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35 : 개망나니 길들이기

쓴맛 4 - 호랑이와 야생마를 길들이듯이

by 김경윤

호랑이와 야생마를 길들이듯이


안합(顔闔)이 위나라 영공의 태자를 보좌하러 가게 되자, 거백옥(蘧伯玉)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습니다.

“여기 한 사람이 있는데, 나면서부터 덕이 모자랍니다. 그는 천방지축이어서 그대로 두면 나라가 위태롭고, 못하게 하면 제가 위태롭습니다. 그는 남의 잘못을 알아보지만, 자신의 잘못을 알아보지는 못하는 지능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어쩌면 좋겠습니까?”

거백옥이 대답했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경계하고 삼가십시오. 그대의 몸가짐을 바르게 하십시오. 겉으로는 그를 따르고, 속으로는 조화를 이루십시오. 비록 그렇더라도 이 두 방책에 걱정이 있습니다. 그를 따르더라도 무조건 빠져들어서는 안 되고, 조화를 이루더라도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됩니다. 그를 따르다가 자칫 빠져들게 되면 뒤집히고, 부서지고, 무너지고, 엎어집니다. 조화가 겉으로 드러나면 나쁜 평판이 생기고, 요상한 일이나 재난을 당하게 됩니다.

태자가 어린애가 되거든, 당신도 어린애가 되십시오, 멋대로 굴면 당시도 멋대로 행동하십시오, 엉터리 같이 굴면 당신도 엉터리가 되십시오. 이러한 경지에 통달하면 탈은 없을 것입니다.”

“…….”

“당신은 사마귀를 아시지요? 수레가 달려오자 화가 나서 그의 앞발을 벌리고 수레바퀴 앞에 막아서서 죽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습니다. 이런 것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입니다. 경계하고 삼가야 합니다.

당신은 호랑이를 키우는 사람이 어찌해야 하는지 아시지요? 호랑이에게는 먹이를 산 채로 주지 않습니다. 먹이를 죽일 때 사나움이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먹이를 통째로 주지도 않습니다. 먹이를 물어뜯을 때 사나움이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호랑이가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를 잘 가려 그 사나움을 수그러뜨립니다. 사람과 호랑이가 다르지만, 호랑이가 고분고분한 것은 호랑이의 성질을 잘 맞춰주기 때문이고, 호랑이가 사나움을 드러내는 것은 호랑이의 성질을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말을 키우는 사람을 아시지요? 그는 말을 사랑하여 바구니로 똥을 받고, 큰 대합 껍질로 오줌을 받습니다. 하지만 말등에 모기가 앉은 것을 보고 말등을 손바닥으로 치면, 말은 놀라 재갈을 부수고 그 사람의 머리를 깨거나 가슴을 받아버리지요. 사랑은 극진했지만, 방법이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인간세> 10,11


천하의 개망나니가 있다. 위령공의 태자다. 노나라의 안합이 그의 스승으로 초빙되어 가게 되었는데, 걱정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안합은 위나라의 현인 거백옥을 찾아갔다. (안합, 거백옥은 모두 공자시대의 실존인물로 공자의 친구이다.) 아무래도 안합은 현지 사정에 밝은 거백옥이 실제적인 조언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른바 '개망나니 길들이기.'

거백옥의 충고가 절묘하다. “겉으로는 그를 따르지만, 그에 빠져들면 안 된다. 너무 빠져들어도 망할 것이고, 너무 거리를 두어도 망할 것이다.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여 그에 응하되, 그의 성질을 건드리지 말고 적절한 순간에 빠져나오라.”

그래도 안합이 이해하지 못하자, 거백옥은 세 가지 동물을 예로 든다. 사마귀, 호랑이, 말! 사마귀는 안합의 처지를 비유한 것이다. 괜히 만용을 부리다가 수레(태자)에 깔려 죽는 수가 있으니 함부로 대결하려 하지 말라. 이른바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우화가 여기서 등장한다.

다음으로 호랑이와 말은 태자를 비유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안합은 이 동물을 길들이는 조련사가 될 것이다. 호랑이는 맹수이니 사나운 성질이 드러나지 않도록 때를 맞춰 적절히 먹을 것을 주어 길들이고, 말은 온순해 보이지만 사랑이 과해서 말의 성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행동했다가는 머리가 깨지거나 가슴이 부서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든, 공동체 생활을 하든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런 사람이 자신의 생사여탈을 좌우하는 상사이거나 선배라면 그야말로 낭패다. 일단 까불면 안 된다. 수레에 깔려 터진 사마귀 신세가 된다. 특히 상사나 선배가 개망나니급이라면 어쩔 것인가? 고까우면 그만두면 되지만, 버텨야 한다면? 고분고분한 따르지만 그쪽 패거리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맹수를 길들이듯이, 야생마를 길들이듯이 조심조심해야 한다.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호랑이와 한 배를 탄 소년 파이의 공생기를 다루고 있다. 호랑이는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다. 파이가 호랑이와 함께 사는 방법을 터득했을 뿐

이러한 충고법은 인의예지로 무장한 유학자의 충고법이 아니다. 맹자처럼 사랑과 정의를 강조하며 왕이나 신하에게 대거리를 하는 강직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장자식 충고법은 이렇다. 지위나 명예를 얻게 되더라도 좋아하지 말고 함부러 나서지 마라. 무엇보다 목숨이 소중하다. 그러니 조심조심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가며 그의 성질을 가라앉히라. 그의 사나움이 드러나는 조건을 만들지 말아라. 친해졌다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라. 갈들여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는 개망나니 맹수다. 그 사실 하나만큼은 절대로 잊지 마라. 살아남아야 살아갈 수 있다. 제발 살아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0 독서노트 84 : 마음을 움직이는 장자 셀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