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의 기술

김하나, 《말하기를 말하기》 (콜라주, 2020)

by 김경윤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 나는 두 가지 대원칙을 세웠다.

첫째, 정확하고 아름답고 재치 있는 우리말을 쓸 것

둘째, 양질의 대화를 추구할 것(95쪽)

팟캐스트를 통해 작가 인터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책과 작가의 남다른 장점을 찾아내 칭찬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새 ‘칭찬폭격기’라는 별명이 내게 붙어 있었다. 작가가 미처 겸양을 차릴 새도 없이 면전에서 칭찬을 퍼부어 ‘초토화(?)’해버린다는 의미다. 작가님들은 곧잘 말씀하기를, 자신이 책을 쓸 때 알아봐주길 바라며 공들였던 부분을 내가 정확하게 끄집어내 칭찬해줘서 놀랐고 고맙다고 한다. 나는 그럴 때가 참 즐겁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데 에너지를 쓸 때가.(130쪽)


자기 스스로를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김하나 작가의 산문집 《말하기를 말하기》 (콜라주, 2020)을 읽었다. 책날개 안쪽을 보니 이렇게 프로필이 쓰여 있다. “오랜 기간 카피라이터로 활동했고 『힘 빼기의 기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공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등의 책을 썼다. 2017년부터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를 진행 중이다. 언제부터인가 강연, 공개방송, GV, 대담 진행 등 말하는 일이 쓰는 일보다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말하는 일이 쓰는 일보다 많아지는 것이 좋다는 것인지, 아쉽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김하나 작가의 경우 말하기가 쓰기보다 승(勝)한 것 같다. 이번 책을 읽는 재미보다는 그가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를 듣는 것이 더욱 흥미진진했다. 그렇다고 이번 책이 재미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산문이라서 그런지 김하나 작가의 내면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책은 김하나 작가의 성장기로 읽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내향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던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단점을 넘어설 수 있었는지, 차근차근 쉽고 친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노래할 때 ‘공기 반, 노래 반’ 불러야 잘 부를 수 있다고 말하던 어느 가수의 말마따나, 문장에 힘을 빼고 쓰니 문장이 술술 읽힌다. 술술 읽힌다고 함부로 쓴 글이 아니다. 오히려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잔뜩 힘들여 쓰는 글보다 어렵다는 것은 글 좀 써본 사람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경지이다. 힘을 빼니, 얼굴 표정도 보이고, 하고 싶은 말도 분명히 들린다.

이 책은 말하기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책의 제목처럼 ‘말하기를 말하기’에 중점을 둔다. 책 읽기와 관련된 팟캐스트를 오래 진행하다 보니,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작가를 잘 드러내도록 거드는 말하기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힘을 빼다 보니 카메라(타인의 시선)를 의식하기보다는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을 터.

팟캐스트를 진행하고픈 사람에게 이 책은 어떤 원칙을 제공한다.(95쪽) 그리고 작가는 주석처럼 해설문을 붙여놨다. 그 이야기를 인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첫째 원칙의 세부 항목으로는 ‘전체적으로는 교양있게, 추임새는 쌈마이로’가 있는데 이것은 내가 방금 지어낸 말로, 한 번도 문장으로 만들어 새겨본 것은 없는 항목이다. 95% 정도는 정확하고 아름답고 재치 있는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반듯하기만 한 말보다는 구어나 속어를 5% 정도 섞어 쓸 때 대화 분위기는 더 편안하고 유쾌해진다. 다만 이런 추임새에서도 소수자들을 소외시키는 말이나 성 인종 차별적 발언 등은 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둘째 원칙의 세부항목으로는 ‘책 많이 읽으라는 잔소리는 하지 말 것’이 있다. (99쪽)

<후기> 이 책에 부록처럼 추가된 ‘김하나의 마인드맵’은 작가가 얼마나 성실하게 책을 읽으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나는 이 몇 쪽의 마인드맵으로 이 책을 구입한 값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내가 재미를 들리고 있는 것이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는 것이라 작가가 마인드맵을 어떻게 쓰는지 보는 것은 작가의 비밀노트를 읽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수십 쪽의 줄 글보다 어떤 때는 한 쪽짜리 마인드맵이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도 한다. 한 번 실험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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