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작업노트 : 목차 놀이

글(쓰기)는 00와 같다, ~~하는

by 김경윤

코로나 19로 의기소침해질 때, 나의 기분전환법은 독서와 글쓰기이다. 대부분 특정한 목표를 향해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섬광처럼,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듯 메모 몇 자 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한 번 진척 시켜봐' 생각하고 1시간 남짓 '목차 놀이'를 했다. 일명 단상쓰기식 목차 놀이법이다. 목차 놀이법의 재미는 '차이나는 반복'에 있다.

"글은 00와 같다, ~~하는"이라는 문장구조를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순서없이 열거해봤다. 순서는 나중에 카드처럼 만들어 재배열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만든 50개의 목차 제목. 이런 목차 놀이의 즐거움은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01. 글은 식사와 같다, 매일 써야 하는

02. 글은 변명과 같다, 이유가 있어야 하는.

03. 글은 시험과 같다,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닌.

04. 글은 배설과 같다, 버릴 때는 버려야 하는.

05. 글은 적금과 같다, 꾸준히 쌓아둬야 하는.

06. 글은 농사와 같다, 규모와 시기를 알아야 하는.

07. 글은 면접과 같다, 상대방을 파악해야 하는.

08. 글은 성형과 같다, 깎고 다듬어야 하는.

09. 글은 거울과 같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10. 글은 전시와 같다, 배치와 배열이 중요한

11. 글은 도박과 같다, 어떤 패를 먼저 내놓느냐가 중요한.

12. 글은 음식과 같다, 재료가 신선해야 하는.

13. 글은 미팅과 같다, 첫인상이 중요한.

14. 글은 사냥과 같다, 사냥감이 풍부한 곳으로 가야하는.

15. 글은 그림과 같다, 밑그림부터 그려야 하는.

16. 글은 시합과 같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17. 글은 번역과 같다, 생각과 글은 다른.

18. 글을 헬스와 같다, 가장 고통스러울 때가 가장 좋은 때인.

19. 글은 산책과 같다, 우연을 즐겨야 하는.

20. 글은 출산과 같다, 오랫동안 품고 키워야 하는.

21. 글은 댄스와 같다, 파트너를 잘 만나야 하는.

22. 글은 뽑기와 같다, 무엇이 나올지 잘 모르는.

23. 글은 연애와 같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는.

24. 글은 고백과 같다, 솔직해야 하는.

25. 글은 우주와 같다, 무궁무진한.

26, 글은 바람과 같다, 많은 글감이 스치고 지나가는.

27. 글은 음주와 같다, 중독되는.

28. 글은 향수와 같다, 제각기 고유한 향기가 나는.

29. 글은 사진과 같다,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는.

30. 글은 좀비와 같다, 죽었으나 살아있는.

31. 글은 장미와 같다, 아름답지만 다루기 어려운.

32. 글은 퍼즐과 같다, 맞춰져야 끝이 나는.

33. 글은 요리와 같다. 순서를 지켜야 하는.

34. 글은 건축과 같다, 무엇보다 쓸모가 있어야 하는.

35, 글은 대화와 같다, 주고받아야만 하는.

36. 글은 안경과 같다, 색깔과 도수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이는.

37. 글은 낙수와 같다, 끝내 바위마저 뚫는.

38. 글은 면허와 같다, 완벽해야 시작하는 것이 아닌.

39. 글은 골절과 같다, 아물면 더 단단해지는.

40. 글은 싸움과 같다, 좋은 적수가 필요한.

41. 글은 놀이와 같다, 정해진 규칙은 없는.

42. 글은 백지와 같다, 시작해야 하는.

43. 글은 희망과 같다, 아무 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인.

44. 글은 깃발과 같다,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45. 글은 흉터와 같다, 과거가 보이는.

46. 글은 자식과 같다, 미우나 고우나 사랑하는.

47. 글은 빈잔과 같다, 항상 새로 채워야 하는.

48. 글은 양파와 같다, 까면 깔수록 매워지는.

49. 글은 휴지와 같다, 풀어야 사용할 수 있는.

50. 글은 인생과 같다, 결국은 종착지가 있는.


여러분도 설삼아 여러분이 쓰고자 하는 책의 목차를 이렇게 써보면 어떨까? 시간도 잘 가고, 참신한 발상이 떠오르기도 하니 금상첨화, 일거양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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