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색을 보니 산속에서 지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과인을 만나러 오셨군요.”
서무귀가 응대하였다.
“제가 임금님을 위로하려 왔는데, 어찌 저를 위로하십니까? 병이 드신 것은 오히려 임금님이십니다. 임금께서는 욕망을 채우려고 좋고 싫은 감정을 따라 사셨네요. 그래서 타고난 참모습을 해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욕망을 물리치려고 애증의 감정을 버리려 하시니, 귀와 눈이 병들어 버렸습니다. 저야말로 임금님을 위로해 드리려 왔는데, 어찌 임금께서 저를 위로하신단 말씀이십니까?”
무후가 언짢아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서무귀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습니다.
“제가 사냥개 감정하는 법을 이야기해 드릴까요? 질 낮은 놈은 배불리 밥만 먹으면 그만입니다. 살쾡이 새끼와 같지요. 중질의 개는 밥은 안 먹고 멍하니 해를 쳐다봅니다. 최고의 사냥개는 자신을 잊은 듯합니다. 사냥개 감정법보다 더 재미난 것이 명마 감정법입니다. 좋은 말은 곧바로 갈 때는 먹줄로 그은 듯, 굽어 돌 때는 둥근 원을 그린 듯, 방향을 직각으로 틀 때는 곱자로 그린 듯 딱 들어맞습니다. 이런 말이 좋은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말도 천하의 명마는 되지 못합니다. 천하의 명마는 천성의 재질을 갖추고 있어, 고요하고 안정되어 있습니다. 자신을 잊은 듯합니다. 이런 말이 한 번 달리면 다른 말을 앞질러 질풍처럼 달리면서도 먼지 하나 일으키지 않습니다. 얼마를 달려야 멈출지 모를 정도입니다.”
무후는 대단히 기뻐하며 껄껄 웃었습니다.
- <서무귀> 1
위나라의 무후는 전쟁을 좋아한다. 명성을 떨치고 싶기 때문이다. 전쟁이 지속되자 사방에서 원망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이번에는 백성을 사랑하고 정의를 위한다며 전쟁을 멈추겠단다. 전쟁을 할 때도 과시하더니, 전쟁을 멈추면서도 과시한다. 이 정도면 ‘자뻑’ 수준이다. 아래는 백성으로부터 주변의 신하까지 안절부절이다. 전쟁을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다. 임금의 변덕이 죽 끓듯 하기 때문이다. 신하 여상이 서무귀에도 도움을 요청한다. “제발 우리 임금 좀 살려줘!”
지인의 절박한 도움요청에 마지못해 은둔했던 서무귀가 무후를 만났다. 잘 드셔 개기름 흐르는 위나라 무후가 서무귀의 기름기 없는 안색을 걱정한다. 서무귀 따끔하게 한 마디 한다. “내가 아픈 게 아니고 당신이 아프다”라고! 진단을 내렸으니, 처방을 내릴 차례. 직접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한다. 장자류의 비기(祕技)다. 이른바 명견과 명마 판별법. 사냥과 전쟁을 좋아하는 무후에게 더없이 좋은 소재다. 일언이폐지하고 명견과 명마의 공통점은 ‘자신을 잊는 것’이다. 한자로는 ‘망기일(亡其一)’ 또는 ‘상기일(喪其一)’이라 한다. 어디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의 유지가 바로 ‘자신을 잊는 것’이다. 이러해야 한다거나, 저러해야 한다는 기준에 사로잡히면 유연성을 상실한다. 그러니 어디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본래 삶의 모습에 충실한다.
바야흐로 다이어트의 시대다.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맛있게 먹으면 살로 가지 않는다. 때로는 폭식(暴食)하다 낙담하여 거식(拒食), 음식과 전쟁이다. 몸에 좋다는 것은 다 먹고, 살빼기에 좋다는 것도 다 먹는다. 병 주고 약 주고. 음식을 예찬하다가, 다이어트를 극찬한다. 이 끊임없는 진자(振子)운동! 먹으면서 몸을 망치고, 빼면서 몸을 망친다. 위나라 무후와 같다. 욕망에 사로잡혔다가 정의에 사로잡힌다. TV를 보면 ‘먹방’으로 욕망을 부추기고, ‘다이어트’로 건강을 부추긴다. 다른 것 같지만 같은 것이다. 욕망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음식의 노예, 건강의 노예! 자연스럽고 좋은 삶은 점점 사라지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욕망의 삶이 우리를 지배한다. 이렇게 다이어트가 힘들 거라면 차라리 참치로 태어날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