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작가론 10 : 새로 시작하십시오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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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이라는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은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모든 문장이 강조하는 것이 ‘처음’입니다. 왜 ‘처음’을 강조할까요? 끝이 찬란한 사람은 처음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쁨으로 마감된 삶은 처음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성공으로 점철된 인생은 처음에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우리네 인생을 살펴보면, 찬란한 기쁨과 근사한 성공보다는 씁쓸한 슬픔과 미치지 못한 실패가 더욱 많습니다.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면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 놓여있는 듯 허망하기조차 합니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낙담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여서, 써놓은 글을 보면 늘 역부족이고 뭔가 덜된 것 같고, 심하게는 아예 자질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작품 하나를 성공한 사람도 새로 시작하려면 어려운 법인데, 단 한 번도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이제 그만 두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입니다.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떤 심리학자가 ‘미움 받을 용기’라는 말을 썼는데, 글쓰기로 말하면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용기는 이전에 썼던 글을 외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년도 농사가 망했어도 다시 씨를 뿌리는 농부처럼,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용기입니다. 실패를 예상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실패했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작가입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은 미숙함을 반영합니다. 그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지루한 ‘차이나는 반복’을 계속하며 글쓰기는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작품이 탄생합니다. 그러니 처음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용기내어 되뇌어보는 겁니다.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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