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작가론 9 : 말하지 말고 보여주세요

작가의 관점으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원고지 노자명상 1009.jpg

《이야기의 탄생》을 쓴 윌 스토는 이렇게 말합니다. 조금 길지만 인용합니다.


“모든 작가는 어떤 독자를 타깃으로 정하든 간에 서사를 지나치게 통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방치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지나치게 설명을 늘어놓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는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보여줘야 하고, 설명하기보다는 암시해야 한다. 아니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식어버리고 독자나 관객은 지루해진다. 나아가 이들이 이야기에서 소외될 수 있다. 독자나 관객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이질지 자유롭게 예상하고 방금 그 일이 왜 일어났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자기만의 감정과 해석을 넣을 수도 있어야 한다. 독자나 관객이 이야기에 끼어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독자의 예상과 가치관, 기억, 연결, 감정을 이야기에 끼워 놓는데, 이들 요소가 모두 스토리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작가도 자기 머릿속 세계를 타인의 마음에 완벽하게 이식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두 세계가 서로 맞물려야 한다. 독자가 작품에 푹 빠지기만 해도 오직 예술에서만 가능한 힘의 공명이 일어날 수 있다.”(81~82쪽)

인과관계는 원인과 결과, 동기와 행동, 심리와 물리 만나는 중층적 관계망입니다. 경계선은 불투명하고 불분명합니다. 그러기에 설명할 수 없고 암시할 수 있을 뿐이지요. 설명이 빛의 영역이라면 암시는 어둠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표현(말하기)과 행동(보여주기)와의 관계도 그와 유사하지요. 말하기는 쉽지만 보여주기는 쉬운 것이 아닙니다. 말하기가 명료하다면 보여주기는 불명료합니다. 말해주는 것이 속시원해 보이지만, 속을 보여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진리는 진리가 아닙니다."(노자) 빛은 날카롭고 어둠은 그윽합니다. 화광동진(和光同塵), 조명을 낮추어야 합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지 마세요. 은은히 보여주세요. 공간을 논리로 채우지 말고, 말없이 보여주세요. 독자를 믿으세요. 독자가 채울 것입니다. 글쓰기는 작가와 독자의 공명에 의해서만 높고 깊게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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