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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n 30. 2020

2020 독서노트 70 : 조지 오웰

피에르 크리스탱, 세바스티앵 베르디에,《조지 오웰》(마농지, 2020)

(‘역겨운’) 미국만화

괴상한 고학자들이 비밀 실험실에서 원자폭탄을 만들고, 슈퍼맨이 구름 사이를 날아다니고, 기관총 탄알들이 마치 완두콩처럼 그의 가슴에 맞고 튀어 날아가는, 혹은 금발의 여자들이 강철로 된 로봇과 길이 15미터의 공룡들에게 강간당하는 컬러 만화들을 자라나는 이이들에게 읽히면서 어느 누가 두렵지 않겠는가? (108쪽)     


휴양지(1940년대에 이미)

1) 결코 혼자 있는 법이 없다.

2)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3) 어떤 자연물도 마주하지 못한다.

4) 빛과 기온이 인공적으로 조절된다.

5) 도처에서 음악이 나온다. (109쪽)   

 

 

책의 삽화 중 일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 서거 7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된 그래픽 노블 《조지 오웰》(마농지, 2020)를 재밌게 봤다.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이고, 조지 오웰은 필명이다. 오웰은 그가 낚시질을 즐겨했던 강줄기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은 《동물 농장》(1945년)과 《1984년》(1949년)이지만, 이 두 작품은 47세로 죽은 그의 말년에 해당하는 시기의 작품들이고, 그는 생애 전반은 무명의 작가이자, 사회적 약자의 삶에 다가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부모나 교사가 원하는 아이와는 거리가 멀었고, 독서와 자연관찰로 소일하였다. 일찍이 영제국의 식민지 경찰로 시작한 그의 공적 삶은 불만족스러워 일찍이 혐오하며 그만두었다. 그는 노숙자와 노동자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었으며, 스페인 내전에 민병대원으로 참가하여 목에 관통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쓰인 작품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년), 《카탈로니아 찬가》(1938년) 등이다. 언론인으로서 영국 BBC의 방송을 진행하고도 했고, 말년에는 입양한 아이와 시골에서 농사와 사냥, 그리고 집필에 몰두하였다. 그는 노동자의 지성과 혁명성을 믿었으나 공산주의와는 거리를 두었고, 아나키즘적 성향이 있었으나 거기에 가담하지는 않았다. 그는 저항하는 인간을 신뢰하는 사회주의자이자, 어떠한 이념도 그대로 따르지 않는 자유인이었다.


BBC에서 인도를 대상으로 선전방송을 했는데, 그는 시평을 담당했다.

처음에 책을 받아보고 책의 크기가 어린이 그림책(226*297mm) 만큼 커서 시원했다. 양장본에 160쪽에 달하는 그래픽 노블은 그의 생애 전반을 압축적이고 흥미롭게 전개해주어, 오웰의 삶을 전체적으로 개괄하고, 그의 정치적 입장과 실천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말년에 정원사이자 은둔자이며 세상의 모순을 꿰뚫어보는 견자로서의 모습은 따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림책의 특징은 유혹하기이다. 많은 정보가 없지만 매력적인 그림에 빠져서 어느덧 조지 오웰의 삶에 매료된다. 그다음이 중요한데,  이 책에서 소개된 조지 오웰의 작품들을 구입하여 읽는 일이다. 좋은 책은 다음 책으로 읽기를 연결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역시  좋은 책이다.


(추신) 위의 인용 구절은 그의 유머 넘치면서 성찰적인 글쓰기의 시평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다양한 시평, 서평, 에세이, 시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글쓰기와 관련된 구절도 재밌어서 인용한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비유를 사용하지 말 것.

같은 의미의 짧은 단어가 있다면 긴 단어를 쓰지 말 것.

불필요한 단어는 반드시 삭제할 것.

일상어에 상응하는 단어가 있다면 전문용어는 사용하지 말 것.

실수할까 봐 두렵다면 이런 규칙들은 잊어버릴 것. (110쪽)


타자기와 담배,  작가로서 그는 이 두 가지를 항상 지니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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