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5 : 장자의 생존법

신맛 4 - 정신 차려, 이 친구야

by 김경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장자가 조릉이라는 밤나무 숲 속을 거닐다가 이상한 까치 한 마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엄청나게 큰 날개와 눈을 가진 까치는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으로 날아가 앉았습니다. “무슨 새가 날개는 큰데도 멀리 날지 못하고, 눈이 큰데도 잘 보지 못하네.” 장자는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살금살금 숲 속으로 들어가 활을 당겨 그 새를 겨누었습니다. 그 순간 매미 한 마리가 나무 그늘에 앉아 자신의 몸조차도 잊은 채 울고 있었다. 그 매미를 잡으려고 사마귀 한 마리가 나뭇잎에 몸을 숨기고 매미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사마귀 또한 매미를 잡으려는 생각에 빠져서 아까 그 까치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까치 또한 사마귀를 잡으려는 욕심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장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구나.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재앙을 초래하는구나.” 장자는 활을 버리고 뒤돌아 도망을 치니 숲 관리인이 뒤쫓아와 장자를 나무랐습니다. 장자는 집에 돌아와서도 사흘 동안 기분이 불편했습니다. 제자인 안저가 불편해하는 이유를 물으니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뭔가에 빠져 있다가 나를 잊었다. 탁한 물을 들여다보다 맑은 물을 잊고 말았다. 스승께 들은 바로는 ”세상에 들어가면 그곳의 법을 따르라“ 했는데, 조릉에 들어갔다가 나를 잊고 말았구나. 이상한 까치가 나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기에 나도 모르게 숲까지 쫓아 들어갔는데, 숲 관리인이 나를 도둑으로 몰더구나. 그래서 나는 기분이 불편했던 거야.”

- <산목> 8


이 이야기는 묘한 먹이사슬을 표현하고 있다. ‘장자→이상한 까치→사마귀→매미’로 이어지는 사슬이다. 그런데 이 사슬에 얽혀있는 존재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자신을 잊고 있다[忘身]’는 점이다. 매미는 노래 부르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 사마귀는 매를 잡으려는 마음에, 까치는 사마귀를 잡으려는 마음에, 그리고 장자는 그 이상한 까치를 잡으려는 마음에, 모두가 외물에 정신이 빠져 정작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게 되었다. 이것이 망신(忘身)이다. 망신(亡身) 당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생사존망이 걸려있다.


이익을 좇다 보면 자신의 처지를 잊게 된다.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見利而忘其眞]. 장자마저도 까치를 좇다가 망신(忘身)하여 도둑으로 몰리는 망신(亡身)을 당하고 만다. 장자는 집에 돌아와 사흘이나 두문불출했다. 그리고 내내 기분이 불편[不庭]했다. 왜 불편했을까? 도둑으로 몰려 억울해서? 본문을 보면 마치 그런 것 같다. 마치 자신의 결백을 모르쇠 하는 숲 관리인을 원망하는 듯. 하지만 나는 장자의 불편의 원인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제자를 둘 정도의 경지에 오른 장자조차 순식간에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 바로 '눈 앞에 이익'이었다. 장자는 이 눈 앞에 이익 앞에 무너지고 마는 존재의 사슬을 보았던 것이다. 물론 그 존재의 사슬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찌 두려워 떨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작 새 한 마리에 자신을 잊고 말다니. 십 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인 셈이다. 장자의 불편은 바로 그러한 자신에 대한 통렬한 반성은 아니었을까?


세상만사가 모두 다 이렇게 얽혀있는 것이다. 이 얽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정신을 차리는 수밖에 없다. 장자 스승의 말마따나 “세상에 들어가면 그곳의 법도를 따르는 것”이다. 순종하라는 말이 아니다. 처지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이익을 좇느라 자신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맹자라면 ‘조심(操心)하라’ 거나 ‘방심(放心)하지 말라’고 말했을 것이다. 요즘 말로는 정신을 차리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장자는 자신의 실수를 통해 정신을 차리게 된다. 불편의 사흘간 장자의 생존법은 단련되었을 것이다.


<추신> 이 글을 쓰다 보니 떠오르는 노래가 하나있다. 김수철이 1989년에 발표한 <정신 차려>이다. 오래된 곡이라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동영상 링크를 걸어본다. 즐감!

https://www.youtube.com/watch?v=fmwgXoiE0o8


모르겠네 정말 난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무엇이 그리 크길래 욕심이 자꾸 커져만 가나

왜 잡으려고 하니 왜 가지려고 하니

자꾸 그럴수록 외로워져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모르겠네 정말 난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여기저기 거기 다 둘러봐도 아무런 것도 하나 없는데

왜 찾으려고 하니 왜 떠나려고 하니

자꾸 그럴수록 슬퍼져요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말로만 그래 놓고 또 또 또다시 그러면 어떡하니

자꾸자꾸 그럴수록 사람 사람이 사랑이 안보이잖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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