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유경종기자
별난 제목을 단 책이 나왔다. 『책 쓰는 책』(오도스 刊)이란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눈에 딱 걸릴 제목이다. 표지에 적힌 카피는 더 노골적이다. ‘읽기만 하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이라니…. 이정도면 ‘먹기만 하면 누구나 살 빠지는’ 만큼이나 무책임한 과장광고 아닐까. 하지만 저자 이름을 보고 나면 의심의 눈초리는 거둬진다. 고양을 대표하는 인문학 강사이자 문화 생태계 마당발인 김경윤 작가의 글과 강연이 폭넓은 지지를 얻는 이유는 전략적인 표현력이 깊이에 대한 신뢰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김경윤 작가가 신간을 내면 독자나 지인들의 반응은 딱 한마디다. “또?”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밝힌 책날개의 소개를 보면, 2008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26권의 책을 썼다. 엄청난 생산력이지만, 펴내는 책들이 하나같이 탄탄한 재미와 내용을 담보한다. 그런 까닭에 앞서 말한 ‘또’에는 ‘언제 또 썼단 말인가’와 함께 ‘이번엔 또 무슨 재미와 감동을 던져줄까?’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담긴다.
서문에서 김경윤 작가는 ‘무릇 글을 쓰는 사람은 저자가 되고자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단단한 매듭들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글을 쓰고 있는 그대여, 지금 책을 써라’며 독촉한다. 작가의 반복되는 명령어법이 미덥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어지는 문장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의 모든 노하우를 여러분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는 또 성장할 것이다.”
이미 스무 권 넘는 저술을 남긴 책 쓰기 고수가 독자와 함께 성장하겠다니, 든든한 동지애가 뭉클 솟아오른다. 독자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책 쓰기 욕망’을 단번에 건드리는 프롤로그를 읽었다면, 본문을 안 읽고 배겨날 재간이 없다.
책은 5개의 챕터로 구성됐지만, 크게 3단계로 전개된다. 저자는 챕터1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최고의 방법, 책 쓰기’에서 책을 쓴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리한 후 챕터2·3·4에서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작업을 꼼꼼히 조언한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마지막 챕터5는 본격적인 책 쓰기 실전 노하우를 실감나는 체험을 바탕으로 단계별로 짚어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실용적 정보가 구체화되지만, 책 전체를 단단히 잡아주는 에너지는 전반부에 제시된 저자의 메시지다.
작가는 ‘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라고 밝힌다. 책 쓰기 책에서 이러한 질문이 왜 필요할까? 인간의 소통을 위해 발명된 말과 글이 소수에게 독점되며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생겨난다는 문제의식이 ‘스스로 책을 써야 하는 이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과 생각의 주인공이 되려면 스스로 읽고, 말하고, 쓸 수 있어야 하고, 그 궁극적인 도달점이 바로 ‘내가 쓴 책’인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설명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대가를 받아야 일하는 프로에 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이해타산 따지지 않는 아마추어가 훨씬 삶의 주인에 가깝다는 말은 전문성을 두려워하며 글쓰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응원이 될 듯하다.
책을 써야 할 이유를 알았다면, 책을 쓰는 행위를 자신의 신체와 일상 속에 구체적으로 장착해야 할 터. 김경윤 작가는 ‘작가는 글을 준비하는 사람, 늘 책을 생각하는 사람, 책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생각과 각오만으로 작가가 될 순 없는 법. 작가에게 요구되는 집중력과 습관을 몸에 익히는 과정을 저자는 ‘작가의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표현한다.
저자는 글을 쓰는 작업방식에 따라 작가들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하루키나 김훈 소설가처럼 매일 일정한 분량을 어김없이 써내는 작가들을 ‘직장인형 작가’로 분류하고, 고전평론가 고미숙 작가처럼 놀 듯 공부하듯 책을 써내는 부류를 ‘백수형 작가’라 말한다. 이어 매체 기고와 강연을 책 쓰기와 연결하는 ‘연재형 작가’와 ‘강의형 작가’도 소개하며 자신이 어떤 유형의 작가가 되고 싶은지 상상해 보기를 권한다.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전해주겠다는 약속은 책의 말미까지 알뜰하게 지켜진다. 글을 직렬식으로 연결할 것인가, 병렬식으로 연결할 것인가, 각각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고, 글감을 저장하는 자잘한 메모의 중요성, 관심사별 작업파일 만들기의 효율성 등이 저자 자신의 사례와 함께 소개된다. 출판사 투고와 기획서 작성, 예비 작가를 위한 플랫폼과 독립출판에 대한 정보 등도 구체적이다.
에필로그는 프롤로그에서 촉발된 동기를 재차 다잡아준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은 황무지 같은 영혼을 꽃과 열매가 풍성한 옥토로 바꾸는, 세상 무엇보다도 귀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시도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충고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하다. ‘당신은 이미 작가다. 이제 책을 써라.’
기사원문 : http://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6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