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38 : 부끄러움은 나의 것

쓴 맛 7 - 기계-인간

by 김경윤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를 유람하고 나서 진나라로 돌아오다가, 한수 남쪽을 지나는 길에 한 노인이 채소밭을 돌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땅을 파고 우물로 들어가 항아리에 물을 퍼 들고 나와서 물을 주고 있었지요. 힘은 무척 많이 들이고 있었으나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자공이 말을 걸었습니다.

“기계가 있다면 하루에 상당히 많은 밭에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힘을 아주 적게 들이고도 그 효과는 클 것입니다. 왜 기계를 쓰지 않으십니까?”

노인이 머리를 들어 자공을 보며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자공이 말했습니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기계인데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습니다. 손쉽게 물을 풀 수 있는데 빠르기가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습니다.”

밭을 돌보던 노인은 성난 듯 얼굴빛이 바뀌었으나 잠시 후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듣기로는 기계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생기게 되고, 기계를 쓸 일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기계에 대해 마음을 쓸 일이 있게 되고, 기계에 대한 마음 쓰임이 가슴에 차 있으면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고,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면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하게 되고,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는 도가 깃들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기계의 쓰임을 알지 못해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자공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몸을 굽힌 채 말대꾸도 못했습니다.

<천지> 11


기계는 인간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도구이다. 기계는 본래 인간의 힘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육체적 힘을 훨씬 능가하는 기계를 제작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기계 한 대가 백 사람, 천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하였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놓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자, 인간은 무능해졌다. 그나마 기계에 적응하는 인간은 살아남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은 직장을 잃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모든 인간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 기계를 소유한 인간에게만 편의를 제공했다. 기계의 소유 여부에 따라 인간 사이에 격차가 벌어졌다.

기계에 적응한 인간도 행복하지 않았다. 자율적인 인간의 힘, 리듬, 속도는 기계의 힘, 리듬, 속도에 맞춰지게 되었다. 기계가 인간의 몸과 마음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의 움직임을 따라야 했다. 기계가 전면화되자 이제 인간은 기계-인간으로 부속품처럼 살아야했다. 기계보다 능력이 부족한 인간은 기계보다 빨리 소모되고 소멸되었다. 기계를 소유한 자는 행복한가? 더 나은 기계를 가진자와 경쟁하다가 역시 소모되고 소멸되었다. 기계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빨리 소모되고 소멸되었다.

이제 세상은 기계-인간 천지가 되었다. 기계에게 몸을 빼앗기고 마음을 지배당하게 되었다. 기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온통 기계에게만 마음을 주게 되었다. 인간성을 줄어들고 기계성이 늘어났다. 인간의 편의라는 시작점은 인간의 지배로 귀결되었다. 기계의 쓰임은 무엇인가? 기계를 쓰면서 우리는 어떻게 변하는가? 인간성은? 그렇게 기계에 휘둘려 사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현대인에게 장자는 묻고 있다. 기계로 인해 그대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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