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윤 May 19. 2020

2020 독서노트 : 복주환의 생각정리

복주환, 《생각정리스피치》(천그루숲, 2018)

『생각정리스킬』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생각정리의 새로운 모습을 재발견하게 해주고, 근본적으로 생각정리를 못하는 이유를 제시한 뒤 복잡한 생각을 스마트하게 정리하는 방법과 단순한 생각을 아이디어로 기획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독서정리스킬과 생각정리를 잘하면 스피치는 덤이라는 원리를 설명하고 인생을 바꾸는 생각정리의 힘을 제시함으로써 생각정리스킬을 통해 인생이 변화되고 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생각정리스킬 165쪽)   

  

분석한 스타강사의 논리를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 뼈대는 남기고 내용만 바꾼다. 티 나지 않게 단어를 바꿔보자. 놀랍게도 스타강사가 말했을 때 감동하는 타이밍에 내가 말해도 청중은 감동하고, 스타강사가 말했을 때 박수 받는 타이밍에 내가 말해도 박수를 받게 된다. 애당초 그런 논리였기 때문이다. (생각정리스피치 59쪽)          


후배 기획자와 《000책》 시리즈를 쓰기 위해 기획회의를 계속하고 있다. 책읽기, 글쓰기, 말하기, 책쓰기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의견을 모으고 서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다. 보통 책쓰기 과정이 저자의 아이디어와 원고를 검토하고, 구체적인 기획안과 계약서가 나오고, 계약 후 집필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이번에 기획회의는 그와는 다른 식의, 충분한 토론과 검토 등을 통해 전체의 틀과 내용을 구상한 후, 집필을 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책쓰기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기획자가 경쟁모델로 가져온 책은 복주환이 쓴 《생각정리스피치》(천그루숲, 2018)이었다. 검토용 책을 읽어보니 이 책보다 이전에 《생각정리스킬》(2017)이 먼저 나왔고, 후속작이 스피치이고, 다음 책이 《생각정리기획력》(2019)였다. ‘스킬’이라는 책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더욱 구체화되어 2권의 시리즈물이 더 나온 셈이다. 스킬(2017)과 스피치(2018) 순으로 읽어봐야겠구나 생각이 들어. 스킬도 구입해서 읽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젊었을 때부터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인드맵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법을 익혔고, 로직트리나 만다라트 등 생각정리 스킬 등을 더 장착하여 자신만의 생각정리법을 정리하여 강의도 하고 책도 쓰는 유명강사였다. 그가 쓴 책은 모두 자기계발/실용분야에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그의 강의도 대기업이나 대학 등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한마디로 생각을 정리하는 기술을 익혀, 그것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출판, 강의계의 스타(?)였던 셈.

생각정리 스킬과 스피치 책을 읽으며 참 성실하고 꼼꼼한 작가로구나, 강의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강사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서 참으로 오랫동안 참으로 끈질긴 노력을 하였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일이든 10년을 하면 경지에 도달한다는 데, 생각 정리를 위해서 10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한 한 젊은이에게 박수를 크게 쳐줘야겠다.

그는 강사로서도 성공하기 위하여 수많은 스피치 강사들의 강의를 정리하고, 거기에서 그들이 유명하게 되었고 스킬은 무엇일까 연구하였다. 손석희, 김제동, 설민석, 김미경, 김창옥, 조승연, 김지윤 등 말 잘하는 스타강사들의 기술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힘썼다. 스피치 책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잘 베어들어 설득력을 높였다.

첫 책이었던 생각정리스킬은 약간 딱딱한 매뉴얼 같았는데, 생각정리스피치에 와서는 그보다는 부드럽고 더욱 구체적인 사례가 많아 술술 읽혔다. 이 책들은 작가이자 강사인 나에게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을 더 채워야 할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에 감사한다.

한편 이 책을 쓴 복주환과 나와의 차이점도 선명하게 알아챌 수 있었다. 복주환은 형식(스킬)을 중요시했다면, 나는 내용(콘텐츠)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복주 환의 글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이 콘텐츠에 담겨있는 가치관이나 철학, 그러한 자신의 활동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가 잘 안 보였던 것이다. 잘 정리하고, 잘 쓰고, 잘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내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한 귀퉁이에서 떠나지 않았다. 희망과 낙관으로 포장된 강의, 스킬로 채워진 형식주의는 어디까지 유용한 것일까? 청중들이나 독자가 감동을 하면 끝나는 것일까?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이 매력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 멋진 행색 속에 무엇이 담겨야 할 지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꼰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추신> 스킬과 스피치를 내처 읽었으니 이번에는 《생각정리기획력》도 읽어봐야겠다. 1년 사이 저자는 또 얼마나 성장하고, 전진했을까? 내가 문제제기한 가치관과 철학의 모호함이 이번 책에서는 극복되어 있을까? 이런저런 점들이 궁금하여 동네서점에 주문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0 독서노트 : 우치다 타츠루의 이야기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