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인터넷판 2020.11.12.
분단과 이데올로기를 다룬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 올해로 60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2018년도 고양에서 생을 마감한 작가 최인훈을 추모하고, 그의 뜻을 도서관 건립으로 계승하려고 모인 추진위원회 활동을 한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계획한 크고 작은 행사들을 모두 취소하였는데, 그나마 광장 6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정치적으로 엄혹한 시기에 전쟁과 분단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참으로 용기 있는 문학적 진일보였습니다. 특히 분단의 현실을 한 편의 문제로 돌리지 않고 남북한 모두가 극복해야할 공동의 과제로 삼아야한다는 입장은 당시에는 감히 발언하기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문학은 문학적으로 삶을 이어가지만 문학에서 제기한 문제들은 현실 속에서 살아있는 화두로 우리에게 던져집니다.
저는 최인훈의 『광장』을 다시 읽으며 ‘광장’과 ‘밀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언컨택트 시대라 모두가 밀실에서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보살피고,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소강상태를 지속하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코로나는 더욱 확장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개인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주체적 개인윤리와 행동을 실천해야할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이처럼 코로나가 우리를 가두고 세상은 멈춘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아직도 우리가 전인류적으로 풀어야할 과제이고, 파괴적인 자본의 팽창으로 인한 환경의 파괴와 노동열악화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웃과 단절되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삶이 지속될 것 같지만, 잇몸이 무너지면 이도 무사할 리 없습니다. 미국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함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무너졌지만, 새로 등극한 바이든 행정부가 남북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풀어나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모든 의제들은 개인의 밀실에서는 다룰 수 없는 ‘광장’의 이슈들입니다.
우리의 삶이 비록 ‘밀실’ 중심으로 운영된다 할지라도, 우리의 비전은 항상 ‘광장’을 꿈꾸어야 합니다. ‘광장’은 그저 텅빈 공간이 아니라, 민족의 염원과 인류의 비전이 살아 숨 쉬는 공적 공간입니다. 우리의 삶과 밀접한 정치와 경제, 문화와 예술이 광장을 통해서 다시금 빛을 발하려면 노동시민사회 구성원의 창의적인 노력과 결집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만약 광장이 사라지고 밀실만 남게 된다면 파편화된 개인적 삶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 극대화되고 밀실마저 그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밀실은 광장을 요청하고, 광장은 밀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밀실 없는 광장은 전체주의가 될 것이고, 광장 없는 밀실은 욕망의 이기주의로 전락할 것입니다.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여도 코로나 현상은 쉬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안전과 더불어 우리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고 서로를 보살피는 공동체와 지구촌을 창조해야 합니다.
『광장』의 이명준은 중립국을 선택하고 그곳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바다로 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들은 어떠한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함께 우리의 광장에서 지혜를 모읍시다. 우리가 이끄는 배는 어디로 향해야할지 이야기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