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33 : 공자의 충고 1

쓴맛 2 - 마음을 굶겨라

by 김경윤

마음을 굶겨라

(……)

안회가 말했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방도를 못 찾겠습니다. 부디 방도를 알려주십시오.”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굶어라. 이것이 내가 너에게 해줄 말이다. 사심을 가지면 잘 될 리가 없다. 잘 된다고 생각한다면 하늘이 마땅치 않아할 것이다.”

안회가 말했습니다.

“저는 집이 가난해서 술을 마시지도 않고 양념한 음식도 먹지 않은 지 여러 달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굶었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자가 말했습니다.

“그것은 제사 지낼 때의 ‘굶는 것’이지 ‘마음이 굶는 것[心齋]’은 아니다.”

안회가 물었습니다.

“마음이 굶다니요?”

공자가 말했습니다.

“뜻을 하나로 모아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흐름[氣]으로 들어라. 귀는 듣는 감각으로 듣고, 마음은 느낌으로 듣는다. 하지만 기의 흐름은 텅 비어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자연의 길은 텅 빈 곳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텅 비게 하는 것 그것이 ‘마음이 굶는 것’이다.”

- <인간세> 5

다시 공자와 안회의 이야기이다. <인간세>의 거의 전편에 걸쳐 진행되는 이야기라 전체를 소개할 수는 없다. 간략히 소개한다. 안회가 갑자기 공자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위나라로 가서 정치를 해보겠다고 한다. 그동안 공자에게 배운 것을 써먹겠다는 것이다. 공자는 위나라 임금의 포악함을 말하며, 안회의 출세를 만류한다. 하지만 안회는 온갖 이야기로 스승을 설득하려 한다. 그러자 공자가 마지못해 안회에게 하는 충고가 바로 위의 에피소드다.


공자가 안회에게 던진 회심의 카드는 ‘굶어라 [齋]’였다. 이 ‘재(齋)’는 목욕재계(沐浴齋戒)할 때 나오는 한자다. 결혼이나 제사 등을 치를 때 몸의 안과 밖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목욕(沐浴)을 하고 부정을 타지 않기 위해 금식을 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재계(齋戒)이다. 《삼국유사》에서 곰과 범에게 마늘과 쑥을 먹으며 동굴에서 100일 동안 지내라고 말한 것이 바로 재계이다. 지금도 명문 사대부 집안의 장손은 제사를 지내기 전에 부정 타는 일은 삼간다고 전해지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안회가 누구인가? 밥 굶는 것을 밥먹듯이 했던 굶기의 대가가 아니던가. 이미 굶주리고 있는 자신에게 굶으라고 말하는 스승의 말이 미심쩍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상태를 말하며 의문을 제시한다. 더 굶으라는 말입니까?

설마? 공자는 안회가 이해하는 ‘제사 때의 굶음 [祭祀之齋]’이 아니라 ‘마음의 굶음 [心齋]’을 이야기한 것이다. 마음의 굶음, 즉 ‘심재(心齋)’란 무엇인가? 감각에 기대거나 육신의 욕망을 따르지 않고 자연의 흐름[氣]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자신을 비우고 [虛] 대상을 기다리는 것[待物]이다. 텅 빈 곳이라야 자연의 길[道]이 모인다. 비우고 비우라. 그것이 마음의 굶음이다.


우리네 일상은 항상 채움을 추구한다. 텅 빈 통장은 삶을 불안하게 한다. 구차한 삶에서 벗어나려면 뭔가 채워야 한다. 지갑에 몇 만 원이라도 채워져 있어야 마음이 든든하다. 본문에 나오는 공자가 이런 최소한의 삶의 채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리라. 그는 육체적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점검한 것이다.

제자가 가려는 곳은 상아탑이 아니라 권력의 한 복판이다. 말 한마디 실수가 구설수에 오르면 사지가 뒤틀리고, 목이 날아가는 살벌한 현장이다. 개혁을 주장했던 수많은 정치가들도 그렇게 목숨을 잃었던 곳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과 감언이설(甘言利說)이 넘쳐나고 구밀복검(口蜜腹劍)이 번뜩이는 아수라장이다. 난다 긴다 하는 자들도 쉬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 아닌가? 제자에 대한 스승의 사랑이 절박하고 애틋하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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