹는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점도 기억해야 해요. 뿐만 아니라 가축들의 분뇨에서도 항생제가 있기 때문에 자연 전체에 항생제가 퍼져나가면서 그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수퍼세균들도 쉽게 퍼져나간다는 거지요. 우리나라는 서글프게도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항생제를 쓰는 나라로 기록되어 있어요. 병원, 축산업, 양식업 등 모든 분야에서 항생제를 남용하는 나라에 속하지요.
오승재 4. 알면 알수록 무서운데요. 혹시 더 무서운 사례도 있나요?
김경윤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프리츠 하버의 사례가 있어요. 이 과학자는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하여 질소화학비료를 만듦으로써 인류의 기아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사람인데요. 질소와 수소를 결합하여 암모니아를 만들어 질소비료를 만드는 하버-보슈법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어요.
오승재 그건 무서운 사례가 아닌 것 같은데요.
김경윤 그런데 유대인이지만 독일에 충성했던 하버는 제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군에게 인류 최초로 화학가스를 사용하여 대량학살을 자행한 인물이기도 해요. 그때 뿌린 독가스가 바로 염소가스인데요. 공기와 섞이면 녹황색의 기체가 되고, 물과 만나면 염산이 되지요. 우리의 몸의 대부분이 물이니까 이 가스를 마시면 염산을 마신것과 같은 효과를 초래하지요. 과학자가 살인마가 된 것이지요.
오승재 전쟁에서 과학자를 이용한 사례군요.
김경윤 이용했다기보다는 하버의 경우, 군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학전쟁을 주장해서 실천한 사례예요. 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자축을 벌이던 중 하버의 아내인 클라라는 하버의 총으로 자살을 하지요. 하지만 전쟁광이 된 하버는 이후로도 계속 새로운 화학가스를 만들어서 전쟁에 이용해요. 이후 다른 나라들도 화학무기를 사용해서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가스로 인해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후유증을 앓다가 죽은 사람들은 그 열배가 넘었다고 하네요.
오승재 정말 무서운 사례네요.
김경윤 더욱 비극적인 것은 하버가 개발한 ‘지클론 A’라는 살충제는 곡물 속에 벌레를 전멸시키는 강력한 살충제였는데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이를 더 강하게 변형시켜 ‘지클론 B’를 만들지요. 이 살충제가 어디에 쓰여졌는지 짐작하시지요?
오승재 혹시 유태인 학살에 사용되나요?
김경윤 네 하버는 1934년에 사망했으니까, 자신이 개발한 강력한 살충제가 자신의 동족을 수백만 명과 자신의 친척까지 학살하는 데 사용될지는 몰랐을 겁니다.
오승재 5. 과학의 발명이 잘못 사용되면 어떤 참상이 초래되는 지 생생하게 경험한 인류의 사례가 되겠네요.
김경윤 하버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화학비료를 만들 수 있는 원리 때문에 받았는데요. 혹시 화학비료가 발명되기 전에는 어떤 비료들이 사용되었다고 생각하세요?
오승재 전통적인 비료라면 가축이나 동물들의 분뇨 아닐까요?
김경윤 네. 맞아요. 인류 역사상 세똥 전쟁이라 불리는 칠레와 페루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이 있어요. 인간에게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필수영양 요소인 것처럼 작물이 성장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질소, 인산, 칼리(칼륨)인데요. 페루 남쪽 해안에 친차 군도에 새똥으로 만들어진 섬이 있었는데, 페루가 처음에는 그 가치를 모르고 헐값에 유럽과 미국에 공급하다가 중지하자, 이 새똥을 둘러싼 전쟁이 1879년부터 1883년까지 5년 동안 치러져요. 남미 태평양 전쟁으로 공식화된 이 전쟁은 강대국의 지원을 받은 칠레가 승리를 거두고요. 화학비료가 발명되기 전까지 주요 비료의 재료가 되지요.
오승재 6. 그러면 프리츠 하버는 새똥 전쟁을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영웅이 되겠네요. 역설적이네요.
김경윤 하버가 노벨상을 수상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공기로 빵을 만든 사람’아라고 했대요. 엄청난 찬사지요. 하지만 화학비료가 반드시 인류에게 좋은 영향만을 준 건 아닙니다.
오승재 화학비료에도 부작용이 있다는 거군요.
김경윤 그렇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시화와 인구집중, 인구증가에 따라 식량난을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화학비료였어요. 우리나라도 화학비료공장을 만드는데 역점을 두었고요. 전세계적으로 화학비료공장이 세워졌지요. 문제는 이 화학비료로 인해 토양과 물이 오염되고, 오염된 토양과 물에서 자라난 생명체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농촌의 지하수를 먹고 생긴 블루베이비병, 물에서 발생하는 녹조나 적조 현상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들도 위협하였고, 화학비료 덕에 영양분 걱정하지 않고 내성없이 자란 작물들은 병충해에 지극히 약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토양도 산성화되자 비료의 양도 늘려야 했구요, 면역력이 약화된 작물에 농약도 많이 칠 수밖에 없었지요. 생태계 전체의 악순환을 멈출 수 없었어요.
오승재 7. 산 넘어 산이군요.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커다란 기여도 했지만, 생태계의 파괴와 죽음을 초래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슬픈 노벨상》이라는 제목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김경윤 그밖에도, 아니 더 중요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핵 발전과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사례도 마찬가지예요.
우라늄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194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독일인 오토 한은 히틀러의 명령으로 독일과학자들과 함께 영국에서 ‘우라늄 클럽’에 들어가 핵무기 개발을 했구요. 반대편 미국에서는 ‘맨해튼 프로젝트’로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요.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미국의 승리로 돌아갔구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판이 터짐으로 2차 세계대전이 종결을 맞이하게 되지요. 이후 핵개발은 전쟁에서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등 엄청난 재앙을 낳았지요.
한편 ‘소노라64호’라는 새로운 밀 품종을 개발해 수많은 사람을 기아에서 구했다는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농학자 노먼 볼로그 박사의 예도 기억할만한 데요. 그가 개발한 밀품종인 ‘소노라 64호’는 전세계로 퍼져나가 10억 명의 기아자를 구했다고 해서 그를 ‘10억의 사나이’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1980suseo 이후 박사의 후예들은 교배나 선택을 거친 종자개발법을 능가하는 유전공학기술로 DNA의 구조 자체를 변형시키는 유전자 변형 생명체를 만들어내지요. 주로 몬산토 등 다국적 기업에 의해서 세계식량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 GMO의 역습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우리에게 경감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오승재 8.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가 과학의 발전에야 열광했지,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 이면에 놓여진 그림자는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책의 한 대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김경윤 저자가 이 모든 것을 검토한 후에 독자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담겨있는 마지막 대목을 읽어드리는 게 좋겠네요.
“인간을 포함한 자연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나 방법, 때로는 사라진 전통적 방법들까지 찾아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인류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인류는 늘 방법을 찾으면서 전화해 왔으니까요. 중요한 점은 우리도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당장 눈앞에 펼쳐진 이익보다 멀리 봤을 때 나 자신과 후손들, 그리고 우리를 품고 있는 모든 자연에 이로울지를 곰곰이 생각해야겠지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우는 자세일 테니까요.”(188쪽)
오승재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벨상의 밝음과 어두운 면을 함께 살펴본 정화진 작가의 《슬픈 노벨상》을 참새방앗간 지기 김경윤 작가님의 추천으로 만나봤습니다. 즐거웠습니다!
김경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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