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49 : 재주 많은 원숭이의 죽음

감칠 맛 7 - 오만과 교만

by 김경윤

오나라 임금이 강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원숭이들이 많이 사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원숭이들이 그를 보자 깜짝 놀라서 모든 것을 버리고 숲속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한 원숭이만이 도망치지 않고 느긋하게 이리저리 나뭇가지를 뛰어다니며 임금을 놀리듯 잔재주를 부렸습니다. 임금이 활로 쏘니 그 원숭이는 재빨리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버렸습니다. 임금은 따라온 신하들에게 계속하여 활을 쏘도록 명령했습니다. 마침내 원숭이는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지요.

임금이 동행한 친구 안불의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저 원숭이는 재주를 자랑하고, 자신의 날램을 믿고, 내게 오만하게 굴다가 저렇게 죽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네, 이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야. 자네도 잘난 얼굴을 하고서 남에게 교만하게 굴지 말게.”

안불의는 돌아와서 동오를 스승으로 모시고 잘난 체하는 그의 얼굴빛을 고쳤습니다. 그리고 쾌락도 멀리하고, 높은 벼슬도 사양하고 물러났습니다. 그렇게 삼 년이 지나자 나라 안의 사람들이 그를 칭송하게 되었습니다.

<서무귀> 9


권력 가까이에 있으면서 자신이 마치 권력자나 된 듯 행동하는 사람을 왕왕 보게 된다. ‘왕년에’, “나 때는 말이야‘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럴 확률이 높다. 권력 비리가 생겨나는 데에는 측근이나 친인척이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최순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런 치들은 결국 패가망신하는 결과를 낳는다.

임금의 친구인 안불의는 그나마 다행인 셈. 이미 오임금은 친구 안불의의 비리에 대한 첩보를 얻은 듯하다. 사냥한 원숭이를 예로 들어 친구에게 쓴소리를 해주었으니. 안불의는 그나마 눈치가 빨랐다. 권력 가까이에 있으면서 누렸던 지위나 즐거움을 모두 버리고, 오만불손한 태도도 고쳐먹게 되었으니. 개과천선(改過遷善)한 케이스다. 비난을 받다가 칭송을 듣게 되었으니 말년은 편안했겠다.

물러나야할 때 물러나는 것을 아는 것은 얼마나 큰 지혜인가. 한 번 일이 수틀리면 그동안 쌓아왔던 공적도 일순간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권력에 오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권력에서 내려오는 일은 더욱 힘들다. 능력과 재주가 많을수록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임금에게 받은 총애는 순식간에 이동한다. 장자가 권력을 멀리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뭐, 이런 교훈이 되겠다.


이렇게 써놓고도 뭔가 찜찜하다. 이유는 재주 많은 원숭이 때문. 다른 원숭이들은 모두 두려워 도망쳤는데, 왜 그 원숭이만 유독 도망치지 않고 임금 앞에서 잔재주를 부렸을까? 과시욕일까? 과시욕이라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날아오는 화살 하나를 잡을 정도의 능력이면 보통내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감이었을까? 자신감도 분수가 있다. 화살 하나를 잡을 수는 있어도 쏟아지는 화살들을 모두 피할 수는 없는 법. 비참한 죽음이다. 나는 개과천선한 안불의보다 개죽음을 당한 원숭이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그리고 그런 원숭이 하나쯤 살려두지 않는 오나라 임금이 원망스럽다. 꼭 죽여야만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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