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동영상 보기 1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일본 드라마 <렌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by 김경윤

직장을 다니다가 경쟁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트위터를 계정하여 활동하고, 1년 반 만에 무려 25만 명의 팔로어가 생기면서 지금은 TV와 라디오, 만화와 서적 등으로 출판되면서 유명해진 모리야마 쇼타의 실화를 드라마로 만든 것이 <렌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트위터가 있었다.^^

뭔가를 해야 하고, 실적을 올려야 하고, 경쟁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그와는 정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아주 간단한 대답 이외,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이런 자신을 렌탈하려면 교통비와 식사비 외에는 받지 않겠다는 신종 직업(?)을 생각한 쇼타 씨(마스다 타카히사 분)의 발상이 참신하다. 12편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삶이란 무엇인가, 직업이란 무엇인가, 기쁨이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 등을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드라마 보기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드라마는 반전 없이 잔잔하게 일본인들의 일상사를 보여준다. 그 일상사는 우리네 일상사와 그리 다르지 않다. 반전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인공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더욱 안정되고 편안해 보인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주 사소한 의뢰만을 받아가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현실적인(?) 질문을 하다가도, 세상에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결국 혼자 쓸쓸히 외롭게 살아가는 것이로구나, 외로운 사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가 있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의뢰인에게 주문하는 것들은 정말로 사소하다. 회사에 가기 두려우니 같이 출근해달라. 퇴직을 했는데 고향에 내려가기 전에 도쿄타워에 함께 가달라. 꼭 가고 싶은 레스토랑이 있는데 같이 가달라. 장례식장 예약에 동행해달라. 생일을 축하해달라. 합격을 기원해달라. 출산이 잘 되도록 텔레파시를 보내달라. 파티에 참석해달라. 심지어는 남친과 함께 누울 침대를 고르려고 하니 같이 누워 달라는 등등. 이렇게 써놓고 보니 사소하기는 하지만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이다. 선의가 없다면 의뢰를 수락할 수 없는 것을 주인공은 교통비만 받고 수락해주었다. 이런 것이 구체적인 ‘사회적 돌봄’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편을 이해하며 응원하는 아내 사키(하니 마나미 분), 쇼타가 돌아오는 길에 싸구려 잡지를 어떻게 해서든 판매하는 수수께끼 노숙자(후루타치 칸지 분),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인공과는 정반대로 열심히 일하는 것,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엘리트 사원으로 유사쿠(하야마 쇼노 분)가 나와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준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수께끼 노숙자. 그가 팔고 있는 잡지 이름이 <A BETTER LIFE>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살짝 해본다.

드라마를 간간히 보면서 지속적으로 들었던 질문은 이것이다.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행복하기 위해서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주 사소한 순간이라도 같이 있어 주는 것이 행복의 시작은 아닐까? 거대한 업적을 쌓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웃고, 소박하지만 맛난 음식을 함께 나누며 그날의 기쁨을 누리는 것 아닐까?


힘든 일은 하지 않고, 절묘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삶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사족처럼 붙이자면 나는 싸구려 잡지를 팔고 있는 수수께끼 노숙자가 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나 혼자 잡지를 만들어 길거리에서 3천 원씩에 팔까? 생각하다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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