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24 : 인기남자 애태타

구수한 맛 3 - 진정한 모습은 드러나지 않기에

by 김경윤

진정한 모습은 드러나지 않기에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위나라에 아주 못생긴 사람이 있는데 이름이 애태타라 합니다. 그와 함께 지내본 남자들은 그를 떠나지 못하고, 그를 본 여자들은 딴 사람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그의 첩이 되겠다고 부모에게 졸랐습니다. 그 수가 수십 명은 넘을 듯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주장하는 바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뿐입니다. 임금이라서 타인의 목숨을 건져주거나, 부자라서 곡식으로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너무 못 생겨서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입니다. 그는 화합할 뿐 주장할 줄도 모르고, 아는 것도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남자든 여자든 그에게 모여듭니다. 분명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확인차 그를 불러서 보니 과연 못생겼습디다. 그런데 그와 같이 지낸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그 사람됨에 끌리더군요, 그리고 일 년도 채 안 되어 그를 믿게 되었소이다. 마침 재상 자리가 비었기에 그에게 맡기려 했더니, 그는 아무 일도 아닌 듯 사양을 했습니다. 재상 자리를 맡기려던 내가 오히려 부끄럽게요. 그러더니 얼마 안 있어 나를 떠나 버렸습니다. 나는 뭔가를 잃은 듯 불안합니다. 이제 사는 게 즐겁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말했습니다.

“제가 일찍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간 일이 있었지요. 마침 그때 새끼 돼지들이 죽은 어미의 젖을 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조금 있으니 새끼돼지들이 놀라 어미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어미가 자기들을 돌보아 주지 않자 어미가 달라진 것을 알았던 것이지요. 새끼 돼지는 그 어미의 모습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 어미됨을 사랑한 것입니다.

전장에서 죽은 자의 장례에는 깃털 장식이 소용없고, 다리 잘린 사람은 신발을 아끼지 않지요. 그것들을 더 이상 쓸 데가 없기 때문이지요. 왕의 후궁들은 손톱을 깎지 않고 귀를 뚫지 않습니다. 장가든 사람은 제집에서 잠자고 숙직을 하지 않습니다. 몸의 소중함이 이러합니다. 하물며 본래의 모습을 온전히 하려는 사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지금 애태타는 말하지 않아도 남에게 믿음을 주고, 아무 공적 없이도 남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왕께서는 나라를 내어주면서도 그가 받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그는 분명 재질은 완전하면서도 본래의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才全而德不形者]일 것입니다.”

- <덕충부> 5


《장자》는 추남과 장애인들의 천국이다. 그중 한 명이 애태타다. 애태타(哀駘它)는 ‘슬플 정도로 어리석고 둔한 곱사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얼마나 못 생겼는지 세상이 놀랄만하단다. 추남 No1이다. 지위가 높지도, 부유하지도, 똑똑하지도 않다. 현상으로만 놓고 보면 장애인에다가 생활보호대상자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그를 추종하고, 여자들은 그를 흠모한다. 말도 안 된다.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굳이 그의 특이성을 이야기하라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남들과 조화를 이루며 뭔가를 주장하거나 고집하지 않는다(和而不唱)는 점, 둘째가 앎이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知不出乎四域)이다. 요 정도 능력이며 소통을 잘하고 화합하는 지역활동가는 할 수 있겠다. 큰 그릇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절호의 찬스가 왔다. 노나라 왕이 그를 불러 함께 지내다가 재상 자리를 맡긴 것이다. 지위에 따른 부유함과 권세를 누릴 수 있는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이다. 그런데 그런 멋진 제안을 애태타는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한다. 그리고 한마디 말도 없이 왕의 곁을 떠나버린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노나라의 왕은 궁금하다. 이유를 공자에게 묻는다. 공자가 대답한다. 그는 ‘재질은 완전하면서도 본래의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才全而德不形者]’이라고! 한자를 보니 둘로 나뉜다. 재전(才全)과 덕불형(德不形)으로. 살펴보자.

① 윗글에는 생략했지만 이어지는 글에서 공자는 ‘재전(才全)’을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부귀영화(富貴榮華)나 간난신고(艱難辛苦)는 사물의 변화와 운명의 흐름일 뿐이라 이런 것으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어떠한 상태가 되더라도 그대로 즐기며 기쁨을 잃지 않아, ‘언제나 봄!’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재질의 완전함’이라고!

② 그렇다면 ‘덕불형(德不形)’은? 물이 완전히 고요하고 평평한 것처럼, 안으로 고요함을 지켜 겉으로 흔들리지 않는 것. 그래서 남들의 귀감(龜鑑)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맑은 거울! ‘본래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자’는 속마음을 감추는 자가 아니라, 드러낼 마음조차 없이 맑아 거울과 같이 되어버린 자이다.


정리하자, 애태타는 어떠한 자인가? 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기쁨으로 살아가는 ‘언제나 봄’ 같은 자이며, 자신을 꾸미지 않아 맑을 대로 맑아진 ‘거울’과 같은 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로 와 편안하게 그와 기쁨을 누렸고, 그를 볼 때마다 자신의 본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자, 애태타가 추남으로 보이는가? 장애인으로 보이는가?


<역사적 상식 추가>


애태타는 가상인물이지만, 공자와 노나라 애공은 실존인물이다.

"노 애공(鲁哀公)의 성은 희(姬)이고, 이름은 장(将)이다. 노 정공(鲁定公)의 아들이고, 춘추 시기(春秋时期) 노나라(鲁国) 제26대 군주이다. 기원전 479년에 공자(孔子)가 사망하자, 노 애공(鲁哀公)이 친히 추도문을 지어 ‘하늘이 무심하시어 이 노인을 남겨놓지 아니하고, 나 홀로 남게 하여 나를 근심 속에서 외롭게 하시는구나! 아, 슬프도다! 니부여! 스스로 규율에 얽매일 바 없나니.(旻天不吊,不慭遗一老,俾屏余一人以在位,茕茕余在疚,呜呼哀哉!尼父!无自律。)’하고 슬퍼하였다. 이 추도문에서 노 애공이 공자를 ‘니부(尼父)’로 칭한 것이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공자에 대한 첫 번째 봉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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