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의 칼이란 연나라의 계곡과 변방의 석성을 칼끝으로 하고, 제나라의 태산을 칼날로 삼으며, 진과 위나라가 칼등이 되고, 한나라와 위나라가 칼집이 되며, 사방의 오랑캐들로 칼을 싸고, 사계절로 감싸서, 그것을 발해로 두르고, 상산을 띠 삼아 허리에 찹니다. 그 칼을 오행으로 제어하고, 형벌과 은덕으로 휘두르며, 음양의 작용으로 뽑고, 봄과 여름으로 들어올리고, 가을과 겨울로 내리칩니다. 이 칼을 곧장 내지르면앞을 가로막는 것이 없고, 아래로 내리치면 걸리는 것이 없으며, 휘두르면 사방에 거칠 것이 없습니다. 위로는 구름을 끊고, 아래로는 대지의 밧줄을 자를 수 있습니다. 이 칼은 한번 쓰기만 하면 제후들의 기강이 바로 서고, 천하가 모두 복종하게 됩니다. 이것이 천자의 칼입니다.”
문왕이 멍하니 바라보다 말했습니다. “제후의 칼은 어떻습니까?”
“제후의 칼은 용기 있는 자로 칼끝을 삼고, 청렴한 사람으로 칼날을 삼으며, 현명하고 어진 사람으로 칼등을 삼고, 충성스러운 이로 칼자루의 테두리를 삼으며, 호걸로 칼집을 삼습니다. 이 칼 역시 곧장 내지르면 앞에 가로막는 것이 없고, 위로 쳐 올리면 위에 걸리는 것이 없으며, 아래로 내치면 아래에 걸리는 것이 없고, 휘두르면 사방에서 당할 것이 없습니다. 위로는 둥근 하늘을 법도로 삼아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 빛을 따르고, 아래로는 모가 난 땅을 법도로 삼아 사계절을 따르며, 가운데로는 백성들의 뜻을 헤아리어 사방의 온 나라를 편안하게 합니다. 이 칼을 한번 쓰면 천둥소리가 진동하는 듯하며, 나라 안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게 되어 모두가 임금님의 명령을 따르게 됩니다. 이것이 제후의 칼입니다.”
“서민의 칼은 어떻습니까?”
“서민의 칼은 더벅머리에 살쩍은 비쭉 솟았으며, 낮게 기운 관을 쓰고, 장식이 없는 끈으로 관을 묶었으며, 소매가 짧은 옷을 입고, 부릅뜬 눈으로 거친 소리를 질러대고, 임금님 앞에서 서로 치고 받으며 싸웁니다. 위로는 목을 베고, 아래로는 간과 폐를 찌릅니다. 이것이 바로 서민의 칼입니다, 이른바 닭싸움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일단 목숨을 잃고 나면 이미 나랏일에 쓸모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임금께서는 천자와 같은 자리에 계시면서도 서민의 칼을 좋아하시니 저는 그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설검> 2
드라마 <스파르타쿠스>의 한 장면. 검투사의 반란을 다룬 이 드라마는 역대 최고 인기물 중에 하나였다. 로마의 몰락은 제국의 횡포에 맞선 검투사들의 의해 가속화되었다.
조나라의 문왕은 칼싸움 구경을 좋아했다. 사방에 검투사들이 몰려들어 싸움을 하니 1년에 100여명이 죽어 나갔다. 그런데도 문왕은 칼싸움 구경을 그치지 않았다. 3년이 지나자 나라꼴은 엉망이 되고, 다른 나라들이 조나라를 호시탐탐 노렸다. 이를 염려한 태자 회는 측근을 불러모아 대책을 논의했다. 장자라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태자는 1천금을 보내 장자를 데려오려 했으나, 장자는 거부했다. 그래서 태자가 몸소 장자를 만나 간곡히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 장자는 이를 승낙하고 검투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문왕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일장 연설을 하는데, 위의 내용이다.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리라”라고 예수도 말했다. 무력(武力)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큰 무력 앞에서는 무력(無力)해지기 마련이다. 최고의 병법가 손자도 전쟁은 가장 늦게 선택하는 것이라 했다. 큰힘은 싸움이나 전쟁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쓰여야 한다.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에 따른 책임도 막중해진다. 그러니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지구상의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다른 나라의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견제와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은 그들이 무력을 지구평화를 위해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무력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자국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제국의 몰락이 그를 증명한다.
제국의 몰락은 그들의 무력이 약해져서가 아니다. 그 무력으로 횡포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함부로 쓰는 무력은 그 규모와 상관없이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 무력이 어디 칼뿐이겠는가? 우리 사회는 어느새 배제와 혐오의 언어들이 SNS상에 난무하고 있다. 언어폭력이다. 한 사람이 만든 가짜뉴스가 검증도 되지 않고 순식간에 펴져나간다. 사랑과 정의가 배제된 혐오와 불의의 언어가 힘을 얻게 되면 그 사회는 곧 위태로워진다. 말의 힘이 칼의 힘보다 결코 약하지 않다.
돈의 힘도 마찬가지. 더 큰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 돈의 쓰임새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불의와 부정의를 저지르면, 당장은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은 낭패를 당하게 된다. 법의 힘도 그러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법을 둘러싼 사태는 법을 수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려는 것이 다반사다. 그렇게 큰 힘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쓰기에 국민은 궁핍해지고 나라는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 망국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