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1 - 정신 차려, 이 친구야!
혜자가 양나라의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가 그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말했습니다.
“장자가 이 나라에 왔답니다. 아마도 선생의 자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혜자는 놀라 사람들을 시켜 사흘 밤낮으로 장자의 행방을 찾게 했습니다. 장자가 그 사실을 알고 혜자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남방에 새가 있는데 그 이름은 원추라고 부릅니다. 당신도 그 새를 알지요? 원추는 남해에서 출발하면 북해까지 날아가는 동안,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단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빼미가 썩은 쥐를 갖고 있다가, 원추가 날아오자 자기 것을 빼앗을까 봐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답니다. 지금 당신은 양나라 재상 자리를 잡아놓고 나에게 꽥! 소리를 지른 거지요?”
- <추수> 14
인간관계는 상하관계와 평등관계가 있다. 상하관계는 명령과 복종의 관계이다. 주인과 종, 상사와 말단, 고용주와 고용인 등이 상하관계이다. 이에 달리 평등관계는 동기동창, 같은 직급의 동료, 애인 사이 등이다. 신분사회에서는 상하관계가 주된 관계였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평등관계가 주된 관계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가 민주사회의 모토이다.
하지만 모토가 곧 현실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왕인 것처럼 착시현상을 만든다. 인간의 삶을 위해 돈이 만들어졌는데, 오히려 인간이 만든 돈이 인간을 지배한다. 자신이 만든 것이 자신을 지배할 때, 이런 현상을 ‘소외(疏外)’라고 한다.
소외현상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평등관계를 상하관계로 뒤바꾼다. 종업원과 손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돈을 쥐고 있는 손님이 주인 행세를 한다. 심지어 왕 노릇 하려고 한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을 처음으로 말한 사람은 스위스 태생의 호텔 경영인 세자르 리츠(César Ritz)였는데, 실제로 이 호텔을 이용했던 사람들은 주로 왕족이거나 귀족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말은 사실적 진술이었던 셈.
명령과 복종의 상하관계에서는 절대로 우정이 발생할 수 없다. 우정은 전적으로 평등관계여야 한다. 일방적으로 리드하는 우정은 없다. 우정은 평등하게 주고받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 일방통행은 없다. 사로 아끼고 서로 나누는 것이 사랑이다.
장자는 우정으로 혜자(혜시)를 만나려 왔는데, 혜자는 권력을 빼앗으러 온 것으로 오해했다. 여기서부터 삐딱선이 형성된다. 우정과 권력은 다른 선분이다. 즐거운 만남은 사라지고 불쾌한 만남이 이루어질 뻔했다. 그러나 장자가 누군가, 비록 독설가이긴 하지만 그는 친구와의 결별 대신 ‘독한’ 우정을 선택한다. 할 말은 하되 우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여보게 이 친구야. 나는 권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데, 자네가 나를 그렇게 모르나? 왜 그리 호들갑인가.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이 말을 들은 혜자의 표정은 어땠을까? 머쓱하니 얼굴을 붉히며 피식 웃었을까? 창피해서 고개를 숙이고 송구스러워했을까? 그건 아마도 혜자의 그릇 크기에 문제일 테니, 상상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