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처럼 팔린 책이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푸코가 쓴 《말과 사물》입니다. 1966년 여름, 이 책이 서점가에 깔리자 거짓말처럼 초판 3천5백 부가 즉시로 팔렸지요. 1990년대 중반까지 프랑스에서만 10만 권 이상이 팔렸다네요. 프랑스인들의 지적 허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전문가가 읽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철학 서적이 이처럼 많이 팔린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한 시대에는 그 시대의 인식을 지배하는 특정한 틀(에피스테메)이 있으며, 그 틀은 시대마다 불연속적이라는 것을 논술한 구조주의적 저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딱히 들어맞는 예는 아니지만, 조선시대에는 신분이 그 시대의 인식을 지배했다면, 현대에는 개인이 시대의 인식을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현대사회에서 어떤 인간이 ' 양반 입네'하며 자신을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마치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지요. 푸코의 이 책에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인식 또한 특정 시대의 틀이기 때문에 “인간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려 놓은 얼굴처럼 사라질지 모른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푸코의 이 책은 아주 예외적인 사례겠지만, 어쨌든 한 시대의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판매량으로는 성공을 거둔 것이 베스트셀러지요. 하지만 양(量)의 성공이 반드시 질(質)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무릇 유행하는 것에는 거품이 생기기 마련이라, 그 거품이 걷어지고 나서도 질적으로 살아남을 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베스트셀러에 해당하는 책은 유행하는 시기에는 보류해두고 있다가, 그 책의 생존 방식을 보면서 후에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되지요. 양서(量書?)가 반드시 양서(良書)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쨌든 이는 판매와 관련된 문제이고, 작가가 글을 쓸 때, 처음부터 베스트셀러를 목표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밥이나 빵이 몸의 양식이듯, 자신이 쓴 책이 마음과 영혼의 양식(糧食)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어떤 음식은 몸에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는 젊었을 때처럼 함부로 먹지 않게 되지요. 독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젊었을 때는 닥치는 대로 읽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책을 고르는 데 조금은 신중해졌습니다. 그래서 좋은(?) 책을 골라 읽다 보면, 좋은 글들이 보이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됩니다. 기왕에 책을 쓸 거라면 빵과 같은 책을 쓰고 싶어 지는 거지요. 같은 빵이라도 인공조미료나 인공색소,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질 좋고 영양가 풍부한 유기농 빵 같은 책을 쓰고 싶어 진답니다. 내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이 먹을 음식인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