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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Nov 17. 2020

2020 독서노트 98 : 사주명리로 삶의 지도 그리기

박장금, 《다르게 살고 싶다》 (슬로비, 2017)

이제 직업Job이 아닌 세상에 필요한 일Work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일 따로, 삶 따로인 시대는 지났다. 때 지난 정규직 타령은 자신을 굶주린 자로 만드는, 과거로 퇴행하는 짓에 불과하다. 충분히 배가 부른데 굶주린 자의 삶을 사는 건 시절을 거스르는 일일 뿐 아니라 몸이 더는 허락하지 않는다. 상담을 해보면 정규직이 잘 살 것 같지만 더 많이 아프다. 스펙만 해도 삶을 위한 조건이 아니다. 계절은 바뀐 지 오랜데 지나간 계절이 만든 집착의 산물이다. 다행히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다면 다른 삶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의존할 곳도 무겁게 짓누르는 어떤 것도 없으니까. 부자와 가난한 자, 금수저와 흙수저의 이분법이야말로 구시대적 발상이다. 사람은 타고난 자체로 완전하다. 다만 기준이 바깥에 있어서 자신의 잠재력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편안하라. 안락하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지금까지 자기 삶을 연구한 이유도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이다.(245쪽)     


원당행복학습관에서 진행했던 《대학/중용》 강의가 8개월이 지난 이제야 종강을 하게 되었다. 원래는 10회에 걸쳐 연속으로 진행하려했던 것이 코로나로 인해 자주 중지되고 휴지되어 지금까지 끌어온 것이다. 그나마 올해 안에 끝나게 돼서 참으로 다행이다. 오늘 진행한 본문 중에 중용 14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군자는 그 자신의 처지에 따라서 행할 뿐이요, 그 밖을 바라지 않는다. 부귀하면 부귀한 대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마땅히 처신하고, 오랑캐 땅에 들어가거나 어려움에 처하면 그에 맞게 처신한다. 군자는 어떤 상황에 놓이든지 스스로 얻은 바를 행한다. 윗자리에 있어서는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아니하며, 아랫자리에 있어서는 윗사람을 원망하지 아니한다. 자기를 바르게 하고 남에게 구하지 않으니, 원망함이 없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아니하며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어떠한 상황이 놓이더라도 그에 맞게 바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민생은 바닥을 치고 있는데, 정치판에서는 서로를 원수 삼아 정쟁을 일삼고 있다. 사회복지의 그물망은 성겨서 가장 밑바닥의 삶을 돌보지 않는다. 택배노동자의 죽음과 임시고용직 노동자들의 산재사망률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원망할라치면 밑도 끝도 없고, 희망을 갖기에는 앞길이 막막하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겠기에 다시금 추슬러 살아갈 용기를 내본다.


                                                               ***


최근들어 읽은 책이 박장금의 《다르게 살고 싶다》 (슬로비, 2017)이다. 부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사주명리로 삶의 지도 그리기”이다. 이 책은 사주명리학의 원리와 운영방법에 대하여 다룬 책이다. 보통 사주명리하면 운명론을 떠올리고, 불행을 막고 행운을 몰고 오도록 점을 치고 굿을 하며 복을 비는 모습을 그릴 것이다.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낡디낡은 사주명리학을 들춰내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운명론을 결정론으로 오해하고, 삶의 자유와 결단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의 찬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은 그것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 인간에게는 우주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命]을 잘 이해하고, 넘치는 부분을 줄이고,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면서 자신의 삶이 잘 순환되도록 운전[運]하는 기술이 바로 사주명리학의 공부처다. 이 책은 결정된 운명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경이 되는 조건[氣]을 이해하고 그것이 잘 소통되고, 좋은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위로가 되는 지점은. 첫째 누구나 완벽하게 태어나지 않으며 뭔가 넘치거나 모자라게 태어난다는 점, 둘째 그래서 완전히 안 좋거나 좋은 조건도 없다는 , 셋째 아무리 좋은 조건을 타고 태어났더라도 그것을 잘못 사용하면 안 좋게 변할 수 있다는 점, 반대로 아무리 안 좋은 조건을 타고 태어났더라도 잘 선용하면 좋은 기운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 넷째 그러니 삶의 자연스러운 소통에 힘쓰며 변화의 계기를 잘 포착하여 늘 새롭게 시작하라는 점 등이다. 그런 점에서 사주명리학은 관계학이며 변화학이다. 가난한 조건에 태어나도 위대한 성인이 될 수도 있고, 부유한 조건에 태어나도 깜방신세를 못 면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만 보아도 충분히 실증되고도 남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사주를 따져 명리를 구할 수 있는 노우하우를 소개함과 동시에 다양한 임상사례를 예시하여 그 활용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나도 설삼아 따라 해봤는데 썩 재미있고 도움이 되었다. 그간 사주명리학 실용서를 많이 읽어봤지만 아마도 초보자에게는 가장 실용성이 높은 책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사주명리가 궁금하신가? 궁금하면 구입하여 활용해보시라.     


<추신>

참고로 나는 쇠의 기운을 타고 태어났으며 그 기운이 강해서 자기 주장이 강하고 옳고 그름의 판단이 빠른 편에 속하지만, 그러한 성품을 드러내는 데에는 다소 부족하고, 그러한 재주로 돈을 벌어들이거나 명예를 쌓은 것에는 약하지만, 함께 살아가고 서로 나누는 성격은 강하며, 나의 성품을 보강할 수 있는 공부의 기회도 많은 것으로 사주풀이가 된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스스로 돈 버는데 신경쓰기보다는 남들에게 잘 베풀고 서로 잘 나누는 공부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삶을 잘 운용하는 방식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나름 잘 살고 있는 셈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해 집안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지만.^^   말년은 결코 쓸쓸하지 않고 평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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