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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ug 07. 2020

2020 독서노트 81 : 김미경의 변신

김미경, 《김미경의 리부트》(웅진지식하우스, 2020)

코로나 이후 세상은 신대륙과 같다. 이 새로운 땅에 얼마나 많은 인재와 파트너가 필요할까. 세상은 지금 함께 꿈을 꾸고 한 방향으로 뛸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변화들이 임시가 아니라 앞당겨진 미래이고, 코로나 이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리부트 공식으로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런데 이 리부트 공식은 어떤 이들에게는 꿈을 펼칠 동력이자 성장의 추진체가 되는 반면, 또 다른 이들에게는 세상이 내준 귀찮은 숙제이자 내 일을 방해하는 제약 조건이 될 것이다. 같은 환경에 처해 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이토록 다르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꿈이 있는가 없는가에서 갈린다. (138쪽)     


2020년 8월 5일 고양시장과 함께 하는 북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선정도서는 《코로나 사피엔스》로 이미 독서노트에 써놓은 책이다. 금년 처음으로 열린 북토크 행사이기도 하고, 비도 쏟아져서 얼마나 참석하나 걱정을 했는데, 예상 밖으로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끝날 수 있었다. 그날 주제는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나’였는데, 패널로 두 분을 모셨다. 황국현 서정초 교사와 양성희 심리치유센터 대표. 황선생은 코로나 시대의 교육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작은 학교, 넓은 공간, 적은 정원의 아이들이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의 개선을 피력했고, 양 대표는 코로나 시대에 우울증과 자살로 고통받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남성들만이 필자로 참석하여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코로나 시대를 진단하는 석학(?)이라고 초정된 사람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양 대표는 차라리 김미경의 최신 저서 《김미경의 리부트》(웅진지식하우스, 2020)이 코로나로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미경의 신간을 구입하여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첫 번째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저술과 강의라는 동종업계의 선두주자 김미경은 코로나 사태 이후로 강의가 끊어지는 절망적인 상황을 남탓만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리하여 자신의 회사직원들과 함께 변신을 꾀하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에 나도 만만치 않은 책을 읽어 재끼면서 코로나를 분석하고 있었지만, 김미경은 분석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존전략을 구성하는, 저자의 말로 표현하면 ‘삶을 리부팅’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열정과 노력으로만 치자면 나는 저자의 반의 반도 못 미쳤다. 그게 부끄러움의 이유다.

책에는 김미경이 자신을 리부팅하는 스토리가 열정적으로 펼쳐진다. 코로나 이전에도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하여 분투했던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리셋과 리부트다. 그냥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변신시키는 것이다. 사업의 접근방식도 전개방식도 공부방식도 다 바꾸자는 급진적(?) 의견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생을 바꾸는 4가지 리부트 공식이 있다. 1. On-tact 2. Digital Transformation 3. Independent Worker 4. Safety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전략과 유사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새롭게 변화된 조건에 맞추어 그에 걸맞은 기술을 익히고, 그 기술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면 새로운 영역이 개척될 것이고, 현재의 상황이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글로벌 기업의 정신을 자신의 정신으로 재무장하는 것, 모든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 이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의 전략은 인터넷 네트워크의 무한 확장, 비대면이 가능한 사이버 공간의 무한 이용, 새로운 환경에 다시금 도전하는 무한 경쟁의 고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위해 더 크게 원천자원들을 착취해야 하는 에너지의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아무 생각 없이 SNS에 접속하여 무한시간대로 소비하는 각종 동영상과 인터넷 자료들은 그러한 전기에너지에 기반해서만 구동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자, 그럼 좀 무시무시한 상상을 해보자. 우리가 더 이상 전기에너지를 우리가 원하는 만큼 생산할 수 없게 되어, 온갖 전자기기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언택트 시대이니 온텍트(On-tact)를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인류의 문명은 기후변화의 위기를 낳았고, 생태계의 교란은 급기야 수인성 바이러스의 전지구적 확산을 낳았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준격리상태에 놓여있다. 갇힌 공간에서 필요한 상품을 받아먹고사는 것이 정상인가? 나는 지금 에너지 소비적인 문명의 진화가 아니라, 에너지를 줄여서 피폐한 자연을 회복하는 것이 모든 리부팅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살 수 있지 않을까? 김미경의 대안과 나의 생각이 확실히 다른 점은 바로 이러한 전제들에 대한 인류문명사적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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