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6 : 낙수효과의 비극

신맛 5 - 건어물 신세

by 김경윤

건어물 신세


케터 콜비츠, <빵을!>

장자가 집이 가난하여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습니다.

감하후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내가 영지의 세금을 거두어들인 다음 선생에게 삼백 금을 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장자는 화가 나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습니다.

“제가 어제 이곳에 오는데 도중에 나를 부르는 자가 있었습니다. 돌아다보니 수레바퀴 자국 가운데에 있는 붕어였습니다. ‘붕어야,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붕어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동해의 물결을 타는 용왕의 신하입니다. 선생께서 물 한 바가지만 주시면 제가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그래 좋다, 내가 남쪽의 오나라와 월나라 왕을 만나러 가려하는데, 그들을 설득시켜 서강의 물을 끌어다가 너를 맞이하도록 하겠다. 그러면 되겠느냐?’ 그러자 붕어는 화가 났는지 얼굴빛이 변하며 이런 말을 합디다. ‘저는 항상 함께 했던 물을 잃어서 당장 몸 둘 곳이 없어졌습니다. 물 한 바가지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차라리 저를 건어물 가게에 가서 찾는 게 나을 것 같군요.’ ”

<외물> 2


낙수효과(落水效果)라는 말이 있다. 부유층이나 사업가들의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경제 전반이 더욱 개선되고, 그로 인한 혜택은 저소득층이나 하층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주장이다. 변형된 표현으로는 빅파이 이론이 있다. 파이를 먼저 크게 키워야 나눠먹을 수 있는 양도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재계에서 보도(寶刀)처럼 사용하는 이론이다. 될 놈을 밀어주자는 말도 있고, 10%가 90%를 책임진다는 말도 이와 유사하다. 정리하자면, 부익부(富益富) 빈익부(貧益富) 즉 부자가 부자가 될수록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된다는 이론이다.


당장 가난한 사람에게 헛된 꿈을 꾸게 만드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장자 시대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다. 당장 가난한 사람에게 내가 먼저 부자가 되면 너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말하는 자, 감하후와 같은 놈이다. 장자에게 필요한 것은 삼백 금이 아니다. 당장 입에 풀칠할 돈이다. 감하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부자 감하후는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면서 장자를 조롱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비열한 놈이다. 자신의 품격은 유지한 채, 상대방을 절망에 빠뜨리는 자!

장자는 조롱에 조롱으로 답한다, 물고기 이야기로 우회하면서. 물고기 한 마리 살리려고 대운하 건설을 하겠다는 꼴이라고. (우리나라에 전직 대통령이 왜 떠오를까?) 그런 개소리를 하려면 차라리 죽으라고 말하라고. 이 우화를 들은 감하후의 표정은 어떠했을까?


감하후와 같은 자는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재난기본소득을 이야기하면 그렇게 돈을 주면 게을러진다고 목청 돋우는 자, 가난은 하늘도 구제를 못한다고 운명론을 말하는 자,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윽박지르는 자, 가난의 처지에 있지 않으면서 가난을 판단하고 조롱하는 자들이 넘쳐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실직하거나 파산하거나 처지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뉴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정가에서는 논쟁 중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생존의 위협을 당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난다. 새로운 정책도 좋고, 예산안 마련도 좋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과 예산안 마련은 시급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존을 위협당하는 가난한 사람부터 건어물 가게에 생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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