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2 : 모든 것이 소재다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2. 모든 것이 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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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듯이, 세상 만물은 하나의 모습만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일찍이 동양에서는 이를 음양론으로 설명했습니다. 음양론은 음과 양이 서로 대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의존하는 관계를 보여줍니다. 갈등과 조화, 이 중 어느 것 하나를 특권화할 수 없습니다. 갈등 속에 조화이고, 조화 속에 갈등이 있습니다. 노자는 아름다움과 추함, 착함과 착하지 않음, 있음과 없음, 어려움과 쉬움, 긺과 짧음, 높음과 낮음, 앞과 뒤의 대립만 보지 말고 관계를 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보통 미학(美學)이라고 말하는 에쎄틱스(aesthetics)는 18세기 유럽의 바움가르텐이 만든 독일어 ‘ Ästhetica'를 일본에서 번역하여 우리에게 전달한 것입니다. 번역이 미학이라 '아름다움'만을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본래적 의미는 '감성학'입니다. 이성은 논리적이고 객관적이고 체계적인데 감성은 비논리적이고 주관적이고 임의적이라고 생각하는 당대의 태도에 반기를 들고, 감성도 학문으로 정초할 수 있다고 보았던 셈이지요.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성을 크게 기쁨과 슬픔으로 나누고, 이를 세분화하여 이에 대한 태도를 윤리적으로 정초한 <에티카>를 쓰기도 했습니다. 동양에서는 성정(性情)으로 나누고, 본성과 감정의 관계를 탐구하기도 했습니다. 희로애락애구욕(喜怒哀樂愛懼欲), 즉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사랑, 두려움, 욕망 등을 유학은 깊이 탐구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찮은 감정이나 사소한 일은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도 파고들면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합니다. 세계적인 명작으로 알려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를렌을 맛보면서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우리의 일상사 자체가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입니다. 세상 만물 모든 것이 소재입니다. 먼 곳에서 진기한 것에서 글감을 찾지 마십시오. 눈뜨면 보이는 것,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글감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든 선택하여 겉과 속, 형식과 내용,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 보십시오. 위대함은 평범함에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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