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43 : 위대한 변신술
감칠 맛 1 - 곤과 붕 이야기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어 그 이름을 곤(鯤)이라 합니다. 곤의 크기는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이 변하여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을 붕(鵬)이라 합니다, 붕의 등도 길이가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지요.
붕이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을 덮은 구름과 같았습니다. 붕은 태풍이 바다 위에 불어야 비로소 남쪽 바다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남쪽 바다란 바로 천지(天池)를 말힙니다.
기이한 일들이 적힌 《제해》라는 책에는 “붕이 남쪽 바다로 옮겨갈 때에는 물을 쳐서 삼천 리나 튀게 하고, 빙빙 돌며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나 올라가며, 6개월을 날고서야 쉬게 된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소요유> 1
《장자》에 처음 나오는 이야기다. 《장자》에 처음 나오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와 새다. 물고기 이름은 곤(鯤), 사전을 뒤져보니 물고기 알이라 나온다. 알에서 처음 나온 물고기이니 그 크기가 아주 작을 것이다. 피라미 정도 되려나. 그런데 장자는 이 물고기 길이가 몇 천 리가 넘는단다. 대한민국 남북의 길이가 삼천리니까, 물고기 크기가 대한민국만한 물고기이다. 참으로 크기가 우주적이다. 이 물고기를 황해에 풀어놓으면 어떻게 될까? 태평양에 풀어놓아도 몇 번의 꼬리짓으로 대륙을 왔다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의 바다가 답답할 것이다. 별 수 없다. 더 넓은 곳을 찾아보자. 그래서 선택한 것이 새가 되는 것이다. 역시 등의 길이만도 대한민국보다 큰 붕(鵬)으로 변신한다.
이 큰 새는 어찌 부상하는가? 태풍이 불어야 한다. 태풍이 불면 그 회오리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구만 리를 올라간다. 구만 리면 대기권 바깥이다. 인공위성이 도는 높이가 구만 리다. 지구도 좁았던가? 한 번 날면 6개월을 난다. 그곳 남쪽바다, 즉 하늘연못[天池]이 있다.
장자의 스케일을 상상할 수 있다. 장자의 몸뚱이는 비록 송나라 몽 지방에서 비루한 삶을 살고 있는 작디작은 존재지만, 그의 상상력은 우주적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생각해보면 인간의 마음은 닫혀있을 때는 옆 사람 한 명도 끌어안지 못하지만, 열려있을 때는 우주를 다 끌어안을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은 고작 100년 정도 되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수천 억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장은 먹고사느라 하루도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천 년을 더듬고 만 년을 준비할 수 있다. 존재의 스케일은 생각의 스케일이다.
참새나 비둘기처럼 좁은 영역에 머무르며 만족할 수도 있고, 기러기나 알바트로스처럼 지구를 돌고돌며 살아갈 수도 있다. 존재가 생각을 가두기도 하지만, 생각이 존재를 가두기도 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도 넓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구도 좁다고 생각하여 우주로 날아가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존재가 행복한지 묻지 말자. 행복은 스케일의 문제는 아니니까. 그러나 이건 물을 수 있다.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 그러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얼만큼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지.
맹자는 동산에 올라 세상을 봤고, 태산에 올라가서 세상이 좁다고 말한 공자를 부러워했다. 장자는 얼마만큼 올라가 있는 것일까? 거기서 바라본 세상은 어떠했을까? 장자는 비록 누더기 옷을 걸치고 누렇게 뜬 얼굴로 살았지만, 상상의 위대한 변신술만큼은 지구상에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