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 맛 2 –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신과 마음을 통일하려 애쓰면서도, 모든 것이 같음을 알지 못하고 하나의 의견을 고집하는 것을 ‘아침에 셋[朝三]’이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아침에 셋’이라고 할까요?
옛날에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이 원숭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아침에는 도토리 세 개. 저녁에는 네 개(朝三暮四)를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내었습니다다. 그래서 주인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습니다.
명분이나 사실에 있어서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원숭이들은 기뻐하고 성내는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또한 그대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성인은 모든 시비를 조화시켜 균형된 자연[天鈞]에 몸을 쉬는데, 이것을 일컬어 양행(兩行)이라 말합니다.
_ <제물론> 10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이야기다.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은 원숭이다. 《장자》에는 원숭이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원숭이는 영리하고 날랜 존재로, 재주가 많지만 두려움이 많아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서는 주인에게 길들여져 재주를 부리는 동물로 등장한다. 상황은 이렇다. 주인은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제공하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아침에 3개, 저녁에는 4개를 주겠다고 한다. 원숭이들이 재주를 잘 부려 더 많이 주는 상황일 수도 있고, 사정이 어려워져 덜 주는 상황일 수도 있다. 어쨌든 원숭이에게 하루 7개의 도토리를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원숭이의 반응이 갈린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 했더니 화를 내다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기뻐한다. 3+4니, 4+3이나 합이 같으니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데 원숭이들은 왜 화를 내다가 기뻐했을까? 주인은 원숭이가 아니니 알 수가 없다.
원숭이의 반응에 따라 주인이 할 수 있는 반응도 다를 수 있다. 처음의 ‘3-4 제안’을 고집할 수도 있고, 태도를 달리하여 ‘4-3 제안’으로 바꿀 수 있다. 만약에 ‘3-4 제안’을 고집했다면 원숭이도 화를 내고 주인도 기분 나쁜 안 좋은 상황이 벌여졌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장자가 말하는 ‘아침에 셋’을 고집하는 것이다. 어찌 해야할까? 고집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주인은 태도를 바꾼다. 주인의 입장에서보면 결과는 같지만 원숭이에게 다른 제안을 한다. 주인의 관점에서 옳고 그른 시비(是非)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시비(是非)와 원숭이의 시비(是非)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장자는 균형된 자연[天鈞]에 몸을 쉰다고 말한다. 주인의 길(방법)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원숭이의 길(방법)도 인정하는 것이다. 주인과 원숭이는 운명공동체라 함께 가야한다. 이를 ‘양행(兩行)’이라 한다.
삶은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길은 갈등을 초래할 뿐이다. 물질의 경제학(經濟學)이 되었든, 마음의 경로학(經路學)이 되었든, 타자를 인정하고 존재의 평등성을 실현할 조화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방법을 찾아가는 길을 장자는 '만물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논의', 즉 ‘제물론(齊物論)’이라 하였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타자와의 공생술에 있어서는 최악의 실패를 거듭해왔다. 자본주의가 첨단화되면 될수록 계층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인간소외는 격화되며, 자연파괴는 재난수준으로 참담하다. 그래도 이 방법을 계속 사용하겠다면, 이게 바로 장자가 말하는 ‘아침에 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