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누더기로 기운 거친 무명옷에다 삼줄로 얽어맨 신을 신고서 위나라 임금을 찾아갔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위나라 임금이 말했습니다.
“어쩌다 선생은 그토록 곤경에 빠졌습니까?”
장자가 말했습니다.
“가난한 것이지 곤경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선비에게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있고 실천할 덕목이 있는데 그것을 실행하지 못할 때 곤경에 빠지는 것입니다. 옷이 해지고 신발에 구멍이 난 것은 가난한 것이지 곤경에 빠진 것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일 뿐입니다. 임금께서는 나무에 기어오르는 원숭이를 보지 못하셨습니까? 원숭이가 단단한 녹나무나 가래나무 같은 큰 나무에 올라 나뭇가지에 매달려 지낼 때에는 의기양양합니다. 예나 봉몽 같은 화살의 명수라도 제대로 겨냥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원숭이가 산뽕나무나 가시나무나 탱자나무 같은 작은 나무 사이에 있을 때에는 위태로운 듯이 곁눈질을 하며 다니고 두려움에 덜덜 떨게 됩니다. 이것은 원숭이의 근육이나 뼈가 굳어져 유연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가 처해 있는 형세가 불편하여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같이 혼미한 임금과 어지러운 신하들 사이에 처신하면서 곤경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 해도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이것은 충신인 비간이 심장을 도려내게 된 것으로도 증명이 됩니다”
- <산목> 6
위나라 임금이 장자의 가난을 조롱할 때, 장자는 위나라의 혼탁한 정치를 비판한다. 어리석은 임금과 어지러운 신하들 사이에서 선비 노릇을 하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태로운 일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나 하려는 듯, 상(商) 나라의 충신 비간(比干)의 사례를 든다. 비간은 상나라의 마지막 왕 주왕(紂王)의 숙부였다. 그는 조카의 폭정을 바로 잡으려 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그때 주왕은 이렇게 말하며 그를 죽였다고 한다. “성인(聖人)의 심장에는 구멍이 일곱 개나 있다고 들었다. 이를 확인해보라.” 장자가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지 않은 이유였다. 개죽음을 당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한편 “가난이 곤경은 아니다.”는 장자의 말도 되새겨볼 만하다. 요즘 말로 바꾸면 “가난하다고 불행하지 않다”는 말이겠다. 과연 그런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식이 있다. ‘돈=행복’이다. 변형된 공식도 있다. ‘가난=불행’이다. 이 공식은 맞는가?
어떤 공식을 거짓임을 증명할 때는 반증 사례 하나면 된다. 그러면 그 공식이 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돈 많은 부자지만 불행한 사람의 사례는 너무도 많다. 드라마의 단골 주제라서 누구나 찾을 수 있다. 가난하지만 불행하지 않은 사람의 사례도 찾을 수 있다. 물론 부유하면서 행복한 사람도, 가난하기에 불행한 사람의 사례도 많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진실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가난하면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행불행은 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말이다.
논리적인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 확률론이라면 이야기는 살짝 달라진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한, 삶의 거의 모든 것은 상품화되어 있음으로 상품 구매를 할 수 있는 돈이 있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을 돈이 없어 못 사게 될 때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행불행을 구매욕(소유욕)에 맞추는 사람은 돈의 유무로 행불행이 결정된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면 인간의 삶은 참으로 불행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구매욕(소유욕)이 행불행을 결정하는 지배적인 욕망이라니, 그러한 욕망을 부추기는 것으로 운영되는 사회를 최고라고 생각하다니 이 얼마나 협소한 사유인가, 이 얼마나 불행한 사태인가.
인간의 행복은 구매나 소유 욕망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사실 구매나 소유 욕망도 관계 욕망의 일종에 불과하다. 나와 나, 나와 너, 나와 그들, 나와 물건, 나와 세상 만물이 좋은 관계를 맺을 때 인간은 행복하다. 나쁜 관계를 맺을 때 인간은 불행하다. 이 모든 관계에서 구매나 소유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관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사랑도, 우정도, 지혜도, 좋은 정치도 구매할 수 없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그것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나의 능력이 결합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가? 무엇이 우리를 의기양양하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