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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an 02. 2021

2021 독서노트 1 : 소세키의 통쾌한 청춘소설

길진숙,《소세키와 가족, 가족으로부터의 탈주》 (북튜버, 2020)

격랑의 한복판에서 내일을 살아갈 청춘들도 길잃은 양처럼 방황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전통사회와 근대문명의 교차로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풍속도를 미시적으로 그립니다. 이 거대한 문명사를 매우 세밀하고 개체적으로 그린다고 할까요? 소세키는 뒤틀려 가는 인간관계와 개별적 인간들의 내면풍경을 미세하게 포착합니다. 근대문명과의 조우 이후 돈, 사랑, 연애, 가족, 결혼, 우정, 노동, 지식, 죽음 등등 모든 문제들이 다르게 전개됩니다. 소세키는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파동하는 마음을 현미경적 시선으로 들여다봤어요. (85쪽)     


나는 전집을 사지 않는 사람이다. 전집류를 사는 사람은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하여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과시욕이나 전시욕에 사로 잡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작주의자이기는 하다. 어떤 작가에게 꽂히면 그가 쓴 책은 빠짐없이 사서 읽는 편이다. 그래서 그가 쓴 책을 전부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것은 전집의 형태로 묶인 것은 아니니 전집이라기보다는 전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김용옥의 책, 고병권의 책, 이진경의 책, 고미숙의 책, 김훈의 책, 우치다 타츠루의 책은 거의 다 갖고 있다. 거의 다라고 말한 이유는 품절되어 구할 수 없는 책도 있기 때문이다. 빠진 이빨(책)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애당초 전작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이 목적이니까.

그럼에도 전집에 해당하는 책을 몇 종 가지고 있기는 하다. 니체 전집, 함석헌 전집, 최인훈 소설 전집이 있다. 그리고 나스메 소세키 소설 전집이 있다. 이 몇 안 되는 전집을 소유한 이유는 다 읽겠다는 다짐이면서 그들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이다. 아직 전체를 읽은 것은 없지만, 반 이상은 다 읽었다고 말해야겠다.


말이 길어졌다. 이후로 이들에 관련된 책이 나오면 그 책 역시 빠짐없이 사보고 있다. 예를 들면 소세키를 언급한 우치다 타츠루, 강상중의 책도 구입하여 읽었다. (나는 대출하여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은 읽으면서 뭔가 더 많은 것을 주기 때문에 책 위에 밑줄을 긋거나 뭔가를 계속 빈틈에 써야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길진숙이 쓴 《소세키와 가족, 가족으로부터의 탈주》 (북튜버, 2020)을 구입해서 읽었다. 소세키의 가족사에 대한 흥미진진한 정보와 소세키의 초기 소설 《도련님》에 대한 재미난 분석을 강의한 책이다. (강의초록을 책으로 옮기는 것이 ‘가족특강’ 시리즈의 특징이다. 이번 책이 5번째이다. 나는 이미 고미숙과 신근영의 책을 읽었다.)

왜 하필 《도련님》일까? 저자인 길진숙의 말을 옮기는 것이 나을 듯 하다 : “어언 100년 전 근대 핵가족의 보편화가 막 시작될 무렵, 결혼과 가족의 모순을 간파하고 가족으로부터의 탈주를 꿈꾼 사람이 있다.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다. 그는 근대의 시작에서 근대의 제도들을 회의했다. 인간의 진보를 약속했던 근대문명의 빛이 오히려 인간을 왜곡하고 병들게 하리란 전망 아래, 비틀려 가는 근대 인간의 초상을 섬세하게 그려 냈다. 가족을 주제로 청년강좌를 요청받았을 때, 나는 서슴지 않고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소환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속 시원하고 가장 통쾌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도련님은 가족, 학교, 사회에 거침없이 저항하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바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밀고 나가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실행력과 추진력과 독립성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다. 도련님은 길들여지지도 않고 길들일 수도 없는 존재다. 나는 청년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도련님이란 인물을 통해 청년들이 그 무엇에도 위축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굴종하지 않는, 뚝심과 용기를 갖기를 바랐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답답하고 꽉 막힌 듯한 현실을 단번에 날려 버릴 한 방의 강펀치 같은 작품이다.”(6~7쪽)

100쪽을 조금 넘는 1만원짜리 책(10% 할인하면 9천원)이니 궁금하면 나머지는 독자들이 구입하여 읽었으면 좋겠다.

    

p.s. 이번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랄만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나스메 소세키가 경신(庚申)일에 태어났는데, 나 역시 경신일 생이라는 것. 금(金) 기운으로 하늘과 땅에 가득한 날에 소세키와 내가 태어났다. 사주(四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태어난 날이다. 어쩌면 소세키와 내가 같은 운명? 웃자고 한 말이다. 어쨌든 나는 무척 기분 좋다. 우하하~

게다가 2021년이 신축(辛丑)년이니 금잔치로세.^^


p.s. 2. 길진숙의 강의를 링크한다.  https://youtu.be/8TIJZZW1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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