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4. 어떻게 그렇게 많이 책을 읽나요?

그대가 묻고 내가 답하는 인문학 Q&A

by 김경윤

책 읽는 것이 직업입니다. 물론 저는 책을 평론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택한 직업은 인문학 강사이며 작가입니다. 강사는 말을 하고, 작가는 글을 씁니다. 그냥 되는대로 말하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을 들어주고,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주는 것이 저의 직업윤리와 같은 것이지요. 그래서 오래된 지식을 우려내어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고, 최신의 지식을 발라내어 그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오래되거나 최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데 저의 삶과 생각의 양념이 들어가야겠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길어봐야 50년 조금 넘은 인생에서 짜낼 것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저의 입과 손을 통해서 전달되어야겠지만, 그 지식의 최고 원천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살면서 가장 오래도록 시간을 만들고, 가장 귀중한 시간을 이용하여 하는 것이 바로 독서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1차적으로는 독서인(讀書人)입니다. 밥을 먹어야 몸에 에너지가 생겨 살아갈 수 있듯이, 책을 읽어야 정신에 에너지가 생겨 강의하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저의 밥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단순한 독서인은 아닙니다. 독서인은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골라 자신의 양분으로 삼으면 그만이지만, 저는 강사이고 작가이기 때문에 강사와 작가의 관점에서 책을 읽습니다. 미식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만이지만, 요리사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맛있는 말과 글을 먹는 미식가이자, 맛있는 말과 글을 써야 하는 요리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저의 양식이자, 저의 재료입니다.


저는 책을 읽고 강의를 합니다. 저는 책을 읽고 책을 씁니다. 그러니까 강사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작가의 관점에서 책을 씁니다. 강사나 작가는 적어도 모방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다른 강사와 작가와는 다른 개성을 드러내야 하고, 다른 강사와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와는 다른 메시지를 창조해야합니다. 책을 소화하는 것에만 그쳐서는 창조가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거미가 제 몸 속에서 실을 뽑아 제 집을 짓듯이, 강사나 작가는 제 생각 속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뽑아 생각의 집을 지어야 합니다.

강사이자 작가가 책을 읽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요리사가 끊임없이 요리재료를 연구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야 하듯이, 강사나 작가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 연구하며 새로운 강의 주제(혹은 창작 주제)를 개발해야 합니다. 직업상 다른 사람보다 많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을 일상으로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책을 빨리 읽고, 많이 읽고, 나름대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능력은 점차 개발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사와 작가로 살아야하기 때문에 강의주제나 집필주제와 관련된 책을 모으고, 읽어 정리하거나 비교하고, 나의 재료로 삼을 것을 뽑아 따로 축적해두는 데 능합니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가공하여 나의 목소리나 글로 만드는 것을 많이 해봐서 그런 활동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냥 독서인은 읽고 싶을 때 책을 읽으면 되지만, 저 같은 강사(작가)를 직업으로 하는 독서인은 때가 되나 안 되나 책을 읽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많이 읽는 것입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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