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관점으로 새로 쓰는 노자 <도뎍경>
글을 쓸 때 형식(문체)가 중요할까요, 내용이 중요할까요? 이러한 질문은 “아빠냐, 엄마냐” 처럼 어리석은 것일 수 있습니다. 공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현명한 공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바탕이 외관보다 나으면 촌스럽고, 외관이 바탕보다 나으면 겉치레만 좋으니, 외관과 바탕이 적절히 잘 조화를 이룬 뒤에라야 군자이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
그 유명한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4자성어가 여기에서 나왔는데요. 형식[文]과 내용[質]이 잘 조화로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정답인 거 같은데 뭔가 뒤가 캥겨요.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부득불 둘 중에 하나를 버려야한다면? 무엇이 본질입니까? 포장은 화려한데 알맹이가 없다면? 사기 아닌가요? 그런데 글쓰기는 점점 형식미, 뭔가 세련된 문체를 구사해야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습니다. 심지어는 문체가 그 사람의 개성을 드러낸다고 믿기도 합니다. 겉은 번지르르한데 뭔가 헛헛하지 않습니까?
노자라면? 형식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내용을 챙기라고 충고합니다. 노자의 <도덕경> 12장을 그대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온갖 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 온갖 소리는 사람들의 귀를 멀게 하고 / 온갖 맛은 사람들의 입을 망칩니다. / 말을 타고 사냥을 다니면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합니다. / 얻기 어려운 재물은 사람의 행실을 나쁘게 합니다. / 이런 이유를 성인은 배를 채울 뿐 꾸미지 않습니다. / 고로 형식을 버리고 실질을 취합니다.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畋獵令人心發狂. 難得之貨令人行妨.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배고픔을 채우려면 맛이 있든 없든, 영양가가 있든 없든 음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본질입니다. 배고픔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고 나서야 맛과 영양가를 찾습니다. 내용이 채워지고 나서야 형식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 반대는 아닙니다. 그러니 예비 작가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내용을 먼저 생산해야 합니다. 그 내용이 채워지면 형식이 고민됩니다. 맛과 영양가는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배고픔보다 중요하진 않습니다. 형식과 내용, 둘 다 고민하는 사람 행복합니다. 아직 둘 다 고민이 안 되면 내용을 고민하십시오. 형식보다 내용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