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책 대 담배》 (민음사 쏜살문고, 2020)
“어떤 유형의 글을 쓰든 하나의 스타일이 완성될 때쯤이면 언제나 완성 단계 이상의 단계로 벗어나 있게 되는 것 같다. 『동물농장』은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쓴 첫작품이다. 지난 칠 년간 소설을 쓰지 않았지만 아주 빠른 씨간 내에 소설 한 편을 출간하고 싶다, 분명히 실패작이 될 것이다. 사실 내가 쓴 모든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 실패작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어떤 작품을 쓰고 싶어 하는지를 매우 잘 알고 있다.”(64~65쪽)
본문만 치자면 100쪽도 안 되는 조지 오웰의 산문집 《책 대 담배》 (민음사 쏜살문고, 2020)을 읽었다. 이 책은 독서, 글쓰기, 책, 작가, 문학, 평론과 관련된 9편의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가격은 8,800원. 조지 오웰이 쓴 에세이라는 것, 하필이면 제목이 ‘책 대 담배’가 아니었다면 결코 구입하지 않았을 책이다. 제목에 혹하여 구입하고, 읽으며 만족한 책이다. 특히 위에 소개된 문장은 책 값 8,800원을 능가하는 가치가 있다.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에서 작가가 산문을 쓰는데 4가지 중요한 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1, 온전한 이기심, 2, 미학적 열정 3. 역사적 충동, 4. 정치적 목적 등이다. 이러한 동기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요동치기도 한다. 조지 오웰은 고백하건대, 앞의 3가지 충동이 4번째 충동보다 천성상 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글은 4번째 충동에 휩싸이게 되는데 정치적 목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또는 추구하는 사회의 유형에 관해서 남들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망, 다시 말하지만 정치적인 편향이 없는 책은 이 세상에 단 한 권도 없다. 예수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이다.”(60쪽)
그는 시대적 상황이 자신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끌었는데, 그는 세계적 경향으로 등장한 전체주의에 저항하면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글쓰기를 계속해왔다. 그의 가장 유명한 소설은 《1984》와 《동물농장》은 모두 전체주의에 저항하는 문학작품이다. 물론 조지 오웰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에 힘을 쏟았다. “미적 경험이 없다면 책을 쓰는 일은 물론이고 장문의 잡지 기사를 쓰는 작업조차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일은 구성의 문제와 언어의 문제를 야기하는 동시에 진실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그래서 위의 인용문처럼 고백하는 것이다.
니체는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작품만 쓰는가?”하면 자신의 글쓰기를 찬탄했는데, 조지 오웰은 반대로 “나는 왜 실패작만 쓰는가?”하고 한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깊이 인용구를 읽어보면 자신이 쓴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완성됨과 동시에 실패라고 생각해야 하는 이 모순된 지점을 통과하며 성장하는 것일까?
원래는 ‘책 대 담배’를 가지고 뭐라고 말했을까 궁금해서 샀는데, 그 글보다 나머지의 글들이 더욱 재밌었다. 그래서 원래 구입목적을 상기해보자면, 사람들은 이런 저런 물건을 생각없이 구입하면서, 책을 구입하여 읽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조지 오웰은 책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노동자의 불평을 이야기하면서, 담배구입비와 책구입비를 쫀쫀하게 계산하고 열거함으로 책을 구입하는 것은 결코 사치가 아님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위트있는 글이다. (참고로 오웰은 책을 구입하는 데 한 해 25파운드를, 담배는 40파운드를 썼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담뱃값이 훨씬 많다.) 그러나 ‘책 대 담배’보다 뒤에 수록된 글이 훨씬 재미있는데, 제목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책 대 담배, 어느 서평가의 고백, 문학을 지키는 예방책,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책, 책방의 추억, 나는 왜 쓰는가, 사회주의자는 행복할 수 있는가?, 작가와 리바이어던,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죽는가 등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나는 왜 쓰는가’와 ‘사회주의자는 행복할 수 있는가?’를 즐겁게 보았다.
p.s.
우리는 조지 오웰은 위대한 소설가라고 알고 있지만, 소설 만큼이나 에세이에도 한 경지에 도달했음을 확인하는 책이다. 이 작은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424쪽의 《조지 오웰 산문선》(열린책들)이나 480쪽의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을 권한다. 여러분은 조지 오웰의 산문에 깊이 빠져들 것이다. 수리수리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