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단상 17 : 존재와 의식

#존재와 의식

by 김경윤
20%가 선동하는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많은 80%가 존재와는 달리 20%의 의식을 자신의 의식과 일치시킨다.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가 심화된다. 불평등의 사회는 온전히 유지된다.


현대사회를 20:80의 사회라고 한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부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나머지 80%의 사람들이 나머지 부를 나누는 사회라는 말이다.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완화되지 않고 가속되고 있다. 사회 구성원 간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존재와 의식은 일치하는가? 만약에 일치한다면 80%에 해당하는 사람은 불평등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수적으로 절대다수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인식할 수만 있다면 20:80의 불평등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존재와 의식이 일치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존재와 의식은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80%에 해당하는 사람은 80%의 의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20%에 해당하는 사람의 의식을 동경하고, 그들의 의식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80%에 속해 있으나, 20%의 의식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 20:80의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극심한 불평등인 10:90의 사회로 치달릴 것이다.

왜 이런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 현상이 만연하는가? 그것은 20%에 속한 사람들이 법과 제도, 교육과 문화, 지식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방위적으로 80%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무력화할 수 있는 지식과 언어, 이를 관철하게 하는 문화와 제도장치들을 만들어내고 강화한다.

이들은 20%에 속하는 사람들과 단결하여 움직이지만, 80%의 단결은 국론분열이라고, 국가대란이라고, 국가혼란이라고 선동하면서 불안을 조장하고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고 공포를 확산시킨다. 그리하여 20%가 선동하는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많은 80%가 존재와는 달리 20%의 의식을 자신의 의식과 일치시킨다.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가 심화된다. 불평등의 사회는 온전히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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