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맛 55 : 성인의 잘못

짠맛 3 - 자연스러움을 잊으면

by 김경윤

말로 말하자면 평지에 살면서 풀을 뜯고 물을 마십니다. 기쁘면 서로 목을 맞대고 비비고, 화나면 서로 등을 돌리고 걷어찹니다. 말이 아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말에게 멍에를 올려놓고 재갈을 채워 끌채를 연결하자, 말은 멍에를 부수고 끌채를 꺾고 재갈을 뱉고 고삐를 물어뜯을 줄 알게 되었습니다. 도적과도 같이 말이 이렇게 사납고 나쁘게 바뀐 것은 말을 길들인다며 이렇게 바꾼 백락의 죄입니다.

혁서씨가 다스렸던 전설의 시대에는 사람들의 삶은 너무도 자연스러워 집에 있으면서도 무엇을 한다는 생각이 없이 살았고, 걸어다니면서도 어디로 간다는 생각이 없이 걸었습니다. 입에 음식을 문 채로 즐거워했고, 배를 두드리며 놀았습니다.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나와 예악(禮樂)을 내세워 몸을 굽히게 하고 몸가짐을 뜯어 고쳤습니다. 인의(仁義)를 내세워 마음을 달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발끝으로 걷고, 아는 것을 좋아하고, 이익을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행동을 막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이렇게 바꾼 것은 성인의 잘못입니다.

- <마제> 3


노자 《도덕경》 58장은 이렇게 말한다. “정치가 맹맹하면 백성이 순박해지고, 정치가 똑똑하면 백성이 못되게 된다. 화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복이 나오고, 복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화가 숨어 있다. 누가 그 끝을 알 수 있으랴. 절대로 옳은 것은 없다. 올바름이 변하여 기이한 것이 되고, 선한 것이 변하여 사악한 것이 된다. 사람이 미혹된 지가 실로 오래 되었구나.” 장자의 본문과 묘하게 공명한다. 시로 쓰면 노자요, 풀어 쓰면 장자로구나.

자연스런 삶이 아니라 인위적인 삶은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고, 예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며, 기대했던 것과 반대되는 현상이 생겨난다. 많이 알수록 영악해지고, 많이 할수록 사악해진다. 겉으로는 점잖아 보여도 속으로는 욕심투성이다. 품도 많이 들고, 일도 늘어나고, 배워도 끝이 없고, 경쟁은 그치지 않는다. 순박함이 미혹되어 사나워진다. 웃음이 줄어들고 화가 늘어난다. 꺼떡하면 부수고, 뉘우치고 또 부순다. 쉽게 싫증내고 새로운 것만 추구한다. 삶은 복잡해지고 편안하지 않다. 가져도 불안하고 못 가지면 억울하다. 진실은 숨겨지고 속임수만 늘어난다.

말을 잘 길들인다는 전설의 인물 백락은 말의 본성을 잃게 하고, 말의 성질만 돋구는 결과를 낳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말이 죽고 다쳤으면, 성한 말들도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을 잘 다스린다는 성인들도 예악으로 사람들의 몸가짐을 어색하게 하고 경색되게 만들었다. 인의로 성질을 부드럽게 하려했으나 오히려 사람들은 선악을 구분하고 이익을 다투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백락의 죄요, 성인의 잘못이다.

<상식 추가>

본문에 나오는 혁서씨(赫胥氏)는 중국의 역사서 《18사략》에 따르면 전설의 인물 복희씨와 여와씨의 뒤를 이어 중국을 다스린 전설적인 인물 중 하나다. 그가 다스렸던 시대에 백성의 모습을 그린 “입에 음식을 문 채로 즐거워했고, 배를 두드리며 놀았습니다.(含哺而熙, 鼓腹而遊)”에서 태평성대를 그린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는 4자성어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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