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4 : 그대 속의 바다를 발견하라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노자 《도덕경》 28장의 후반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知其榮(지기영) : 영광을 알면서

守其辱(수기욕) : 오욕을 유지하라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의 골짜기가 될 것이다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의 골짜기가 되면

常德乃足(상덕내족) : 영원한 덕이 풍족하게 되고

復歸於樸(복귀어박) : 다듬지 않은 통나무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노자는 정상을 보지 않고 골짜기를 봅니다. 정상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골짜기를 지향합니다. 높이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깊이가 있기에 높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바닷물이 마르지 않는 것은 심연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사상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사상의 깊이와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밝기만 할 뿐 그늘이 없는 작가를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높이에 감추어진 깊이, 밝음을 드러내는 어둠, 심연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는 심오함. 《백경(白鯨, Moby Dick)》의 저자 허먼 멜빌은 “사유의 잠수자들은 충혈된 눈을 하고 표면으로 올라왔다”라고 말했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영화화한 <하트 오브 더 씨>. 흰고래 모비딕의 눈을 보라. 그 눈의 심연을 보라.

니체의 《서광》의 서문에서 “이 책에서 사람들은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뚫고 들어가고, 파내며, 밑을 파고들어 뒤집어엎는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야기=스토리라는 것은 인간의 영혼 밑바닥에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영혼 밑바닥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과 사람을 근간에서부터 서로 이어줍니다. 나는 소설을 쓰면서 일상적으로 그 장소에 내려갑니다.”라고 말합니다. 모두 공통적입니다. 깊은 작가 정신입니다.


바닷가 앞에 서면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포말의 향연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다시 받아들이는 바다를 봐야 합니다. 발만 담근 채 경탄하는 것이 아니라, 심호흡을 하고 그 깊이에 접근해야 합니다. 바다가 바다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깊이가 있는 것은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우리 살고 있는 세상에도 있고, 우리가 외면한 사건에도 있고, 그대에게도 있습니다. 그대 속에 깊은 바다를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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