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묻고 내가 답하는 인문학 Q&A
불가(佛家)에서는 마음관찰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런 겁니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 자신을 잘 바라봅니다. 화가 안 나면, 화가 안 나는 자신을 잘 바라봅니다. 화가 나지도 나지 않지도 않으면, 그 나지도 나지 않지도 않는 자신을 잘 바라봅니다. 거부하거나 배척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를 잘 바라보는 겁니다.
화가 나면, 지금 나를 화를 내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화가 나지 않으면, 지금 나를 화가 나지 않는구나 생각합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지금 나는 이도 저도 아니구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찰법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다음으로는 화가 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겁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그 화를 어떻게 내고 있는지, 결국 어떻게 화를 풀고 있는지 관찰하는 겁니다. 원인과 과정과 결과를 잘 관찰하다보면 다양한 것들을 깨닫게 됩니다. 별 것 아닌 건데 화를 내는 경우도 있고, 굉장히 큰 일인데 화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를 잘 내는 방법도 있고, 화를 잘 내지 못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 화 때문에 생겨난 결과물도 보아야 합니다. 내 화는 풀렸는데, 상대방을 화를 풀지 못하고 쌓아둘 수도 있습니다. 단지 표면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화를 쌓아두면 결국 화병(火病)이 나기도 합니다.
화를 내고도 화가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고, 화를 내지 않고도 화가 풀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화는 주어진 사태가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칠 때 생겨납니다. 기대치가 높은 사람은 화도 자주 냅니다. 그런데 그 기대치가 자신의 욕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화는 대부분 남에게 내지만, 원인은 자신에게 비롯됩니다.
욕망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꼭 필요한 욕망은 생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꼭 필요한 욕망과 지나친 욕망을 구분합니다. 대부분의 화는 지나친 욕망 때문에 생겨납니다. 또한 자신의 욕망 때문에 생겨나기도 하지만, 남에게서 이식된 욕망 때문에 화를 내기도 합니다. 남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으로 화를 내면, 그 화는 풀 길이 없습니다.
화가 나십니까? 그모습을 관찰하십시오. 그리고 그 화가 일어난 원인과 경로, 과정과 결과를 잘 관찰하십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잘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그것을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화를 내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가 나지 않으니 군자 아니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화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십시오. 화가 나지만 화를 내지 않는 경지가 아니라, 아예 화가 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한 공자처럼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만, 밑도 끝도 없이 화만 내는 것은 성인의 모습은 아닙니다.
여기까지 읽었는데, 뭔말인지 몰라 화가 나십니까? 미안합니다. 그건 제 잘못입니다. 반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